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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Oct 11. 2018

<스타 이즈 본> 리뷰

불협과 화음


<스타 이즈 본>
(A Star Is Born)
★★★☆


 아카데미상 후보와 어벤져스 멤버를 오가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는 브래들리 쿠퍼가 이번엔 감독에 도전했습니다. 정확히는 감독과 각본, 주연까지 1인 3역을 맡았죠. 그것도 카메오급 출연을 제외하면 주연급에서의 연기는 처음인 레이디 가가와 함께했습니다. 지난번 방청을 다녀온 코난 쇼 덕에(하하) 놓칠 수 없었던 <스타 이즈 본>이죠.



 끝날 것 같지 않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톱스타 잭슨 메인. 여느 날처럼 술을 찾던 그는 우연히 노래에 놀라운 재능을 가졌지만 외모에는 자신이 없는 무명 가수 앨리의 공연을 보게 됩니다. 운명처럼 그녀에게 빠져든 잭슨은 세상 모든 사람에게 앨리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어합니다. 그렇게 잭슨과 앨리는 함께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만, 유년 시절의 상처와 현재의 고뇌에 잭슨은 점점 무너져내리기 시작합니다.

 <스타 이즈 본>은 1954년작 <스타 탄생>의 두 번째 리메이크작입니다. 54년작엔 주디 갈랜드와 제임스 메이슨이, 첫 번째 리메이크였던 76년작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 출연했죠. 세 편은 주인공의 이름이나 결말 등이 조금씩 같거나 다릅니다. 54년작부터 원제는 <A Star Is Born>으로 모두 같지만, '스타 탄생'이 워낙 괜찮은 번역이었던 터라 전혀 다른 제목임에도 <스타 탄생>으로 수입된 영화들이 꽤 많습니다.



 <스타 이즈 본>은 잭슨과 앨리라는 두 인물의 일대기를 따라갑니다. 톱스타 대 무명 가수로 서로를 전혀 몰랐던 시점부터, 변화무쌍한 사랑을 겪어나가는 과정까지 모두 조명하죠. 관객들은 둘의 연애사와 인생사를 충실히 함께하며 각자의 입장에 설 기회를 갖습니다. 음악과 노래는 좀처럼 섞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감정을 하나로 뭉치는 묘약입니다. 그 마법은 잭슨과 앨리는 물론 제 3자인 관객마저 끌어들이죠.

 캐릭터와 사건의 설정은 의외로 전형적입니다. 앨리는 잭슨의 천재적인 재능과 천부적인 매력에 이끌립니다. 그와 함께하며 예전엔 꿈꿀 수 없었던 자리에 오릅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잭슨은 예전부터 갖고 있었던 중독 증세를 내려놓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시대의 흐름마저 잭슨을 외면합니다. 그렇게 지는 별과 떠오르는 태양이 된 연인은 처음 만났을 때와는 꽤 다른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지만, 사랑의 힘을 다시 한 번 믿습니다.



 <스타 이즈 본>엔 지향점이 빠져 있습니다. 잭슨과 앨리의 환상적인 앙상블이 돋보이는 'Shallow'는 영화의 초중반부에 마력을 다합니다. 클라이막스를 장식할 결정적 한 방이 부재합니다. 후반부의 대부분은 캐릭터와 그들이 빚는 사건에 집중하느라 괜찮은 음악을 들려 줄 생각이 아예 없습니다. 좋은 음악이 나오는 영화는 맞지만, 음악 영화로 분류하기엔 애매합니다.

 제목이 '스타 탄생'이라면 주인공은 앨리여야 맞을 겁니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 준 장면과 설정들을 하나하나 놓고 따져 보면 주인공은 잭슨 쪽이 더 가깝습니다. 앨리의 성공 가도가 펼쳐지는 순간에도 영화는 그를 바라보는 잭슨의 감정과 반응에 집중합니다. 거기에 이복 형과의 관계마저 집어넣으며 잭슨의 캐릭터를 더 깊이 탐구하게끔 합니다. 그런데 후반부엔 노선을 틀어 앨리에게 스포트라이트를 급하게 넘깁니다. 그렇게 주인공은 잭슨도, 앨리도, 잭슨과 앨리도 아니게 됩니다.

 이제 막 톱스타 반열에 오르는 사람보다는 그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 사람의 머릿속에 
좀 더 많은 영화적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할 이야기도 더 많고, 보여줄 이야기도 더 많습니다. 하지만 과감하지 못했습니다. 각본이 갖고 있는 훌륭한 재료들을 들고 어느 한 쪽을 차마 버리지 못한 듯 싶습니다. 그러나 음악은 결국 그런 이성적 판단을 감성의 폭포수로 가려 버리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브래들리 쿠퍼의 노래와 레이디 가가의 연기는 모두 기대 이상입니다(왜인지 디즈니는 가가의 이 연기에서 <인어공주> 실사판의 우르슬라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는 무난한 데뷔작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습니다. 여담으로 예고편을 보며 브래들리 쿠퍼가 왜 저렇게 샘 엘리엇처럼 웅얼거리나 싶었는데, 샘 엘리엇이 형으로 등장해서 깜짝 놀랐더랬습니다. 아마 샘 엘리엇이 웅얼거리지 않을 수 없어 브래들리 쿠퍼가 웅얼거리기로 한 게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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