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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Aug 28. 2022

<슈퍼 펌프드: 우버 전쟁> 리뷰

폭주기관차의 속도 위반


<슈퍼 펌프드: 우버 전쟁>

(Super Pumped: The Battle for Uber)

★★★


 본토에는 TV 채널 쇼타임(Showtime)을 통해 방영되었으나 국내엔 티빙-파라마운트 플러스를 통해 스트리밍 공개된 TV 시리즈, <슈퍼 펌프드: 우버 전쟁>입니다. 조셉 고든 레빗, 카일 챈들러, 우마 서먼, 엘리자베스 슈, 바박 타프티 등이 이름을 올렸죠. 심지어 에피소드 곳곳에 등장하는 내레이션은 바로 그 쿠엔틴 타란티노가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택시 하나 잡기도 이렇게 어려울 수가 없어 고통받던 청년 트래비스 캘러닉은 실리콘 밸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고 가장 파괴적인 스타트업 우버를 창업합니다. 여느 타고난 청년 기업가가 그러하듯 엄청난 카리스마와 화술로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투자를 끌어오고, 그 덕에 우버는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죠. 그러나 모든 신화엔 그림자가 있고, 이 그림자는 몸통을 집어삼킬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훌루에서는 엘리자베스 홈즈의 테라노스 이야기로 <드롭아웃>을, 애플TV에서는 아담 뉴먼의 위워크 이야기로 <우린폭망했다>를 만들었습니다. 쇼타임이 고른 건 트래비스 캘러닉의 우버였죠. 국내에서야 도입 단계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은 뒤 다른 국가들처럼 제대로 된 정식 서비스를 하지는 못했지만, 미국 여행만 가더라도 쏠쏠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인지라 세 개 중에서는 가장 친근한 이름입니다.



 다만 <슈퍼 펌프드>는 청년 창업가를 다룬 여느 영화들과는 이야기를 전개하는 시점이 조금 다릅니다. 보통은 꿈 많고 야망 많던 누군가가 일생일대의 기회를 연속적으로, 그리고 성공적으로 붙잡으며 세계 최고의 자리에 가까워지는 곳에서부터 출발하죠. 위에 언급한 두 작품이나 마크 주커버그의 페이스북 이야기를 다루었던 영화 <소셜 네트워크> 등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슈퍼 펌프드>는 정확히 이야기하면 청년 트래비스 캘러닉이 아니라 우버 CEO 트래비스 캘러닉에게 주목한 작품입니다. 창업 이야기는 회상 비슷하게 나오기는 하지만, 이미 우버를 차린 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곳에서 출발하죠. 7부작으로 다루기에는 더 앞에서 출발할 여유가 없었다고 판단했을 수도, 별다른 이야깃거리가 없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에피소드의 대부분은 트래비스 캘러닉이 우버의 절대적인 결정권자로 내리는 선택과 판단을 다루고 있습니다. 트래비스는 아직도 배가 고픕니다. 일생일대의 투자를 몇 번이고 받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창업가가 되었음에도 그는 신화적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습니다. 개인 비행기가 아니라 개인 격납고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입니다. 구글, 페이스북이 했다면 자신도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가득합니다.


 그에게 야심은 곧 투지입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면, 우버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하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방해하는 것이 있다면 모두 하루아침에 걸림돌로 규정합니다. 큰 그림을 봐야 하고 1분이라도, 1초라도 빨리 달려가야 하는데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우버의 모든 구성원은 자신처럼 생각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으니 속이 터져 죽을 것 같습니다.



