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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Sep 11. 2018

<업그레이드> 리뷰

가성비 스릴러


<업그레이드>
(Upgrade)
★★★★


 <쏘우>와 <인시디어스> 시리즈 등 매니아층에 충실한 작품들의 각본가를 거쳐 <인시디어스 3>로 감독 데뷔를 마친 리 워넬 감독. 그런 그와 저예산 고효율 실험 정신으로 가득한 블룸하우스가 만난 작품이 바로 이번 <업그레이드>입니다. 마블 스튜디오의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혼자 막 나가다가 무기를 착각한 벌쳐의 손에 녹아 버렸던 로건 마샬 그린이 주연을 맡았죠.



 자율 주행 자동차를 비롯한 첨단 기술이 일상이 된 미래, 클래식 자동차 수리공으로 일하던 그레이는 괴한들의 습격으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전신마비가 됩니다. 삶의 의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어진 그의 앞에 옛 고객 에론이 찾아와 은밀한 제안을 하죠. 그를 다시 걷게 해 주는 것은 물론 더욱 대단한 존재로 만들어 주겠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그레이는 인간의 모든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최첨단 두뇌 '스템'의 힘을 빌어 복수에 나섭니다.

 기계 혹은 인공지능 덕에 강화된 인간을 소재로 하는 영화는 흔합니다. 당장 할리우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마블 시리즈의 두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 맨만 해도 그렇죠. 보통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일들을 거뜬히 해내지만, 염력을 사용하거나 맨몸으로 하늘을 나는 등 아주 비현실적인 것도 아닙니다. 때문에 언젠가 어딘가에는 나타나리라는 신기한 상상을 해 볼 수도 있죠.

 <업그레이드>의 인공지능 두뇌 스템은 이식자의 몸을 마치 기계의 부속처럼 활용합니다. 힘과 내구도는 일반 인간과 같지만, 순발력과 활용도에 있어서는 상대가 되지 않죠. 때문에 엄청난 속도와 연계 동작으로 상대를 가볍게 제압하고, 모든 디지털 정보를 흡수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갑니다. 경찰의 도움으로도 단서 부족으로 추적을 시작할 수조차 없었던 사건을 밝혀내기 시작한 것도 스템이죠.



 지금껏 다른 영화들이 보여주지 않았던 볼거리를 꺼낸 영화들은 오로지 그 볼거리 하나만으로 신선도를 유지하기도 합니다. <트랜스포머>의 변신 로봇이 대표적인 사례가 되겠죠. 발전 없이 속편을 거듭하며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쉽지만, 최소한 첫 번째 영화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의 몸이 꼭두각시가 된 것마냥 괴상한 관절기로 엄청난 액션을 이어가는 <업그레이드>의 그레이도 마찬가지죠.

 그리고 과감합니다. 전개에 힘이 있습니다. 주변을 살피지 않고 오로지 목적지만을 향해 달려갑니다. 여기의 8할은 빠르고 정확하며 간결한 액션이 담당합니다. 마치 제작사인 블룸하우스 본인처럼(?)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냅니다. 화면 전환과 카메라 앵글도 한몫씩을 단단히 해냅니다. 스템이 주도권을 가져가는 순간 시점이 제한되고 고정되며 영화가 아닌 비디오게임을 보는 듯 합니다.



 저예산으로 표현할 수 있는 첨단 기술들을 카드 패처럼 잘 갖고 있다가 영화의 긴장감이 떨어질 때쯤 하나씩 절묘하게 꺼냅니다. 손목에서 총알이 나가고 인공지능과 인공지능이 맞붙습니다. '장르적 쾌감'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잘 들어맞습니다. 자잘한 떡밥마저도 놓치지 않고 사건과 영화 전체에 녹여냅니다. <쏘우> 각본가 출신 아니랄까봐 첨가한 유혈과 어떻게 받았는지 모를 15세 관람가 등급의 이질감이 다소 충격적이지만, 영화의 뒷맛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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