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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May 05. 2018

<챔피언> 리뷰

제 팔 깎아먹기


<챔피언>

★★


 팔뚝 팔뚝 하더니 정말 팔뚝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는 배우 이상의 아이콘이 되어 버린 듯한(?) 마동석의 신작 <챔피언>이죠. <밀정>을 시작으로 한국 영화 시장에 진출한 워너브라더스의 2018년 첫 작품이기도 합니다. 마동석 외에도 권율, 한예리, 강신효, 강승현을 비롯해 여러 카메오들까지 이름을 올렸습니다. 개봉에 맞추어 실제로 마동석과 권율이 참여한(!) 팔씨름 대회를 열기도 하는 등 이색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구요.


 

 한때 팔씨름 세계 챔피언을 꿈꿨지만 지금은 클럽에서 일하는 마크는 자칭 최고의 에이전트 진기의 설득에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면 안정적인 수입과 세계대회를 보장해 주겠다는 제안 때문이었죠. 진기에게서 어릴 적 입양된 이후 보지 못했던 엄마의 주소를 받아 찾아가지만, 그 곳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여동생 수진과 두 남매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주인공 마크는 팔씨름 챔피언과 잃어버린 가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분투합니다.

 스포츠 영화엔 항상 가족애가 따라옵니다. 톰 하디의 <워리어>, 마크 월버그의 <파이터>, 휴 잭맨의 <리얼 스틸> 등 최근작들 중에서도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죠.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주인공이 틀어진 가족 관계를 회복함과 동시에 옛 명성을 되찾아 가는 전개입니다. 보통은 중간 과정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끼워 넣고,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되는 마지막 경기에 모든 관계와 갈등을 매듭짓죠.



 <챔피언>의 정형성은 그 이상입니다. 재료를 파악하는 순간 전개와 결말은 자동으로 완성됩니다. 어릴 적 입양되어 고향 땅에서 모든 것이 어색한 사람,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싱글맘, 눈앞의 돈이라면 무엇이든 내버릴 준비가 된 기회주의자, 반질반질한 머리와 촌스러운 말투로 무장한 조폭 사장까지. 팔씨름이라는 소재는 거들 뿐입니다. 마침 캐스팅된 배우가 마동석이었기에 끼워맞춘 종목에 불과합니다.

 영화는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바닥까지 긁어냅니다. 소재나 전개와는 전혀 무관한 단타 코미디를 끊임없이 집어넣습니다.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약한 누군가를 우스갯소리로 꺼낼 때 '상대가 마동석이었다면~' 하는 농담들을 기어이 화면으로 하나하나 옮깁니다. 제아무리 배우의 이미지가 중요하다 한들 배역과 영화의 테두리는 지켜야 할 텐데, 소재와 연출의 빈 자리를 억지로 메워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한예리의 수진은 처음부터 설명했다면 나중에 생기지도 않았을 갈등을 사서 만들어내고, 권율의 진기는 시종일관 붕 뜬 소화력으로 어색함을 배가합니다. 콤보와 펀치를 비롯한(놀랍게도 사람 이름입니다) 조연들은 대전 게임의 캐릭터만도 못한 1차원적 개성으로 일관합니다. 한 명도 불필요한 악덕 사장은 두 명으로 불어나 러닝타임을 잡아먹습니다. 캐릭터도 너무 많고 이야기도 너무 많습니다. 팔씨름 대회 한 번 우승하겠다는데 걸림돌이 참 많기도 합니다.



 따지자면 스포츠 영화보다 가족 영화에 가깝습니다. 하나의 운동 종목을 중심 소재로 삼은 영화에 따라와서는 안 되는 수식입니다. 영화가 능동적으로 가족 영화가 되길 선택한 것이 아니라, 스포츠 영화라면 보여주어야 할 모든 요소가 함량 미달인 탓에 어쩔 수 없이 나온 결과물입니다. 종국엔 누구보다 가족을 위했음에도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어머니를 집어넣으며 억지 착즙의 정점을 찍습니다. 이렇게 손쉽고 뻔한 반칙은 이제 용납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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