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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ul 15. 2023

<드림> 리뷰

헛발만 차 놓고 의도한 척


<드림>

★★


 <극한직업>으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던 이병헌 감독이 메가박스플러스엠의 손을 잡고 돌아왔습니다. 박서준, 이지은(아이유), 김종수, 고창석, 정승길, 이현우, 양현민, 홍완표, 허준석 등과 함께해 어제인 4월 26일 개봉된 <드림>이죠. 2020년 5월부터 촬영되었으나 해외 촬영이 작년 초에나 이루어지면서 완성이 지연되었고, 빛을 보기까지는 그로부터 1년이 더 걸렸습니다.



 선수 생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은 소울리스 축구선수 홍대. 계획도, 의지도 없던 홈리스 풋볼 월드컵 감독으로 재능기부에 나섭니다. 열정따윈 내다버린 현실파 다큐멘터리 PD 소민의 카메라와 함께, 운동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선발되죠. 하지만 포기할 틈도 없이 월드컵 출전일은 코앞으로 다가오고, 부족한 것 투성이인 드림팀의 무대가 선을 보입니다.


 <카운트>, <리바운드>에 이어 <드림>이 나왔습니다.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승리와 패배가 오가는 스포츠 정신을 공유하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 단계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죠. <드림>은 갈 곳 없는 사람들의 갈 곳이 없어진 사연들과 함께 홈리스 월드컵이라는 생소하고도 특수한 소재를 들고 왔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에도 호기심이 쏠리겠구요.



 선수들에 초점을 맞추는 영화들이 있는가 하면 그들을 이끄는 코치나 감독에게 초점을 맞추는 영화가 있는데, <드림>은 후자입니다. 박서준의 홍대죠. 촉망받는 유망주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원하지 않던 자리에 가게 되고, 시종일관 툴툴거리며 나같은 사람이 도대체 왜 여기 있는가 자문하다가도 결국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융화되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가는 아주 전형적인 전개입니다.


 전체적인 틀만 놓고 보면 전혀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스포츠 드라마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기승전결을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답습하죠. 여기에 축구 중에서도 홈리스 월드컵이라는 소재, 그리고 그 특수한 소재가 실화이기까지 하다는 사실로 개성을 더하려 합니다. 영화와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이병헌 감독 특유의 티키타카 말 맛을 양념으로 치구요.



 그런데 그 조화가 영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일단 축구와 홈리스 월드컵부터 그렇습니다. <드림>은 바로 위에서 언급했듯 그냥 축구가 아니라 홈리스 월드컵, 그냥 홈리스 월드컵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홈리스 월드컵을 다루었습니다. 그처럼 두 겹의 특수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영화는 스포츠가 아니라 사람에 주목합니다. 축구는 그저 주인공들의 정서적 안정과 발전을 위한 재료로 소모될 뿐이죠.


 실력을 뽐내는 대회가 아닌 터라 스포츠 특유의 극적인 순간이나 실력과 실력의 대결, 존망이 걸린 승패 등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다면 한편으로는 굳이 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화화되어야 할 이유부터 없다는 말이 되겠지요. 누가 누구와 붙어 이기든 지든 상관도 없고, 훈련을 통해 실력을 키우는 이야기도 아니라면 해외 출장 나간 배우들의 호강 외에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조금 양보해서 홈리스 월드컵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려고 해도, <드림>의 선수들을 홈리스가 아니라 일상과 삶에 내몰려 새로운 열정과 꿈을 찾아보고 싶은 사람들로 치환해도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한 명 한 명의 사연을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설명하지만, 이현우의 인선 정도를 제외하면 평범한 중년 축구단 이야기라도 보아도 무방하죠.


 주연으로 거슬러올라와 이지은의 소민이나 박서준의 홍대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사연으로 따지면 아저씨들을 이길 수 없는데, 비중은 주연으로 더 크다 보니 자리가 다소 애매하죠. 착하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 사람들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건지 아닌 건지 모를 줏대없음으로 종잡을 수 없이 굴 따름입니다. 그 예측할 수 없는 모습조차도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구요.



 가장 문제는 이병헌 특유의 티키타카식 대사 구성입니다. 익살스러운 말을 날리면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얼씨구나 하고 한껏 힘준 재치있는 말이 돌아오죠. '~하는 버릇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을 땐 '애석하게도 ~하지 않으면 심히 좌절하는 경향이 있는 편이다'라며 미사여구를 만연히 덧붙입니다. 듣고 있으면 듣는 글자의 수에 비해 막상 걸러지는 정보의 양은 매우 적은 화법이죠.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러한 화법을 극중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구사한다는 점입니다. 극중 딱 한 명에게, 많아야 그와 가족이나 친구인 극소수에게만 부여해야 하는 특성을 모두에게 나눠주면 그는 더 이상 개성이 아닙니다. 누가 뭘 말하든 다 똑같은 사람이 말하는 것만 같고, 서로가 서로의 재기발랄함에 끝없이 감탄하고 있으니 어느 순간부터는 감독의 자화자찬처럼 보이기 시작하죠.


 이처럼 본의 아니게 무미건조해진 특성이 뻔한 각본을 만나 심지어 신파와 애국이라는 종착점을 향합니다. 각자의 기구한 사연이 모일 때부터 감동을 유도하는 신파 정도야 어느 정도 예상된 그림이었다 쳐도, 세계대회에서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광경은 당황스럽기까지 하죠. 그것이 실화였다면 옮기는 과정이 딱딱했던 것이고, 실화가 아니었다면 실망스러운 선택입니다.



 감독과 배우, 소재의 조합에서 기대할 수 있는 그림이 거의 모든 항목에서 함량 미달입니다. <극한직업> 감독의 유머, 박서준과 이지은의 풋풋함과 분위기, 축구의 땀을 쥐는 박진감, 홈리스 월드컵의 감동 등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 해 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들의 자리가 비어있음을 확인하는 허탈함의 연속이죠. 웃음과 눈물을 노려 둘 다 놓친 영화야 많고 많지만, 이 조합마저도 그럴 줄은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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