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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Feb 07. 2022

<씽2게더> 리뷰

아무튼 음악으로 하나되기


<씽2게더>

(Sing 2)

★★★


 2016년 개봉되어 국내에서도 관객수 170만 명을 모은 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의 <씽>이 돌아왔습니다. 단순히 <씽 2>인 원제와 달리 국내엔 <씽2게더>라는 제목으로 들어왔습니다. 전편의 가스 제닝스 감독이 복귀하고 매튜 맥커니히, 태론 에저튼, 리즈 위더스푼, 토리 켈리, 닉 크롤, 스칼렛 요한슨, 첼시 페레티, 바비 카나베일, 닉 오퍼만, 레티티아 라이트, 할시, 보노, 퍼렐 윌리엄스 등이 목소리 출연했죠.



 대국민 오디션 이후 동네 극장에서 소소한 공연으로 꿈을 좇고 있는 버스터 문과 크루들. 그러던 어느 날 엔터테인먼트의 상징과도 같은 곳인 레드 쇼어 시티의 스카우터가 자신들의 공연을 보러 오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만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그러나 결코 좌절하지 않은 버스터는 기획사 사장 크리스탈을 몰래 찾아가 은둔하는 전설의 스타 클레이를 캐스팅하겠다며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내던지죠.


 비교적 신생이었던 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는 미니언을 앞세워 천문학적인 연속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제작비는 남들의 절반 정도만 들이면서도 전 세계 흥행 수익 10억 달러도 심심찮게 들락거리며 말도 안 되는 기록을 계속해서 써내려갔죠. <마이펫의 이중생활>, <씽>, <그린치> 등 미니언이 없어도 제작비의 10배씩 척척 벌어대던 영화들은 거의 설명할 수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렇게 설명할 수 없는 흥행의 마법은 반대로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마이펫의 이중생활> 1편과 2편은 둘 다 적당히 가볍게 볼만하다는 평가에도 흥행 성적은 정확히 반토막이 났죠. 돈 복사기였던 <슈퍼배드> 시리즈에 비하면 꽤 충격적인 결과였고, 비슷한 프로젝트였던 <씽2게더>에도 걱정이 실렸을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의 만듦새와 연결지어 설명되는 결과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씽2게더>를 본토 정식 개봉 3주만에 아마존 프라임부터 애플TV 등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공개하기로 결정한 데엔 분명 이 이유도 있었을 겁니다. 시국 걱정도 분명히 있겠으나 오프닝 성적은 전편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했죠. 이미 극장 수익만으로 손익분기점은 대충 넘은 것으로 보이지만, 최소한 수치만 놓고 보면 불리해진 실정에 온라인 판매에 성공했으니 한숨 돌렸겠지요.



 본편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이번 <씽2게더>는 코알라 버스터 문과 전편에서 완성된 그의 드림팀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각계각층에서 최고의 재능을 모아 두었으니 남은 것은 탄탄대로를 달리는 것뿐인데, 일단 큰 물에 발이나 담궈야 보는 사람이라도 생기겠지요. 영화 하면 할리우드가 있고 공연 하면 브로드웨이가 있듯, 여기서는 레드 쇼어 시티가 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구조는 단순합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찾아오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우며, 기적이란 반드시 일어나기 때문에 그 존재가 알려져 있다는 온갖 격언들을 적용할 교과서적 전개죠. 능력은 확실하니 앞으로 달릴 용기만 준비하면 장밋빛 미래가 펼쳐진다는 결말입니다. 경우에 따라 정색하고 현실성을 따지고 싶은 구간도 있겠지만, 애니메이션과 음악 영화라는 강력한 무기를 두 개나 들고 있구요.



 어차피 꿈과 희망으로 승부하는 영화인 터라 논리를 따지는 건 아둔한 짓입니다. 그렇다고 그 외의 영역들에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죠. <씽2게더>는 전반적으로 <슈퍼배드 3>와 같은 장점이자 단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속편의 여지가 많지 않은 각본을 잡아늘린 영화의 전형이죠. 중심을 잡는 이야기 없이 서로와 섞이지 않는 에피소드의 나열과 반복으로 러닝타임을 채우는 구성입니다.


 <슈퍼배드 3>에서 쌍둥이 동생과 티격대는 그루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이야기에 유니콘 찾으러 떠난 아그네스까지 보여주며 시간을 때웠던 것과 같습니다. 죽기 싫으면(...) 캘러웨이를 데려와야 하는 버스터의 위기가 중심이 되어야 하지만, 춤 배우는 조니, 첫사랑에 설레는 미나,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은 로지타, 아픔을 이겨내야 하는 캘러웨이 등 동시에 진행되는 사건이 너무 많습니다.



 픽사나 디즈니 영화였다면 디즈니 플러스 미니시리즈로 돌렸을 에피소드들이 본편에 죄다 들어가 있는 격입니다. 능숙하게 비중을 조절해 기승전결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쓸데없다면 쓸데없는 부분까지 다 보여주는 통에 정작 길고 깊게 보여주어야 할 구간을 별 준비도 없이 들이대는 순간이 많죠. 애쉬와 캘러웨이의 관계는 난데없고 크리스탈은 따져 보면 피해자나 다름없습니다.


 그렇게 뭔가 어정쩡할 때마다 음악이 나섭니다. 가사를 전부 알아듣지 못해도 듣는 순간의 감정만으로 많은 사람들을 하나되게 만드는 것이 음악의 힘일 텐데, 바로 그 특징을 전면에 내세우죠. 원래는 이 다양한 캐릭터들의 사연을 하나로 묶는 것이야말로 음악의 역할임을 강조하는 것 같지만, 어째 서로 섞이지 않는 에피소드들의 접착제로 사용하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비중을 너무 골고루 배분한 통에 누구도 주인공이라고 하기 애매합니다. 버스터야 그렇다치고 조니, 미나, 애쉬 등 전편에서 그나마 주연급이라고 할 수 있었던 캐릭터들도 이번엔 어딘가 조금씩 모자라죠. 그러면서도 포르샤나 수키, 누시 등 처음 나오는 캐릭터들까지도 챙겨주려니 당연히 시간이며 집중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언급한 이 특징들은 동일한 이유로 강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오는 인물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모두 궁금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느 한 곳에서 질질 끌지 않고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가는 대담함이 필요한 사람도 있겠지요. 좀 심심할 때쯤 나오는 명곡 하나씩 들으면서 역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런 수요라면 또 충실한 영화인 것은 맞으니까요.



 이렇듯 영화의 핵심이자 뿌리가 되는 각본보다는 그를 둘러싼 재료들이 승부처가 되는 영화입니다. 미니언으로 이보다 더 클 수 없는 재미를 본 탓에 캐릭터 디자인에 계속해서 매몰되고 싶겠지만, 아직 다다르지 못한 영역에 도전하는 모습도 분명히 필요하죠. 애초에 <씽> 시리즈의 지향점이 바로 도전이기도 하구요. 그래도 아주 조금씩은 방향성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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