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색안경
라디오를 들으며 출근하던 어느 날,
그날은 청취자와 전화통화를 하는 코너가 있었다.
전화 연결된 청취자에게 인사와 함께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하는 진행자
청취자는 대학교 4학년으로 평소에도 방송을 즐겨 듣는다며 연결된 것이 너무 신기하다고 하였다.
그렇게 이어지는 그 둘의 대화
"평소에도 자주 들으신다고 하셨는데 사실 어떻게 보면 지금 이 시간이 이른 시간이잖아요? 그럼 보통 무엇을 하면서 방송을 들으시나요?"
"평소에는 아이들 먹일 아침을 준비하면서 들어요"
"어? 아이들이요?"
목소리도 젊고, 분명 대학교 4학년이라고 했는데 갑자기 아이들이라니.
나와 같은 의문을 가졌는지 진행자가 조심스럽게 나이를 묻는다.
"혹시 연령대가 어떻게 되세요?"
"40대 중반이고요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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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이유 중 하나는 모든 것을 단편적인 부분으로만 판단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대상의 행동이나 이야기만으로 내 마음에 고정적인 생각, 관점을 가지기 싫었기에,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겠지' 라며 최대한 선입견을 가지지 않으려 하는 나였기에, 내게는 조금 충격적인 순간이었다.
별것도 아닐 수 있는 일에 충격을 받았다는 건, 조금은 스스로가 사회적 관념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 보면 나는 참 이상한 것에 욕심이 있는 듯하다.
회사에 도착하여 나는 얼마나 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에 관하여 생각을 하다 보니 이미 선입견 덩어리라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
선입견을 가지지 않으려 하지만 이미 선입견에 사로잡혀있는 나 자신. 너무 모순적이지 않나 싶은 생각에 혼자 속으로 웃어버렸다.
그러고 보니 나 지난번에도 조세희 과장님 찾는다고 여자 직원 이름판만 보고 다녔는데 결국에는 건장한 남자분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