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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Aug 28. 2022

<DC 리그 오브 슈퍼-펫> 리뷰

정의의 동물농장


<DC 리그 오브 슈퍼-펫>

(DC League of Super-Pets)

★★★


 메인 유니버스 영화 빼고는 얼추 괜찮은(?) DC와 워너브라더스의 신작, <DC 리그 오브 슈퍼-펫>입니다. 자레드 스턴과 샘 레빈이 메가폰을 잡고 드웨인 존슨, 케빈 하트, 디에고 루나, 존 크래신스키, 케이트 맥키넌, 키아누 리브스, 올리비아 와일드, 벤 슈와츠 등이 목소리 더빙을 맡았죠. 국내엔 하하, 정준하, 이미주 등이 더빙을 맡아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구요. 국내엔 지난 8월 10일 개봉되었습니다.



 하룻강아지 시절, 슈퍼맨과 함께 크립톤 행성에서 지구로 오게 된 슈퍼 독 크립토. 환상의 콤비 슈퍼맨과 힘을 합쳐 메트로폴리스를 지키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악당 렉스 루터와 기니피그 룰루의 계략으로 슈퍼맨과 저스티스 리그의 영웅들이 위험에 처합니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초능력을 잃어버리고 만 크립토는 어쩌다 슈퍼 펫이 된 유기동물 동료들과 함께 초인들을 구하러 나서죠.


 원작의 그린 랜턴 시리즈만 들여다봐도 온 우주의 온갖 생물체는 물론 단세포들까지 그린 랜턴의 힘을 갖고 있는데, 슈퍼맨의 힘을 가진 개 정도면 없을 리가 없습니다. 원작 코믹스에서 크립토가 처음 나온 것만 해도 무려 1955년이라고 하죠. 카툰 네트워크 등에서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된 적은 있어도 이렇게 극장에 상영되는 영화에 나오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DC와는 <블랙 아담>으로 연말 다시 한 번 극장가를 찾을 예정인 드웨인 존슨이 크립토 목소리를 맡았으니 누가 봐도 주인공이지만, 각본을 잘 살펴보면 크립토는 일종의 주인공 시점 정도에 가깝습니다. 진정한 주인공은 매일같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다가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 덕에 저스티스 리그에 버금가는 초능력을 얻게 된 보호소의 유기 동물들이죠.


 초능력 자체에 집중하곤 하는 작품들이 따라가는 길을 비슷하게 따라갑니다. 초능력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쪽은 초능력을 잃고, 평생 초능력은커녕 평범한 것도 꿈으로만 꿔야 했던 쪽은 초능력을 얻습니다.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려던 쪽은 동료의 의미를 깨닫고, 하루하루 어차피 다 똑같다며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쪽은 의지와 마음가짐의 의미를 깨닫죠.



 직접 입장을 바꿔 보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었던 서로의 처지를 경험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전개입니다. 소재가 말 그대로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 덕분에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초능력이다 보니 양쪽을 오가기도 쉽죠. 거기에 DC 코믹스와 저스티스 리그 소재를 끼얹으면 즐길거리도 저절로 생기니 남녀노소 누구나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 한 편 뚝딱 완성입니다.


 다만 꽤나 표면적인 구도인지라, 캐릭터를 파고들기보다는 일부 장면들의 볼거리에 더 크게 의지하고 있습니다. 온 몸이 무기가 되어 거리를 휩쓸고 다니는 고양이나 다 같이 힘을 합쳐 악당과 맞서는 맨 마지막 장면 등이 대표적이죠. 의외로 돈 잔뜩 들인 여느 애니메이션들처럼 영혼을 갈아넣어 만들어낸 총천연 하이라이트도 없이 무미건조하게 흘러가는데, 9천만 달러의 애매한 제작비 탓인가 싶기도 합니다.



 캐릭터 쪽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이유라고 하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인지도가 보장되는 인기 캐릭터들을 잔뜩 짊어지고 있어서겠지요. 슈퍼맨 능력을 쓰는 강아지가 나오고 목소리가 드웨인 존슨이면 누구나 그러고 싶은 유혹이 일겠지만, 그렇다고 진짜 노력을 하지 않아 버리니 모든 캐릭터가 꽤 평면적입니다. 갖고 있는 초능력을 이용한 코미디 정도에나 이용될 뿐이죠.


 애초에 엄청난 깊이를 노리고 만든 작품도 아니기는 합니다. 근래 영화들 중 비슷한 결을 찾자면 피에르 페리펠 감독의 <배드 가이즈> 정도가 있겠지요(어디서나 기니피그가 문제). 심지어 영상미나 개성만 놓고 보면 <배드 가이즈> 쪽이 좀 더 나은데, <DC 리그 오브 슈퍼-펫>은 구간에 따라 TV용 애니메이션과 극장용 애니메이션 사이를 오가는 인상이 강합니다. 들어있는 메시지도 마찬가지겠구요.



 동물 캐릭터는 동물 캐릭터대로, 인간 캐릭터는 인간 캐릭터대로 무미건조합니다. 최후반부 다 같이 힘을 합쳐 한 마디씩 하는 장면 정도를 제외하면 DC 영화라는 느낌도 딱히 잘 살아있지는 않아서 원작 캐릭터와 화려한 배우진이 과해 보이기도 하죠. 뒤돌아서면 잊어버릴 영화지만, 한편으로는 흥행만 적당히 하면 시리즈로 무한정 찍어낼 수 있는 영화인지라 최종 성적을 살펴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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