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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Aug 28. 2018

<서치> 리뷰

스마트한 아날로그


<서치>

(Searching)

★★★☆


 구글 글래스를 써 보니 너무 좋아서 짤막한 영상을 만들었고, 그 다음 날 구글 글래스 홍보 팀에 특별 채용된 남자가 있습니다. 그 뒤에도 영상 제작의 꿈을 내려놓지 않은 그는 할리우드 데뷔를 결심했고, 그렇게 내놓은 결과물이 바로 <서치>죠. 신인 감독 아니쉬 차간티의 첫 작품인 <서치>는 한국계 배우 존 조를 주인공으로 한국인 가족에게 벌어진 이야기를 그렸다는 데에서부터 국내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목요일 저녁, 딸 마고가 걸어 온 세 통의 부재중 전화. 평소 딸과 가까이 지내며 자주 연락했던 아빠 데이빗은 그 후 연락이 닿지 않는 딸이 실종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담당 형사까지 배치되며 마고의 실종은 사건 취급을 받게 되지만,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조사에도 이렇다할 단서들이 나오지 않죠. 데이빗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딸의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이내 자신이 딸을 전혀 모르고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소위 '실험적'이라고 불리는 영화들은 소재와 연출 등 영화의 안과 밖이 시너지를 이루어 하나의 실험 정신을 완성합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블레어 윗치>, 핸드헬드로 촬영된 <클로버필드>, <프로젝트 X>, <크로니클>,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의 컴퓨터 화면으로만 구성된 <언프렌디드: 친구삭제> 등이 그렇죠. <서치> 역시 어느 모로 보나 실험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주기엔 충분한 영화입니다.


 영화의 화면은 러닝타임 내내 촬영 카메라 대신 특정 사물의 모니터로 대체됩니다. 노트북, 컴퓨터, 핸드폰, CCTV, TV 등 여러 장비의 화면을 교차하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죠. 하나의 화면에만 갇혀 있는 부분적인 답답함을 해소하는 동시에 각종 매체가 갖고 있는 특징을 기승전결에 활용합니다. 연출의 창의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해 보려는 시도가 곳곳에 묻어 있습니다.


 

 사실 딸의 실종을 중심으로 한 기본적인 전개가 아주 특별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SF나 판타지로 건너가지 않는 이상 악당 내지는 범인이 정해져 있을 수밖에 없죠. 멋들어진 액션이나 탁월한 추리가 돋보이는 작품도 아니구요. 그러나 <서치>는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대라는 지금의 시점에서만 가능한 방식으로 사건을 전개하고 해결합니다. 거기엔 오로지 최초의 시도이기에 의미가 있는 지향점이 몇 개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대하는 신세대와 구세대의 차이, 특정 사이트 계정의 비밀번호를 잊어버렸을 때 대처하는 방법, 저스틴 비버(?) 등 크고 작은 포인트에서 유머와 공감을 모두 잡습니다. 문명의 한가운데에서 이들을 흡수한 젊은 감독이기에 잡아낼 수 있는 지점들을 놓치지 않습니다. 영리하게도 주인공 데이빗은 디지털 세대의 모든 것이 어색한 사람이라는 설정이기에, 관객들은 어느 쪽에서든 쉽게 몰입할 수 있게 되죠.



 무난함과 특별함 사이의 어딘가에 있습니다. 한 번 보고 나면 비슷한 다른 영화들과 캐릭터 및 사건들이 이리저리 뒤섞여 기억나지 않는 영화도 아니지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며 장르의 새로운 교과서가 되는 영화도 아닙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고두고 언급될 가치와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낸 영화이기도 합니다. 2G 핸드폰이나 삐삐가 등장하는 영화들이 과거의 페이지라면, <서치>는 하나의 책이 된 최초의 사례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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