19.05.10 코펜하겐-삼쇠(덴마크4일차)
내가 꿈꾸던 여행은 조용하고 한적한 나만의 공간에서
하염없이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늘어져 있는 것이었으므로.
덴마크는 외식 물가가 높기로 유명하다. 코펜하겐에 도착한 첫날, 동네를 한참 돌아다니다 가장 만만해 보이는(?) 햄버거 가게에 들어가 첫 외식을 했다. 아직 현지 통화가 익숙지 않던 때라 다소 적어 보이는 숫자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우린 그 집에서 가장 저렴한 햄버거와 감자튀김 세트를 하나씩 시켰다. 햄버거는 패스트푸드점에 비하면 조금 더 고급스럽고 전문 수제버거에 비하면 단순한 맛이었다. 어쨌건 우린 꽤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코펜하겐에서의 첫 식사를 마쳤다. 물론 통장에서 빠져나간 돈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숙소로 돌아와 영수증을 보며 ‘덴마크 크로나(DKK)’를 한국 돈으로 환산하자 4만원에 달하는 금액이 눈앞에 나타났다. 물론 덴마크 물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숙지하고 왔지만 막상 겪고 나니 정신이 얼얼했다. 특히 햄버거의 맛을 생각하면 더 씁쓸했다. 우리는 쓰린 속을 서로 다독이며 첫날이니 기분 낸 것에 의의를 두자며 애써 웃었다. 물론 그 이후로 코펜하겐에서의 식사는 대부분 마트에서 장을 봐 만들어 먹었다.
덴마크는 한국인이 한 번 살아보기에 쉽지 않다. 일단 생활물가(음식, 옷, 교통비 등)가 높고 집값도 만만치 않다. 물론 그만큼 인건비가 높지만 그것은 곧 일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덴마크에서 지내는 동안 워킹홀리데이를 온 많은 한국인들이 집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결국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많이 전해 들었다. 집을 구하면서 사기를 당한 경우도 왕왕 있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화려한 관광지나 볼거리도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떠나오기 전 많은 사람들이 물어왔다. 왜 덴마크야? 거기서 어떻게 살 수 있는데?
WWOOF(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는 유기농가와 자원봉사자의 물적-인적 자원 교환 시스템으로 쉽게 말해서 자원봉사자가 농장에 적정량의 노동을 제공하면 농가에서 숙식을 제공해주는 방식이다. 우프는 전 세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물론 우프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우연히 알게 된 우프는 단숨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 자연과 여유로움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던 내게 덴마크에서의 우프 생활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친구들이 전 세계로 여행을 다닐 때는 큰 관심을 갖지 못했는데 그것이 많은 돈을 필요로 하고 강렬하지만 짧은 체험에 그치는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언제나 내가 꿈꾸던 여행은 조용하고 한적한 나만의 공간에서 하염없이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늘어져 있는 것이었으므로. 그래서 나는 제주도를 자주 여행했고 부러 비싼 돈을 주고도 다인실 게스트하우스가 아니라 작아도 혼자 쓸 수 있는 방을 예약하곤 했다. 여행길엔 언제나 책이 함께 했다. 어쩌면 나는 자유로이 책 속으로 여행할 수 있는 장소를 이상적인 여행지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상상한 덴마크 우프 생활은 비교적 적은 여비로 여행과 휴식 모두를 제공해줄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그 여정에 첫발을 뗐다. 짧은 코펜하겐의 시간을 뒤로 하고 우리는 항구가 있는 '칼룬보그(Kalundborg)'행 열차에 올랐다. 덴마크에서 첫 우프를 하게 될 ‘삼쇠(Samsø)’섬으로 가기 위해. 도심을 금세 빠져나온 열차는 하염없이 달렸다. 치히로를 싣고 물 위를 달리는 열차처럼.
*우프 덴마크(WWOOF DENMARK): https://wwoof.dk/
홈페이지에서 가입 후 농가(Host)를 검색하고 연락을 취해 신청할 수 있다. 나라별로 따로 운영되므로 각기 가입이 필요하다. 1년 이용 가입비 1인 약 2-3만원 정도.
*우프 코리아(WWOOF KOREA): http://wwoofkorea.org
*삼쇠(Samsø)는 덴마크 중앙에 있는 섬으로 코펜하겐에서 삼쇠로 들어가기 위해서 칼룬보그(Kalundborg)역에 있는 'SamsøFærgen' 항구로 가서 페리를 타야한다.
항구 주소: Kalundborg Havn, Østre Havnevej 2, 4400 Kalundb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