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킴지 Feb 07. 2022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 리뷰

자란 만큼 잘하려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

(Clifford the Big Red Dog)

★★★


 노먼 브리드웰의 동명 동화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월트 베커 감독의 신작,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입니다. 아역배우 다비 캠프를 주인공으로 잭 화이트홀, 존 클리즈, 아이작 왕, 시에나 길로리, 토니 헤일 등이 이름을 올렸죠. 본토에서는 작년 11월 중순 극장 개봉과 동시에 파라마운트 플러스로 공개되었고, 국내엔 한 차례의 연기를 거쳐 12일 개봉 예정입니다.



 뉴욕의 아파트로 이사 온 12살 소녀 에밀리. 엄마의 출장으로 철없는 삼촌 케이시에게 맡겨진 에밀리는 산책 중 신비로운 동물 구조 센터에 들어가게 되고, 운명처럼 작고 빨간 강아지 클리포드를 만납니다. 주는 사랑만큼 자랄 것이라던 클리포드는 하루아침에 3m가 넘게 커지며 순식간에 뉴욕의 유명인사가 되고, 엄마에게 혼나지 않으려는 에밀리와 클리포드를 쫓는 기업의 추격전이 시작되죠.


 줄거리만 얼추 보아도 어린이를, 정확히는 유아를 위한 영화임이 명백합니다. 강아지가 그냥 새빨갛다고만 해도 충분히 신기한데(?), 예뻐할수록 커진다면서 하루만에 코끼리만큼 커집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출동해야 할 것 같은 사건의 규모에도 우리의 주인공은 엄마한테 안 들키는 것이 영화 최대의 목표입니다. 악당으로 등장하는 굴지의 생명공학 기업 사장은 만화영화 악당 정도의 움직임에 만족하죠.



 딱 거기서 만족하는 영화입니다. 제아무리 어린이들을 타겟으로 한들 대부분의 실사 영화들은(가끔은 애니메이션들이 더욱) 최소한 그 어린이들을 극장으로 데려온 부모까지도 어느 정도는 포괄하려고 하는데,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은 자기 전에 읽어주는 동화책 정도의 규모와 설득력에서 멈추죠. 차라리 애니메이션 극장판이었다면 모를까, 실사라니 조금 의아한 선택이긴 합니다.


 이를 인지한 배급사 롯데 엔터테인먼트에서도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을 더빙판으로만 개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작년 8월 개봉되었던 <퍼피 구조대 더 무비>와 똑같은 행보지만, <퍼피 구조대>는 애니메이션이었죠. 아무래도 더빙의 이질감은 실사 쪽에서 더 두드러지는 편인데, 자막판은 2차 시장이나 파라마운트 플러스의 국내 진출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게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름의 인정과 사랑의 위대함을 이야기합니다. 사랑이란 이유 없이 피어나고, 주면 줄수록 아름다우며, 한 번 준 이후엔 어떤 방식으로든 영원히 남습니다. 클리포드는 여기서 가리키는 사랑의 실체화된 존재겠구요. 천방지축으로 사고만 치고 다녀도 어쨌든 사랑스러움으로 모두의 마음을 홀리니 미워할 수 없습니다.


 주인공 에밀리는 극장을 찾은, 부모님의 허락으로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쯤 키우고 싶은 우리 친구들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어린이들의 시선에서 진행되기에 털이 날리고 밥을 먹이고 뒤처리(...)도 해 줘야 하는 비교적 현실적인 문제들은 일부러 배제되어 있죠. 기껏해야 너무 커진 덩치를 감당하지 못해 집기를 때려부수는 정도(?)입니다.


 이 방향성은 에밀리가 어른들의 앞에 당당히 서서 자신의 내면과 포부를 밝히는 마지막 장면에서 정점을 찍습니다. 어린이라고 할 말이 없는 것이 아니고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를 모두의 앞에 서서 부끄럽지 않게 말할 용기 정도는 낼 수 있어야 한다며 마냥 어린이들의 편을 들지만도 않죠. 코끼리만한 강아지를 만날 일이야 없겠지만,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기회는 빨리 연습할수록 좋을 테니까요.



 목표 연령대가 이렇게까지 낮고 특정한 영화도 오랜만입니다. 감독 전작이 <앨빈과 슈퍼밴드> 시리즈의 마지막편이었는데, 그 영화만 해도 노리는 관객 범위가 이것보다는 넓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어쨌든 어정쩡하게 성인 관객들까지 포괄했다가 유치하다는 평가에 무너져내리는 것보다야 당연히 유치해야 할 영화가 유치한 쪽으로 나아간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씽2게더>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