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그거 오늘 세 번째 물어보는 거예요 형"
"아 그랬나?"
오늘도 이런 식이다.
내게는 친하게 지내는 형이 한 명 있다.
대학교 2학년 때, 학교 동아리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어느 날 그 형은 우리 동네로 이사를 왔다. 같은 동아리에 같은 동네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사람의 말을 잘 귀담아듣지 않는다.
이 형은 외향적이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기에 항상 약속을 잡는다. 물론 나도 그중에 한 명이다.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상항 저런 식의 대화가 이루어진다. 그럴 때면 맥이 풀려버리고 더 말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이러는지 궁금하다.
한 번이면 깜박했거니 하고 넘기겠지만 매 번 만날 때마다 같은 상황이다 보니 그저 물어보고 듣지를 않았구나 싶은 생각만 든다.
이 형을 떠나서도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이 사람이 내게 하는 질문이나 말에서 퀄리티를 느낄 수 있다. 생각 없이 뱉은 말인지, 아니면 한 번은 생각을 하고 뱉은 말인지. 그리고 내 말을 듣고 있는지도.
어떻게 모든 말을 하나하나 생각하며 뱉고 주의 싶게 들을 수 있겠냐만은 적어도 대화라면.. 주고받은 내용이 있다면.. 상대방이 맥 빠지게, 황당하게 만드는 말로 자신의 가치나 매력을 낮출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한 번은 실수이지만 두세 번은 습관이다.
말 안 하니만 못하다는 말이 괜히 있다는 게 아니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