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도 쉼표가 찍혀야 하는 이유

우리의 삶도 하나의 이야기이다.

by Eric Kim




2017년 외국에서 살아보겠다는 마음 하나로 미국으로 해외인턴을 떠났다.

하지만 외국에서 혼자 살아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언어에 대한 답답함과 일에 대한 회의감.

그것들은 점점 나를 지치게 만들었고 나는 점점 우울함에 갇히게 되었다.


그때 같이 해외인턴을 준비하였던 동생들도 그리 멀지 않은 지역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서부지역은 대중교통이 그리 좋은 편은 아녔기에 차가 없다면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동생들을 만나러 갈 Uber (택시) 비용도 부담스러웠던 나는 매주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한 번 만나자는 약속을 미뤘다.


"아 쫌 시간 좀 내요"


계속 만남을 미루다 보니 동생들이 답답했나 보다.

'이번 주는 어떤 핑계를 대고 집에서 있을까'라는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이 무. 조. 건 시간을 내라고 통보를 하였다.


그리고 토요일.


"형 빨리 타요. 1분 1초가 아까우니까"


집 앞까지 데리러 온 동생들이 인사도 뒤로하고 차부터 타라고 했다.

한국에서 몇 개월을 아침저녁으로 보면서 함께 해외인턴을 준비하였던 동생들을 미국에서 다시 보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반가움을 나누고, 근황을 얘기하다 보니 게티뮤지엄이라는 곳에 도착을 하였다.


게티 뮤지엄은 석유재벌 게티라는 사람이 개인 소장품과 자금을 투자하여 만든 박물관이라고 하였다. 앞으로의 몇십 년을 운영할 수 있을 만큼의 비용을 미리 지불하였다고 한다. 덕분에 주차 비용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게 무료였다.


주차장을 나와 트램을 타고 주변을 둘러보니 그렇게 넓을 수가 없다.


"오늘 다 못 보겠지?"

"Never"


생각보다 넓은 크기에 놀라 툭 던진 말에 미국에 왔다고 굳이 또 영어로 대답하는 동생.

피식 웃음이 나왔다.


꽤 이른 시간에 도착하였다고 생각하였는데, 작품들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고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바깥이 어두워져 있다. 더 늦기 전에 집으로 가기 위하여 뮤지엄을 나오는데 야경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참 오랜만에 보는 야경이었다.


"고맙다 나 오늘 억지로 끌고 와 줘서. 너네 아니었으면 오늘도 방구석에서 영화나 보고 있었을 텐데"


동생들에게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다.

동생들에 의해 내 삶에 억지로 찍힌 쉼표였지만 그 쉼표가 내 숨통을 트이게 해 줬다.




책을 펴서 맨 마지막 장의 마침표가 찍히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쉼표가 쓰이는지 우리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 또한 그러하였다.


하지만 필요한 순간에 쉼표를 찍어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멈춰야 할지, 숨을 쉬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쉼표는 더 매끄럽고 편안하게 글을 만들어 주기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개개인의 인생도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의 삶에도 쉼표가 필요하다.

우리 삶에 쉼표가 없다면 그 이야기는 그 누구보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나를 숨 막히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좋든 싫든 쉼표를 찍어줘야 한다.



-게티 뮤지엄에서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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