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휴학이 쏘아 올린 작은 공

버킷리스트: 해외에서 살아보기

by Eric Kim



대학교를 다니면서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휴학


휴학은 대학생 때만 해볼 수 있는 특권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바쁜 인생에 잠시 찍어주는 쉼표.

여전히 학생이지만 학생이라는 타이틀로부터 조금 거리를 둘 수 있는 그런 시간.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어도 꼭 한 번은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사실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할 수 있는 것이 휴학이기 때문에 신청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군 휴학도 해보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는지도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가장 큰 걸림돌은 아무 계획이 없던 나 자신이었다.


당시 그냥 해보고 싶다는 나의 생각에 대하여 많은 지인들이 조언을 해주었는데,

그 조언들을 정리해 보자면 당시 휴학에 관한 내 생각은 한강 다리 위에서 돈으로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는 것과 동일한 취급을 받았다.


한 마디로, 미친 짓인 것이었다.




"대부님, 그게 아니라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이 명분이"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하정우는 마땅한 명분이 없다며 나이트클럽 이권을 빼앗는 계획을 조금 망설인다.

계획을 무조건 실행하기보다는 자신이 행동을 하였을 때, 그것이 합당하였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하였던 것이다.


이런 명분이 내게도 필요하였다.

휴학을 위한 명분.

'그냥'이 아닌 내가 휴학을 해야만 하는 이유.


가장 만만해 보이는 것은 자격증 취득이었다.

자격증은 취업을 위해서 또는, 자기 계발을 위하여라는 명분으로는 충분하였고 나는 2학년을 마치자마자 휴학을 하였다.


하지만 낭만도 찾고, 여행도 하겠다던 나의 계획은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사라져 있었다.

아침 7시에 기상하여 독서실, 11시에 돌아와 취침.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며 나의 휴학은 오로지 자격증을 위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사실 계획도 없이 시작하였던 휴학인지라 특별하게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공부만 하며 휴학기간을 보냈다.


어느덧 반년이 지나고 무더운 7월,

시험을 마치고 나왔을 때, 나는 그 어떤 순간보다 허탈함을 느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가득했으며, 억울한 마음까지 들었다.

나는 이대로 학교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마음에 한 학기를 더 휴학을 하기로 하였고,

이번에는 돈을 모아보기로 하였다.




반년 간 일만 하고 나니 수중에 500만 원 정도의 돈이 모여있었다.

이번에도 아무 계획 없이 돈을 모았지만 막상 모으고 나니 막 쓰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뭔가 내 인생에서 가치 있을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무엇을 해야 돈을 잘 썼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을 하다 보니 버킷리스트가 생각이 났다.

당시 한창 버킷리스트라는 단어가 유행하였을 때였는데 내 리스트에는 '해외에서 살아보기'라는 것이 있었다. 나는 이 돈을 해외에서 살아보는 비용으로 쓰기로 하였다.


이 날을 기점으로 나는 방법을 알아보기 시작하였다.

여행, 해외연수, 해외인턴 등 방법이 너무 다양하여서 쉽게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이것저것 재다가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해외인턴.


나는 졸업과 동시에 미국으로 1년간 해외인턴을 떠났다.

휴학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시작으로 나는 스스로 타지 생활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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