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킴지 Jul 15. 2023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리뷰

추억에 내는 동창회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The Super Mario Bros. Movie)

★★★


 손대는 모든 것을 황금알 낳는 거위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와 닌텐도가 손잡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입니다. 프로젝트가 발표되던 순간부터 전 세계의 영화 팬들과 게임 팬들을 흥분시켰던 바로 그 이름이죠. 크리스 프랫, 찰리 데이, 잭 블랙, 안야 테일러 조이, 키건 마이클 키, 세스 로건과 <틴 타이탄 고! 투 더 무비>의 아론 호바스, 마이클 젤레닉 감독이 함께했습니다.



 뉴욕의 평범한 배관공 형제 마리오와 루이지는 배수관 고장으로 위기에 빠진 도시를 구하려다(?) 미스터리한 초록색 파이프 안으로 빨려들어갑니다. 형 마리오는 피치가 통치하는 버섯 왕국에 도착하지만, 동생 루이지는 세계정복의 야욕으로 가득한 쿠파의 다크랜드에 떨어지죠. 그렇게 마리오는 피치, 키노피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친구들과 함께 쿠파의 손아귀에서 루이지를 구할 모험을 시작합니다. 


 90년대에 제작되었던 실사는 정말 여러모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되었고, 그 이후 다시는 스크린에서 보지 못할 것 같던 마리오 형제가 일루미네이션을 만났습니다. 몽실몽실 귀여운 화풍을 무기 삼고, 돈 버는 일이라면 도가 튼 스튜디오였기에 마리오와의 조합은 상당히 훌륭해 보였죠. 거기에 할리우드에서 내로라하는 목소리 출연진까지 자랑하니 볼 맛은 충분하겠구요.



 <수퍼 소닉> 시리즈가 링 소리(띠리링-)만으로 사람들을 흥분시켰다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아무리 게임에 문외한이더라도 지구인이라면 알 수밖에 없을 바로 그 오프닝 효과음(따단 딴따단 딴-)으로 이미 불을 지피고 출발합니다. 언제나처럼 비명을 지르는 미니언을 내세운 일루미네이션 로고를 뒤따르는 닌텐도 로고에선 바로 이 순간을 기다려 왔음을 느낄 수 있죠.


 그리고 영화는 러닝타임 92분 동안 바로 그 기대에 충실합니다. 이 영화는 <슈퍼 마리오>라는 지적 재산권을 획득한 일루미네이션의, 거기에 마침내 자신들의 것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보여줄 환희에 가득찬 닌텐도의 야망이 만난 작품입니다. 3D 애니메이션으로 재현된, 마리오를 중심으로 닌텐도 시리즈의 세계관이 하나의 유니버스를 예고하듯 총천연색으로 펼쳐지죠.



 알 수밖에 없는 것들도, 아는 만큼 보이는 것들도 가득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오리지널 <슈퍼 마리오> 시리즈는 물론 <마리오 카트>, <슈퍼 마리오 64>,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나아가 <동키 콩>이나 심지어는 <루이지 맨션>이나 <덕 헌트(Duck Hunt)>에 이르기까지, 그냥 등장하는 캐릭터와 사건들은 물론 배경에 얼핏 지나가는 소품들이나 귓전에 울리는 음악까지 하나하나 챙기느라 정신이 없죠.


 그러다 보니 각본 쪽은 자연히 버리는 패가 되었습니다. 만드는 쪽에서 원하는 것과 보는 쪽에서 원하는 것이 일치하는데, 그것이 멀쩡한 기승전결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아주 드문 사례죠. 애초에 힘을 쓸 필요가 없는 곳이었고, 오히려 그걸 신경쓰다 보면 집어넣을 캐릭터들이 줄어드니 개연성은 그저 사건과 사건을 이어붙이는 최소한의 힘만 있으면 됩니다.



 그 최소한이라는 것이 몇몇 장면에서는 사실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마리오라는 외계인이 버섯 왕국에 떨어지자마자 키노피오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피치 공주에게 데려다주고, 피치 공주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일말의 의심도 없이 마리오를 왕국의 미래가 걸린 쿠파와의 대결에 앞세우죠. 그러더니 동키 콩에게 가서 싸우고, 동키 콩은 카트가 주 교통수단이라 레인보우 로드를 달립니다.


 써놓고 보니 말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말이 안 되는 것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장면과 장면 사이에 최소 한 개 이상의 장면이 들어가 캐릭터나 사건들 사이의 도개교가 되어주어야 하는데, 나한테만 안 보여준 무언가가 있는 듯 얼렁뚱땅 진행되는 모습이 영화 내내 유지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그러려니 하고 볼 수밖에 없죠.



 그 와중에 전개를 위해서는 딱히 필요없는 장면마저 꽤 많습니다. 당장 영화 초반 마리오와 루이지가 웬 저택에서 첫 배관 수리에 도전하는 장면만 해도 그렇죠. 통째로 들어내도 상관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통째로 들어내야 맞습니다. 어차피 설명해주지 않을 각본의 전진과 불필요한 장면들이 계속 만나다 보면 최근 영화들 중에서는 독보적으로 짧은 92분의 러닝타임도 다소 길게 느껴지죠.


 캐릭터들의 매력을 내세운 영화는 맞지만, 캐릭터 자체의 힘이 영화를 이미 압도하기에 영화 내에서의 매력과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이미 꽉 들어찬 세계관을 훑어주는 데에 정신이 없는 터라 누구 한 명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줄 시간이나 여유가 없죠. 마리오와 피치가 쿠파에 맞서 루이지를 구하는 이야기지만, 한 줄로 정리한 줄거리에 등장한 주역들마저도 영화만의 개성은 미약합니다.



 특이하다면 꽤나 특이한 영화입니다. 보통 애니메이션을 전개도 교훈도 난데없이 이렇게 구성했다면 그저 난잡하고 산만한 덩어리가 되었을 텐데, 여기에 슈퍼 마리오와 닌텐도를 얹으니 완성품이라고 부를 무언가가 되었죠. 그저 마리오가 버섯을 먹고 쿠파가 불을 뿜는 기타 등등의 게임 속, 추억 속 조각 모음이 이 정도의 화력을 낼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온전한 업적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존 윅 4> 리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