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하면 용감하다.
처음 미국 캘리포니아에 도착하였을 때, 나의 영어실력은 정말 Shit이었다.
물론 지금도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멍청이처럼 억지로 웃으며 Yes와 OK를 남발하지는 않으니 영어 찐따는 벗어나지 않았을까.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영어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조금 해보자면 나는 한국에서도 안 가본 Subway를 미국에서 처음 가보았다. 매장에 들어가 종업원 앞에 펼쳐진 각종 식자재들을 보았을 때, 수타면을 뽑는 중식당처럼 퍼포먼스를 위한 것이라 생각을 하였으며, 주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나름 눈치만으로 살아온 인생이었음에도 주문을 하기가 참 조심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또, 영어로 Apple과 같은 간단한 과일 이름은 알았어도 살면서 오이, 할라피뇨 (참고로 할라피뇨는 영어로도 할라피뇨다..), 적상추 등의 영어 이름은 알려고도, 또 쓸 일도 없었기에 메뉴판에 적힌 설명은 내게 흰 화면에 검정 그림과도 같았다.
배는 고프고, 또 다른 곳을 찾을 엄두가 안 났던 나는 어쩔 수 없이 메뉴에 적힌 아무 숫자나 말하였고 이후, 종업원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나에게 할 때마다 그저 내게 샌드위치를 빨리 주기만 바라며 yes를 외쳤다. 그렇게 당황스러움으로 땀을 흘리며 받아낸 것은 치킨으로 보이는 퍽퍽한 고기에 머스터드 소스만 뿌려진 빵 한 덩어리.
분명 합당한 돈을 지불하였고, 내 눈 앞에 다양한 채소들이 펼쳐져 있음에도 나는 그것들을 취하지 못하였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것을 설명을 하지 못하여 그냥 들고 나와 먹었던 눈물 젖은 빵.
그만큼 나는 영어를 못하였다.
아는 사람도, 수업을 들을 돈도 없었던 내가 영어를 극복하기 위하여 내가 선택한 방법은 맨땅에 부딪히기였다. 일단 거리로 나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Hi를 외치며 말을 걸었다.
당시 내가 살았던 동네는 LA 아래쪽에 위치한 Gardena라는 곳이었는데 흑인들이 참 많고, 그렇게 좋은 곳이라는 느낌은 아닌 곳이었다.
처음 내가 살기로 한 집에 도착하였을 때, 이전 방 주인이 나가고 내가 들어가는 일정이 조금 겹쳐서 1주일 정도 어쩔 수 없이 동거를 하였는데, 계획되지 않았던 그 1주일 동안 그 사람으로부터 미국 생활에 관한 알짜배기 정보들을 참 많이 얻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던 조언은 "차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면 웬만하면 밤에 돌아다니지 마세요"였고 실제로 나는 거주하는 기간 내내 근처에 주차를 하고 집으로 달려가는 때를 제외하고는 밤에 두 발만으로 돌아다닌 적이 없었다.
이렇게 정말 안전한 동네가 아니었음에도 내가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것 말고는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의 그날도 나는 어느 때처럼 도로에 나가 Hi와 Hello를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빅쇼급 덩치에 수염이 수북한 한 멕시칸 남성이 나의 인사를 반갑게 받아주었다.
Hi
Hello Cutie~
Nice to me.. 응? 잠깐만.. Cutie..? 뭐지? 내가 잘못 들은 건가..?
그의 따뜻한 친절함도 잠시 그 멕시칸 남성이 쓴 Cutie라는 단어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남자가 남자에게 Cutie라는 표현을 쓰나..?
게이인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그리고 당황스러움에 내 입에서 이어 나온 말.
Are you a Gay??
지금 생각하면 정말 무례하고 최악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내 모습이 딱 그 꼴이었다.
그리고 내가 너무 안쪽 꽉 찬 돌직구를 던져서 놀랐는지 허허 웃으며
Yes.
그리고 그 Yes는 나를 더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태어나서 처음 본 게이였고 덩치 때문인지 두려웠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 남자가 나쁜 마음을 먹고 날 붙잡으면 나는 그대로 당하겠구나 하는 생각.
급하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도망치듯 자리를 피한 나는 그날 이후로 다시는 길에서 아무에게나 인사하지 않았다. 이후 하우스 메이트로 외국인이 들어오면서 다시 거리로 나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도 하였고.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내가 무례하였고 게이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미성숙하였다는 것을 알지만,
아 물론 그렇다고 지금은 게이들을 이해한다는 건 아니다. 지금도 미성숙한 상태이다.
그냥, 싫은 건 별개로 그렇게 면전에서 말하고 행동하면 안 되지 않나 하는 거지.
그래도 돌아보니 희극이네, 언제 Cutie~ 소리를 들어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