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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Nov 15. 2018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리뷰

제목만큼 중구난방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Fantastic Beasts: The Crimes of Grindelwald)
★★☆


 <죽음의 성물>로 마침표를 찍는 듯했던 해리 포터 시리즈는 <신비한 동물사전>으로 완전히 새로운 막을 열었습니다. 흥행과 성공은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세계 각국의 마법 세계를 선보이겠다는 선언은 팬들을 매료시켰습니다. 1편부터 야심차게 5부작을 예고한 것은 물론 에디 레드메인, 콜린 파렐, 조니 뎁, 에즈라 밀러, 주드 로 등 화려한 배우진까지 하나하나 추가하고 있네요. 



 뉴트의 활약 덕에 강력한 어둠의 마법사 겔러트 그린델왈드는 미국 마법부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이내 장담한 대로 탈옥에 성공한 그는 새로이 추종자를 모으기 시작하죠. 그린델왈드는 순혈 마법사들을 모아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배하려 하고, 이에 알버스 덤블도어는 그가 총애했던 제자인 뉴트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놀랍게도 사라진 줄만 알았던 크레덴스가 있습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경우 각 편의 제목에 'and the'가 들어가며 '해리 포터와~'로 번역되는 게 맞았지만, <신비한 동물사전>은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1편도 <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의 의역이었고, 2편은 아예 'and the'가 없음에도 국내판은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라는 제목이 되어 버렸죠. <Fantastic Beasts>라고 부르기로 한 시리즈의 <The Crimes of Grindelwald>라는 영화로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더 이상 이 시리즈는 뉴트 스캐맨더와 신비한 동물들이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 시리즈가 5부작이 될 거라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우려되었던 부분이기도 하죠. 그린델왈드의 등장과 마법 세계의 더 큰 혼란을 예고해 놓고서는 동물학자와 귀엽고 신기한 생물들을 계속 보여주는 것도 이상한 그림이 될 테니 말입니다.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시리즈의 세계관을 뉴트 스캐맨더에게서 최대한 떨어뜨려 놓는 도개교 역할을 하는 영화입니다. 덤블도어와 뉴트를 비롯한 선의 편, 그린델왈드와 추종자들을 비롯한 악의 편이 각자의 자리에 서게 되는 과정을 그립니다. 선과 악의 대결을 다룬 여느 영화라면 독립된 영화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다음 편의 예고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고도 남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억지로 최후반부 클라이막스를 만들어냅니다. 지나치게 화려한 CG를 한데 몰아넣어 장면의 스케일을 강제로 끌어올립니다. 눈속임에 불과합니다. 동네 은행을 터는 도둑질 영화가 금액만 수천억으로 부풀리는 격입니다. 심지어 멀지도 않은 길을 수없이 돌고 돌아 도착해서 보여주는 광경입니다.



 <그린델왈드의 범죄>의 가장 큰 패착은 캐릭터에 있습니다. 너무 많습니다. 모두를 챙기려다 아무도 챙기지 못합니다. 그러던 중 각본의 지향점도 잃어버립니다. 이제는 보내야 할 캐릭터들을 하나도 보내지 못한 채 새로운 사람들만 잔뜩 불러들였습니다. 뉴트, 크레덴스, 제이콥, 퀴니, 티나, 그린델왈드에 이어 테세우스, 덤블도어가 더해진 것은 물론 현재와 과거까지 뒤섞입니다.

 필요없는 캐릭터가 많아지니 이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자연스레 필요없는 장면이 됩니다. 짧은 대화로 넘겨야 할 장면들을 회상 장면으로 늘립니다. 빠져야 하는 사람들을 커진 무대에 억지로 데려가려 새로운 개성과 설정을 부여하고, 이것들은 이것대로 개연성이 떨어집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와는 물론 바로 전 1편과의 일관성도 구멍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퀴니와 제이콥, 뉴트와 레타의 로맨스는 그러지 않아도 바쁜 기승전결의 집중을 흩뜨립니다. 사랑의 위대함을 조심스레 직조해 커다란 감정적인 동요를 선사하는 것도 전혀 아닙니다.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고, 설정을 위한 설정입니다. 심지어 뉴트가 동물들을 돌보는 장면들마저도 사족입니다. 그러면서 정작 필요하고 보여주어야 하는 이야기는 대화로 넘깁니다. 딴 짓과 딴 생각만 초중반부 내내 반복하다가 갑자기 마지막 순간에 조연 두어 명의 빠른 대화로 모든 퍼즐을 맞춰 버립니다. 



 시리즈의 상징인 마법마저도 발목을 잡습니다. 말 그대로 '마법처럼' 각본의 빈 자리를 제멋대로 채웁니다. 이 장면과 저 장면의 연결고리는 논리적 기승전결 대신 단 한 마디 마법으로 해결합니다. 길거리에서 읊은 마법은 전날 벌어진 사건의 추리를 대신하고, 누군가 물건에 건 마법은 그 주인을 찾아내 추적하는 노력을 대신합니다. 긴장과 노력이랄 것이 필요가 없습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마법 사용이 비교적 서툴렀고, 능숙한 사람들의 등장은 특정한 상황(전투 장면 등)에 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에선 모두가 능숙한 성인들이죠. 일상의 아주 세세한 곳까지 마법이 들어차 있습니다. 별도의 주문을 필요로 하지 않는 별의별 마법들이 쏟아집니다. 그러다 보니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장면이 아둔해지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장면이 아둔해지면 그 장면 속의 캐릭터들도 같은 취급을 받습니다. 순간이동 대신 마차를 타고 이루어지는 죄수 호송 장면, 서가를 사용할 줄 몰라 하나하나 찾으며 기어오르는 장면, 천하의 마법부 보안이마법사 한두 명의 장난에 무너지는 장면 등 다양합니다. 영국과 호그와트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무대를 밟기 시작하자마자 버거워하는 것이 눈에 띕니다.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대결 이외의 모든 구성 요소들은 해리 포터 시리즈와 1편의 불필요한 팬서비스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뉴트를 집어넣기 위해 신비한 동물들을 끼워넣고, 신비한 동물들을 끼워넣기 위해 뉴트가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을 끼워넣습니다. 세상의 명운이 걸린 일에 웬 마법 괴물들이 자꾸 출몰합니다. 이쯤 되면 이 대결의 출발점을 뉴트와 신비한 동물들로 잡은 선택부터가 잘못되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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