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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Sep 09. 2018

<상류사회> 리뷰

상류가 코웃음칠 정신 승리


<상류사회>
★★


 2009년 <오감도> 이후 9년만에 복귀한 변혁 감독의 신작, <상류사회>입니다. 박해일과 수애를 필두로 이진욱, 윤제문, 라미란, 김규선이 이름을 올렸네요. 며칠 전 진행된 GV(Guest Visit)에서는 영화와 GV가 종료된 후 다 함께 근처의 호프로 이동해 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맥주 파티가 있었다고 하죠. 영화의 평가가 어찌되었든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으로 남았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에게 인기와 존경을 동시에 받는 경제학 교수 태준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 촉망받는 정치 신인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합니다. 한편 그의 아내이자 미술관 부관장인 수연은 재개관전으로 관장 자리를 노리고 있죠. 그러나 수연의 미술품 거래와 태준의 선거 출마 뒤에 정치권의 어두운 거래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두 사람의 완벽한 상류사회 입성에도 빨간불이 켜집니다. 이에 부부는 각자의 방법으로 판의 새로운 수를 준비하기 시작하죠.

 제목과 내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상류사회>는 물욕과 권력욕으로 가득 차 바늘 하나 꽂을 곳도 없어 보이는 '상류'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한 자리 단단히 꽉 잡고 있는 정재계 인사들이 등장하는, 하나하나 열거하기에도 입 아픈 영화들의 전철을 충실히 따라가죠. 묘사에 신선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가진 건 돈이요 부리는 건 욕심인, 추악하고 엽기적이기까지 한 뒤틀림을 반복해서 내놓죠.



 예전부터 상류가 되고자 꿈꿔 왔던 사람들에게 천금과도 같은 기회가 하늘에서 떨어졌고, 둘은 그걸 놓치지 않으려 분투합니다. 어떻게든 자신의 밥그릇을 내놓지 않으려는 사다리 위의 사람들은 그런 그들의 행보를 자못 재미있다는 듯 지켜봅니다. 도와주는 것 같기도 하고, 이용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내민 손을 보고서도 믿을 수는 없지만 일단은 잘 보여야 합니다. 

 박해일의 태준과 수애의 수연은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저마다의 방식과 신념으로 대응합니다.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특정 시점부터 수연은 마치 두 개의 자아를 가진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일관성이 없습니다. '야망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똑똑한 사람'과 '사서 한 실수로 자멸하는 멍청한 사람'을 오갑니다. 그리고 영화는 후자에 들인 공에 비해 너무 많은 힘을 줍니다.

 보통 음모와 배신이 판치는 구도에서는 각자가 가진 결정적인 패 내지는 수가 중요하죠. 상대를 꼼짝하지 못하게 할 무언가는 이 대결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상류사회>가 갖고 있는 결정타는 후반부 내내 갖게 되는 중요도에 비해 굉장히 게으르게 생성됩니다. 캐릭터의 개성으로 보나 영화의 각본으로 보나 오로지 그 결정타가 되기 위해 난데없이 툭 떨어집니다.



 두 명씩이나 되는 주인공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태준에게서 시작된 기승전결에 어떻게든 수연을 동일한 무게로 관여시키려니 무리수가 나옵니다. 평소에 돈 많은 사람들이 영 아니꼬웠던 듯, 상류는 무조건 나쁘다고 고함치는 영화는 <상류사회>를 제외하고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대립의 시작부터 역전까지 이토록 억지로 끼워맞춘 영화는 없었습니다. 정말로 높으신 분들이 보면 코웃음이나 칠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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