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킴지 Nov 03. 2018

<보헤미안 랩소디> 리뷰

형식이나 내용 없이 자유로운


<보헤미안 랩소디>
(Bohemian Rhapsody)
★★★


 퀸, 그리고 프레디 머큐리. 인류 역사상 최고의 뮤지션이자 아티스트를 꼽으라고 한다면 빠지지 않고 들어갈 그 이름이 드디어 할리우드를 만났습니다. 당초 <보랏>의 사차 바론 코헨을 필두로 수 년 전부터 진행된 프로젝트였지만, 관람등급을 비롯한 연출 의견 차이는 물론 감독 브라이언 싱어의 하차까지 겹치며 오랜 기간 지체되었습니다. 그렇게 주연배우 교체까지 이루어진 <보헤미안 랩소디>가 탄생했습니다.



 공항에서 수하물 노동자로 일하며 음악의 꿈을 키우던 이민자 출신의 아웃사이더, 파루크 불사라. 마침 보컬을 구하던 동네 밴드에 들어간 그는 이름까지 '프레디 머큐리'로 개명한 뒤 퀸을 이끌게 됩니다. 언제나 진화하는 스타일과 화려한 퍼포먼스를 상징으로 하는 퀸은 승승장구하지만,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 여겼던 프레디의 삶은 결코 순탄치 않습니다.

 프레디 머큐리를 주인공으로 한 퀸의 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이 나온지도,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예고편 덕에(...) 종종 듣곤 했던 'Bohemian Rhapsody'의 흥이 빠진지도 한참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공개된 <보헤미안 랩소디>의 티저 예고편은 잊고 지냈던 그 에너지를 되찾을 기회였죠. 퀸의 명곡들을 섞거나 이어붙인 배경음만으로도 영상의 전율은 어마어마했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선사하는 뽕(?)의 원천은 단연 노래입니다. 시간이 지나며 가치와 깊이를 더하는 곡들을 극장 스피커로, 공들여 재구성한 무대로 다시 들을 수 있다는 데에서 이미 의의를 다합니다. 마지막에 펼쳐지는 라이브 에이드만으로도 재관람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무대 위에 서면 두려울 것이 없다던 프레디 머큐리의 선언과 그 진동은 스크린을 넘어 전해집니다.



 하지만 무대와 곡을 제외하면 다소 애매합니다. 주인공은 프레디 머큐리가 맞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퀸으로서의 프레디와 인간으로서의 프레디 사이에서 방황합니다. 두 이야기의 성격은 굉장히 다릅니다. 전자에선 동료들과 내는 예술가들의 시너지, 열정과 천재성이 돋보입니다. 후자엔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던 사랑, 잊고 싶었던 출신 성분이 따라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이걸 한 곳에 모두 담으려 했습니다.

 담아낸 모양조차 딱딱하기 그지없습니다. 프레디 머큐리의 어느 조각도 진득하게 보여주지 못합니다. 본격적인 집중을 하려고 하면 건너뛰거나 '얼마얼마 뒤'라는 자막으로 대체해 버리기 일쑤입니다. 때문에 프레디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들에 '굳이 필요하지 않은'이라는 꼬리표가 달립니다. 워낙 중구난방이기에 뭘 빼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뭘 넣어도 일관성이 없습니다. 

 캐릭터들의 감정을 따라가기도 어렵습니다. 자리를 박차거나 진지하게 화를 내기 시작한 뒤에야 이들이 이전부터 감정이 상해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서로 여유를 부리며 수 싸움에 들어간 줄 알았더니 그냥 일방적인 말다툼으로 끝나 버립니다. 심지어 이 순간이 마지막 모습이 된 캐릭터들도 왕왕 있어 조연들의 소모적인 면은 더욱 강조됩니다. 



 실제로 보헤미안 랩소디 앨범을 반대하던 제작자는 허구의 인물이고, 연인 메리와의 만남은 소개로 이루어졌습니다. 실화에서 각색된 지점들은 대부분 영화의 극적인 순간을 더하기 위해 진부함의 공식을 거쳤습니다. 인물별, 사건별 비중이 잘못되었다는 말도 모자라 어떻게 배분해야 할지 갈피조차 잡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엉키기 시작해 정말 꼬인다 싶을 땐 곧바로 새 곡과 새 명대사를 던져 위기를 모면합니다. 조금 치사하긴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완벽한 타인> 리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