 제목인 'Super Pumped'는 여기서 나온 표현입니다. 매끄럽게 번역하자면 '굉장히 흥분한' 정도가 되겠죠. 트래비스는 우버 사무실 한가운데에 서서 직원들을 향해 네놈들은 나처럼 굉장히 흥분해 있지 않다며 불같이 화를 냅니다. 왜 다들 자신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선봉에 서고 리더가 되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선봉에 서거나 리더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슈퍼 펌프드>는 바로 그 지점에 주목하는 시리즈입니다. 여러 에피소드에 걸쳐 트래비스는 일련의 선택들을 내립니다.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기로, 애플 앱스토어와 팀 쿡을 속이기로, 경쟁사 직원을 빼내기로, 사내 성추행 및 성희롱을 무시하기로 선택하죠. 이유은 동일합니다. 우버는 성장해야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레일이 없으면 자라나는 새싹이라도 뭉개며 질주하는 폭주기관차죠.



 범죄와 논란거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합니다. 하나하나 따져 보면 굴지의 기업을 무너뜨릴 만한 심각한 범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성공을 빌미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도 아닙니다. 트래비스는 지금 성공해서 모두가 우러러보는 사람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같은 길을 걸었다며 죄책감 따위 없이 기세등등합니다. 자신감이고 카리스마였던 것이 만용이자 고집으로 바뀌는 데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은 잘한 것을 높이 사서 힘을 실어줄지, 놓친 것을 눈여겨보아 제동을 걸지 선택해야 합니다. 확실한 것이 있다면 트래비스는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죠. 시청자들은 같은 사건들을 여러 조연들의 눈과 입장을 빌려 바라볼 수 있습니다. 카일 챈들러의 빌 걸리, 케리 비셰의 오스틴 가이트, 바박 타프티의 에밀 마이클, 존 바스의 가렛 캠프, 우마 서먼의 아리아나 허핑턴 등이죠.



 이들은 트래비스의 사업적 아군이기도, 사업적 적군이기도, 혹은 둘 다이기도 합니다. 친구이기도 하고 스승이기도 하며 전, 현 연인이기도 합니다. 인종, 성별, 처지도 다 다른 이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트래비스의 능력을 인정한다는 점이죠. 그러나 각기 평가하는 지점과 정도가 다르기에 같은 사안에도 다른 의견을 내고 다른 입장을 취합니다. 시청자 입장에선 자신과 가장 가까운 인물을 고를 수 있죠.


 중후반부 에피소드는 이 작업의 반복입니다. 트래비스가 무언가 논란의 여지가 아주 충분한 행동을 하거나 사고를 치고, 굵직한 주조연들이 그에 대처합니다. 트래비스와 이들의 행동에 따라 적절하게 해결될 때도 있지만, 종종 더 큰 문제로 번지거나 그 다음 잘못된 선택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우버를 키워야 한다는 외침은 서서히 리더의 다짐에서 독불장군의 자기변명으로 변모해 가죠.



 거기에 우버와 무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집중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대표적으로 트래비스의 연인들 이야기가 있는데, 한 번 언급하며 스쳐가는 이야기도, 그렇다고 극에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그리고 다른 조연들처럼 특정한 사안에 대해서 스스로의 의견을 내는 인물도 아닌지라 비중 자체가 일관성에 꽤 방해가 됩니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따라가고 싶었던 듯 온갖 쿨하고 힙한 척하지만 영 어설픈 편집과 내레이션도 한몫합니다. 새 등장인물이 나오면 화면을 갑자기 멈추고 '천하의 개자식'쯤 되는 형형색색 비속어 자막을 채우며 침 튀기는 내레이션이 들어오는데, 제아무리 쿠엔틴 타란티노의 목소리를 빌렸다 한들 혼자만 신나 보이는 순간이 많죠. 뜬금없이 카메라를 쳐다보며 제 4의 벽을 깨는 연출도 마찬가지구요.



 이래저래 종합하면 방향성이 다소 어중간한 작품입니다. 우버 이야기와 트래비스 캘러닉 이야기 사이, 전기 영화와 고발 영화 사이, 치켜세우는 영화와 끌어내리는 영화 사이에서 일어서지도 못하고 앉지도 못한 어정쩡한 자세를 유지하죠.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많기는 하나 대부분은 실화 그 자체의 힘인 듯하고, 연출 쪽의 고유한 시도들은 의도한 결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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