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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Aug 10. 2018

<목격자> 리뷰

범죄 신고는 112


<목격자>
★★


 한때의 영광을 뒤로하고(?) 중소 개봉작들을 줄줄이 선보이고 있는 NEW의 신작 <목격자>입니다. <그날의 분위기>의 조규장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죠. <염력>, <바람 바람 바람>, <독전>, <허스토리>에 이어 NEW의 올해 다섯 번째 작품이네요. 아직은 <독전>을 제외하면 조금 서글픈 성적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누가 봐도 제작비 팡팡 쏟아부은 듯한 <안시성>에 총력을 기울이려는 것 같죠. 



 모두가 잠든 새벽, 비명소리를 듣고 베란다에 나간 상훈은 살인사건을 목격합니다. 깜깜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순간, 아내가 잠결에 켠 불에 등골이 서늘합니다. 잔뜩 긴장해 밖을 조심스레 내다본 순간,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자신의 아파트 층수를 세는 범인과 눈이 마주치죠. 언제 다시 찾아와 자신과 가족들을 위협할지 모를 범인의 존재는 상훈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합니다.


 살인 현장을 목격한 사람, 목격자를 본 살인자. 얼핏 흥미로운 구도입니다. 쫓고 쫓기는 그림이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범인은 완벽한 범죄를 위해 목격자를 추격할 것이고, 목격자는 자신과 주변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합니다. 여기에 괜히 복잡한 일에 엮이고 싶지 않은데다가 집값까지 걱정하는 사람들의 이기심, 그 와중에도 일말의 정의에 갈등하는 주인공들을 대비시켜 심리 묘사도 시도합니다.


 

 문제는 대전제에 있습니다. 판이 깔려야 그 위에서 춤이라도 출 텐데 그 뼈대부터 휘청거립니다. 범행 현장을 목격한 상훈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습니다. 찾아온 경찰을 외면합니다. 공권력의 보호를 거부합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전혀 설명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범인은 자신의 뒤를 밟고 있는 이상 신고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범인이 감격해서 쫓아오지 않는다는 보장 따위는 없음에도 하지 않습니다. 


 꽤 주도면밀한 사이코패스처럼 출발한 범인은 어느새 백주대낮에 아파트 단지를 활보하는 용자로 거듭납니다. '목격자를 없애서 완전 범죄를 이루겠다'여야 맞는 동기가 아무런 설명 없이 단순히 '저놈을 죽이겠다'로 바뀝니다. 살인자가 아파트 주민보다 더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상황은 도대체 왜 신고를 하지 않는지 모를 상훈의 행적과 맞물려 영화를 상당히 어리석은 수준으로 끌어내립니다.


 메시지와 교훈을 위해 기승전결을 통째로 희생시켰습니다. 사상누각이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습니다. 살인자와 목격자의 대립은 뒤로한 채 인간의 무한한 이기심을 강조하는 장면들만 요철처럼 튀어나옵니다. 할 말을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상황마저 극단적으로 과장합니다. 경찰은 끝도 없이 무능하고 주민들은 끝도 없이 비인간적입니다. 상식 선에서도 설득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 모든 대전제의 불협화음을 감수한다면, 스릴러로서의 기능은 약소하게나마 해냅니다. 긴장을 형성시켜 유지하는 데엔 별다른 소음이 없습니다. 물론 그것도 결말부 이전으로 한정됩니다. 메시지의 전달을 위해서만 부리는 줄 알았던 억지와 무리수가 줄거리마저 뚫고 들어와 폭발합니다. 정말 설마가 사람을 잡습니다. 토질이 민심만큼만 각박했어도 사태는 예방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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