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아이> 리뷰

눈부신 뒷걸음질

by 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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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아이>

(天気の子)

★★☆


<너의 이름은.>으로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전 세계 흥행 1위 자리를 수성하고, 국내에서도 역대 개봉된 일본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3년만에 돌아왔습니다. 본토엔 지난 여름 개봉되었지만, 국내엔 시기가 시기인 만큼 수입사가 공식 입장문까지 발표하며 조심스레 선을 보인 <날씨의 아이>죠. 얼마 전 <봉오동 전투>에 출연하며 국내 관객들에게도 눈도장을 찍은 다이고 코타로와 신예 모리 나나가 주인공 목소리를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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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비가 그치지 않던 어느 여름날, 가출 소년 호다카는 수상한 잡지사에 취직해 도시 전설들을 쫓던 중 비밀스러운 소녀 히나를 만납니다. 하늘에 기도하면 그토록 내리던 비가 멈추는 덕에 '100% 맑음 소녀'로 불리던 소녀였죠. 호다카와 히나, 히나의 동생 나기까지 셋은 함께 즐거운 나날을 보내지만, 맑음 뒤 흐림이 찾아오듯 그들 앞엔 엄청난 비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너의 이름은.>으로 신화를 써내려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그 여운에 새로운 잠재력이 있다고 믿은 모양입니다. 이상하리만치 비가 그치지 않는 도쿄를 무대로, 하늘이 선택하고 운명이 연결한 남녀라는 기본 얼개를 <날씨의 아이>에 그대로 다시 가져왔죠. 초자연적인 현상과 능력을 일상에 자연스레 녹여내려 하고, 그 중심엔 다시 한 번 사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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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계관은 대부분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야 하는' 작가의 설정들을 기반으로 합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허구의 것이라 한들 기초적인 논리나 한계는 분명히 해야 하죠. 예를 들어 지구 곁을 지나가는 혜성 때문에 시공간이 뒤틀려 두 사람의 몸이 바뀐다는 설정은 다소 엉뚱하지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나름대로의 간단한 규칙을 토대로 하고 있고, 두 사람에게만 한정되어 있기에 애초에 따질 거리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날씨의 아이>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어느 날의 간절한 기도 덕에 하늘의 선택을 받아 맑은 날을 불러올 수 있는 능력까지는 딱히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수백 년의 역사나 구름 위의 세상 등 살이 붙으면서 스스로 파낸 구멍의 크기가 지나치게 커집니다. 영화도 이를 아는 듯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신비롭고 환상적이지만 무엇인지 모를 존재와 화면을 더욱 거세게 몰아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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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말해 두 주인공의 사랑이라는 분명한 목적만 이루어진다면 말 그대로 나머지 모든 것은 어떻게 나와 어떻게 사라져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나중에 어떻게든 다시 활용하거나 부연하리라 생각했던 대부분의 소재와 장면들은 언제 나왔냐는 듯 깡그리 무시되죠. 전작에서처럼 다소 급한 전개는 결말부에 다가갈수록 빨라지길 넘어 편집이 잘못되기라도 한 듯 널을 뜁니다.


차라리 연인을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어도 좋은 사춘기 소년의 내면 세계를 비유적으로, 환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면 몇 배는 폭발력이 있는 작품이 되었을 겁니다. 거듭된 무리수에 주인공 호다카의 사고와 행동은 평범함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가뜩이나 부족한 설득력을 한 층 더 끌어내립니다. 소년과 소녀를 넘어 '세계의 비밀'이라는 거창한 단어까지 끌어들이며 바깥 세상으로 확대한 접근이 완전한 독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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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지금까지의 어떤 영화들보다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팬들을 위한 작품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빛의 마술사'라는 별명에 부끄럽지 않으려는 듯 시각적으로 돋보이는 상황과 장면을 수시로 집어넣고, 예상치 못했던 반가운 얼굴들과 목소리들을 등장시키며 소소한 즐거움까지 채우죠. 하지만 시청각적 즐거움만 바라보기엔 <날씨의 아이>가 보여줄 것이라 기대했던 것은 너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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