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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Aug 21. 2018

<너의 결혼식> 리뷰

당신과 함께 인과 연


<너의 결혼식>

★★★


 여름 성수기 대작들의 접전이 끝나고, 중소 개봉작들의 소소한 다툼(?)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번 주 개봉작이자 경쟁작인 <너의 결혼식>과 <나를 차버린 스파이>는 일찍부터 엄청나게 많은 시사회를 연달아 열며 입소문 확보에 주력했죠. 이 영화를 포함해 꽤 많은 개봉 예정작들을 수 주 전에 미리 관람할 수 있었는데, 시기가 늦어지다 보니 슬슬 가물가물해질 지경입니다.



 고3 여름, 전학생 승희를 보고 첫눈에 반한 우연. 승희를 졸졸 쫓아다닌 끝에 마침내 공식 커플로 거듭나려던 그 때, 잘 지내라는 전화 한 통만 남긴 채 승희가 사라집니다. 그렇게 풋풋하다면 풋풋했던 첫사랑은 끝이 나는 듯 했지만, 우연히 승희의 흔적을 발견한 우연은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승희가 다니는 대학에 합격하게 되죠. 그런데 이게 웬걸, 그녀의 곁엔 예상치 못했던 경쟁자(?)가 있었습니다.


 <피끓는 청춘>의 박보영-김영광이 다시 만났습니다. 정말 간단히 정리하자면 '한국판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가 되겠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올라온, 앞으로 올라올 이 영화의 리뷰들에서 이 비교가 빠진 글을 찾기가 더 어려울 겁니다. 그 안에는 <건축학개론>의 설렘부터 <스물>의 질척함까지, 두 남녀의 삶을 관통하는 연애의 온도에 한국식 정서와 코드를 진하게 녹였습니다. 



 학창시절 운명의 만남부터 파란만장한 굴곡을 하나하나 따라가기에, 안전바를 잡은 승객마냥 가만히 있기만 해도 편한 전개입니다. 사건들은 예측 가능한 동시에 안전합니다. 조연들은 주인공 커플의 연애사를 이어나가고 정당화하기 위해 적당히 이용됩니다. 한계를 다소 아슬아슬하게 넘나들 때도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착하고 순진해야 할 우리의 주인공들이 나쁘게 보일 수 있으니 상황을 억지로 반전시킵니다. 


 목적지는 분명합니다. 모든 장면들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곧게 뻗어 있습니다. 웃길 땐 분명히 웃길 줄도 압니다. 서사보다는 상황에 의지한 웃음이기에 개그를 전부 빼 버려도 기승전결엔 큰 지장이 없지만, 영화의 톤을 벗어나는 이질감은 없습니다. 지나치게 심각해지려는 순간에 적절한 브레이크를 밟습니다. 다분히 김영광의 팬들을 겨냥한 듯한 장면과 연출도 몇 군데 있습니다. 



 사실 <너의 결혼식>에 여느 청춘 로맨스처럼 '누구나 한 개쯤 갖고 있을 추억'이라는 수식을 붙이기는 어려워 보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우연과 승희의 이야기는 특별한 동시에 특수합니다. 누구나 갖고 있어서 교과서적인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이런 것을 상상해봄직하기에 교과서적입니다. 로맨틱 코미디와 인터넷 소설의 무게추에서 전자 쪽으로 기울어지는 데 성공한 판타지입니다. 사족으로, '너의 결혼식'이라는 제목이 최선이었는지는 조금 의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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