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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ul 15. 2023

<65> 리뷰

나란히 구시대적


<65>

(65)

★★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의 각본가, 블룸하우스 <헌트>의 감독 등 할리우드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 오고 있는 스콧 벡과 브라이언 우즈의 신작, <65>입니다. 아담 드라이버를 주인공으로 아리아나 그린블랏, 클로이 콜먼, 니카 킹 등이 이름을 올렸고, 국내엔 지난 20일 개봉되었으나 관객수 1만 명을 겨우 돌파하며 큰 화제를 만들지는 못하고 있죠.



 우주 비행 중 예기치 못한 사고로 외딴 행성에 좌초된 조종사 밀스. 함께 탑승해 있던 대부분의 동료들이 사망한 채 발견되고, 유일한 생존자인 소녀 코아와는 언어의 차이로 말조차 통하지 않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나온 곳은 6,500만 년 전 지구였죠. 먹이를 노리고 호시탐탐 거리를 좁히는 공룡들을 피해 밀스와 코아는 반드시 지구를 탈출해야만 합니다.


 아담 드라이버가 최첨단 무기를 들고 공룡과 싸우는 영화라니, '아담 드라이버'라는 이름만 빼고 보면 만든 사람들은 진지한데 보는 사람들은 웃긴 B급 영화의 설정처럼 들리죠. 공룡과 달이 뭘 어째서 히틀러와 나치가 튀어나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영화를 콜롬비아픽쳐스가 4500만 달러를 들여 제작했다고 하니 일단 호기심이 쏠리기는 하지요.



 불시착하기 전에 깔아놓는 무대는 아담 드라이버 연배의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한 여느 SF 영화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밀스에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이 있고, 그런 딸을 놔두고 이 머나먼 우주로 나와 있다는 사실은 매 순간이 새삼스러운 고통입니다. 사명감과 대의, 혹은 직업 의식으로 별을 향해 나아가긴 하지만, 한켠으로는 항상 딸을 생각하며 좋은 아빠가 되어주지 못한 매 순간을 후회하죠.


 외딴 곳에서 홀로 깨어나는 모습도 익숙하긴 매한가지입니다. 동료들이 잠들어 있던 포드는 부서져 있거나 연결이 끊겨 있음을 발견하고 현실을 부정하려는 찰나, 딱 한 명의 생존자를 마주치는데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목숨을 걸고 함께하게 될 모험을 통해 언어의 장벽을 초월한 유대를 보여주어야 하기에 설정된 관계죠. 여기까지는 딱히 신선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습니다.


 그 이후가 바로 <65>가 본격적으로 힘을 주는 부분입니다. 미래지향적인 총을 들고 공룡과 맞섭니다. 이름은 알 수 없지만 대략 <쥬라기 공원>이나 <쥬라기 월드> 시리즈에서 한 번쯤을 보았을 공룡들이 튀어나와 전투를 벌이죠. 도와줄 사람은 기대할 수 없기에 밀스 혼자서 모든 위기의 순간을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나 한 몸 건사하기도 정신이 없는데 코아까지 챙겨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과 모습은 놀랍도록 무미건조합니다.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밀스 혼자서 모든 위기의 순간을 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얼핏 굉장한 긴장을 줄 것처럼 보이지만, 비슷한 생존 스릴러들이 최소한 여러 명의 주인공을 두는 데엔 이유가 있습니다. 누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위협을 관객들에게도 공감시켜야 하는데, 어차피 목숨 한 개짜리 캐릭터가 게임을 깰 것이 전제되어 있다고나 할까요.


 게다가 HBO 정도의 결단력(...)이 없다면 죽기는커녕 다치지도 않을 것이 뻔한 소녀 캐릭터와 함께하고 있으니 극적 반전은 조금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말도 통하지 않는 와중 하라는 대로 잘 따르지 않아서 투닥대는 것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갈등이죠. <저지 드레드> 총마냥 방아쇠만 당기면 웬만한 적들은 시원하게 소탕하는 무기 성능 덕에 대부분의 액션도 큰 볼거리는 되지 못하구요.



 생존 영화, 공룡 영화, SF 영화, 아버지 영화(?) 등 속한 장르나 성격의 최소한만 들고 있을 뿐, 그것들끼리의 시너지나 이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개성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 영화가 속한 모든 영역엔 이 영화를 능가하는 상위 호환 작품들을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죠. 엄밀히 말해 장르를 고려하면 제작비 4500만 달러는 꽤 낮은 축에 속하는데, 정말 딱 그 정도의 즐길거리에서 멈춥니다.


 시각적인 즐거움이 떨어진다고 해서 밀스와 코아의 관계, 밀스의 내면 등 다른 곳을 깊게 파고드는 것도 아닙니다. 여느 상업 영화들이 그러하듯 서로 목숨을 구해주고 지금 옆에 없는 딸이나 아버지를 대신해 의지할 사람임을 의도하는 전형성에 만족할 뿐이죠. 신인 아역 배우를 발굴하는 자리라고 하기에도 아리아나 그린블랏의 연기엔 그닥 특별할 것이 없구요.



 어느 모로 보나 특별할 것이 없는 영화입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런 각본이야 얼마든지 나올 수 있지만, 샘 레이미가 제작을 맡고 아담 드라이버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라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배우가 대성하기 전에 찍어뒀다가 그 배우의 후광을 믿고 뒤늦게 개봉한 작품이 이런 경향을 보이곤 하는데, <65>는 그런 영화도 아니라는 것에 큰 의문이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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