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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ul 15. 2023

<존 윅 4> 리뷰

총성에 다한 충성


<존 윅 4>

(John Wick: Chapter 4)

★★★☆


 시리즈의 연이은 성공으로 라이언스게이트와 키아누 리브스의 새로운 커리어로 당당히 등극한 <존 윅>이 돌아왔습니다. 시리즈 최고인 1억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키아누 리브스, 이안 맥쉐인, 로렌스 피시번, 사나다 히로유키, 셰이머 앤더슨, 스콧 앳킨스, 견자단, 빌 스카스카드 등 화려한 이름들과 함께했습니다. 러닝타임은 장장 169분에 달하구요.



 죽을 위기에서 살아난 존 윅은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은 절대 권력인 최고 회의마저 적으로 돌리고 돌진합니다. 위기를 느낀 최고 회의 측은 오로지 존 윅의 척살을 위해 등용한 빈센트 드 그라몽 후작을 앞세워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하지만, 목적과 자유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에 총알을 박아넣을 준비가 된 존 윅 앞에서는 그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장수하는 액션 시리즈의 공식을 유지합니다. 주인공은 무소불위의 전투력과 파괴력을 자랑하며 적들을 차례대로 썰어넘기지만, 어쩌면 이번에는 힘들지 않을까 싶은 새로운 악당을 등장시키죠. 초중반부엔 그 새로운 캐릭터의 새로운 수법이 드디어 우리의 철옹성같던 주인공을 무너뜨리나 싶지만, 종국에는 모두가 원하고 기다리던 그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존 윅> 시리즈는 그 공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존 윅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킬러지만, 킬러들의 세계에는 일원이라면 누구나 지키고 따라야 하는 규칙이 있고 집단이 있습니다. 그토록 잔혹하고 치밀한 사람들이 결성하고 또 유지한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한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다시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설정을 창조하는 선순환을 이루어내죠.


 때문에 <존 윅> 시리즈엔 특유의 멋이 있습니다. 등장하는 킬러들은 비록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일지언정 개인적인 감정은 드러내지 않습니다. 규율을 지키고 질서를 따르죠. 게다가 그 규율이라는 것이 내면에 잠자던 중학교 2학년을 툭툭 건드리는 중세와 라틴어로 구성되어 있는 덕에, 걸핏하면 모니터와 키보드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요즘 액션 영화들에게 톡톡한 경종을 울립니다.



 그런 최소한의 도리는 영화의 많은 설정 구멍들을 강점으로 바꾸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이번 4편만 해도 그렇죠. 천하의 최고 회의가 제거하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하다못해 거처에 미사일이라도 쏴서 흔적도 없이 폭파하면 될 텐데, 막대한 현상금을 걸어 경쟁을 유도하고 심지어는 존 윅이 내세운 고대의 전통에도 어쩔 수 없지만 따르는 모습을 보입니다. 


 눈 앞의 작은 것을 포기한 대신 멀리 있는 큰 것을 얻은 셈입니다. 세계관이라는 커다란 틀로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제한한 덕에 <존 윅> 시리즈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예측과 결과들을 재현할 수 있죠.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는 그걸 고르지 않은 캐릭터의 아둔함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오히려 제아무리 강하고 제멋대로인 캐릭터도 어길 수 없는 무언가를 정해 놓는 것이 큰 수확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1편에서는 기르던 개를 죽였다는 이유로 범죄 조직 하나를 쓸어버렸다면, 이번 4편 또한 줄거리의 단순함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신을 없애겠다며 덤비는 최고 회의 신입이 있으니 그 놈을 처단하는 김에 최고 회의에 자신의 의지를 증명하려는 존 윅의 일대기죠.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적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제거하는데, 천국 혹은 지옥으로 보내는 목숨 수만 해도 수백 명이 너끈합니다.


 근접전으로 한정했을 때 상상할 수 있는 액션은 모두 들어가 있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169분의 러닝타임에 고봉으로 꾹꾹 눌러담은 액션은 총, 칼, 손, 쌍절곤(?) 등 온갖 무기들을 넘나들죠. 서서 죽이고 앉아서 죽이고 누워서 죽이고 차에 타서 죽이고 오토바이에 타서 죽이는 와중, 그 모습을 옆에서 앞에서 뒤에서 아래에서 위에서 찍으며 가짓수를 최대화합니다.


 이제 방탄복은 기본이라 어설프게 맞춰서는 죽지도 않는 적 때문에 갑옷의 관절 부위를 노리거나 머리를 쏘려고 연거푸 난사를 하고, 그 와중에도 꼬박꼬박 재장전을 하는 등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며 전투의 현장감부터 피로감을 모두 잡아냅니다. 비현실적인 와중 현실적인 것들을 챙기는 그 이질감 덕에 어쩌면 존 윅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모두의 의문이자 막연한 기대를 동력으로 유지하는 것이죠.



 존 윅이라는 캐릭터를 조종하며 끝판왕을 만나러 가는 비디오게임을 하는 것 같습니다. 존 윅은 뭘 어떻게 해도 상처만 입으며 무한대에 가까운 체력을 자랑하는 와중, 잡졸부터 중간 보스 등 셀 수 없이 많은 적들을 물리치고 스테이지를 격파하며 전체적인 줄거리를 완성해 나가죠. 그러면서도 존 윅의 인간적인 면이나 조연들의 존재감까지도 놓치지 않구요.


 다만 내내 노바디로 불리는 셰이머 앤더슨의 캐릭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중심 사건의 테두리에서 겉도는 것처럼 보이고, 빌 스카스가드의 빈센트 드 그라몽은 컨티넨탈 하나쯤은 차를 마시면서도 끝장내는 계산적인 냉혈함을 후반부에 가까워질수록 초조하게 잃어버리는 등 새로 합류한 주요 인물들의 완성도는 다소 부족한 편입니다. 노바디의 역할 정도는 케인 등 여러 인물들에게 나눠 녹일 수 있었을 텐데요.



 어찌됐건 <존 윅> 시리즈는 액션을 위해, 개중에서도 총기 액션을 위해 존재한다는 의의를 몇 배로 충족하고도 남는 속편입니다. 로봇과도 같은 키아누 리브스의 연기력이나 어정쩡한 걸음걸이마저도 시리즈의 개성이자 상징으로 발전시켰죠. 일본과 개 액션으로 딴청을 피웠던 3편은 뒤로하고 다시 시리즈의 뿌리로 돌아갔으니, 세계관과 캐릭터, 나아가 시리즈의 훌륭한 확장에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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