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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ul 15. 2023

<리바운드> 리뷰

오늘도 푸릇한 결의


<리바운드>

★★★


 최근에는 영화감독보다도 예능인의 이미지가 더 강해진 듯한 장항준 감독의 신작, <리바운드>입니다. 2017년 <기억의 밤> 이후 6년만의 복귀작이네요. 아내 김은희 작가가 각본에도 참여한 이번 작품엔 안재홍, 이신영, 정진운, 김택, 정건주, 김민, 안지호 등이 함께했습니다. 작년 4월부터 3개월 정도 촬영되었고, 오는 4월 5일 개봉 예정입니다.



 농구선수 출신 공익근무요원 양현은 해체 위기에 놓인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신임 코치로 발탁됩니다. 명성은커녕 학교의 지원조차 끊긴 이 곳에서 양현은 멤버 모집부터 대회 준비까지의 모든 과정을 혼자 해내야만 하죠. 천재였지만 슬럼프에 빠진 기범, 부상으로 꿈을 접은 규혁 등 양현의 타고난 눈썰미로 서서히 구색을 갖춰 가는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기적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말 그대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정석입니다. 누구도 성공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커녕 무시하기 바빴던 언더독의 반란을 그린 작품은 스포츠 드라마에서 가장 흔한 전개죠. 보통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극적인 순간들을 무기로 삼기에, 그런 순간들을 지어낼 수 있는 일반 각본들보다도 실화를 소재로 했을 때의 감흥이 훨씬 큰 편입니다.



 이번 <리바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명문으로 소문난 학교들은 경기 중 로테이션을 마음대로 돌릴 수 있을 정도로 선수들의 선택지가 다양한 반면, 우리 주인공들의 부산중앙고는 한 명이라도 부상을 당하거나 퇴장을 당하면 팀의 존폐를 위협받죠. 게다가 고등학교에 와서야 공을 제대로 만져 본 선수들이 과반수인 터라, 주목은 고사하고 대회 출전을 그저 경험 삼아야 하는 팀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 팀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냈으니 영화화는 시간 문제였겠지요. 실화가 2012년 일이었으니, 각본 작업 등이 이루어진 시기까지 생각하면 10년도 되기 전에 스크린을 향했다고 봐야 맞겠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 감동적이고 기적적인 이야기를 누구를 중심으로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리바운드>는 보통의 스포츠 드라마들이 그러하듯 코치를 이야기의 중심에 놓고 출발합니다. 길거리 농구장을 돌아다니며 서울권 학교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지만,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을 발굴하는 것이 그의 존재 이유였죠. 청소년 대회 MVP를 했을 정도로 농구엔 일가견이 있었던 양현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그럴듯한 팀을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구성 또한 전형적입니다. 실력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에이스 둘은 서로 과거의 앙금으로 티격태격하지만, 한 팀으로 함께 구르며 조금씩 서로를 향한 마음을 열어갑니다. 그 외에도 대충 분위기 메이커, 발랄한 신입생, 열정은 있지만 실력은 살짝 모자란 유망주 등 비슷한 창작물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유형의 인물들이 각자의 자리에 하나둘 안착하죠.



 사실 이들이 모여 한 팀이 되기까지의 과정엔 의외로 불협화음이 꽤 있습니다. 일단 중심이 되는 양현부터가 팀과 각본의 무게를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죠. 성격은 친근한 건지 엄격한 건지 오락가락하며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고, 예전에 농구를 좀 했다는 것 정도만 밝혀진 상태인지라 코치직에 정확히 어떤 동기로 얼마나 몰입해 있는지 파악이 쉽지 않죠.


 그에 더해 주인공만의 특별한 훈련 방식이나 대단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도 아닌지라, 정말 삐딱하게 보면 양현의 존재감은 팀을 구성하는 데에서 끝이 나야 맞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팀이 완성된 뒤에는 특정한 인물을 가운데에 두고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대회와 경기 그 자체가 영화의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가야 하죠. 다행히도 영화 또한 그를 잘 알고 있구요.



 덕분에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 분위기가 (긍정적인 의미로) 꽤 다릅니다. 후반부는 본격적으로 대회 장면이 주가 되는데, 평소에 농구에 관심이 없거나 심지어는 농구 규칙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스포츠 경기 그 자체로 몰입할 수 있는 연출로 가득하죠. 선수들의 기능과 활약은 적절하게 배분되어 있고 경기 또한 속도감과 박진감, 그리고 현장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1차전부터 계속해서 이어지는 여러 경기들을 꺼내놓는 방식에도 노력의 흔적이 엿보입니다. 그저 하이라이트를 나열하는 대신, 경기마다 강조해야 할 지점들을 분석한 뒤 손에 땀을 쥐게 하거나 결과를 궁금하게 하는 연출로 동력을 최대화하죠. 패색이 짙은 순간 승부수를 던지고, 그것이 통하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밖의 누군가가 경기 결과를 듣는 장면이 들어가는 식입니다.



 기적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그 실화는 개인의 힘이 아닌 서로를 지지하는 팀이었기에 가능했음을 영화 스스로도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웃음 타율은 다소 애매하고 영화의 제목이 리바운드인 이유를 설명하는 데에 굳이 극중에서 필요 이상으로 많은 기회와 시간을 쏟는 것 같기는 하지만, 뻔한 사람들의 뻔한 감동 실화 이상으로 나아가기에 이 정도면 무난한 성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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