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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ul 15. 2023

<머더 미스터리 2> 리뷰

허허 실실 웃기며 허허실실


<머더 미스터리 2>

(Murder Mystery 2)

★★★


 2019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던 카일 뉴어첵 감독의 <머더 미스터리>가 4년만에 돌아왔습니다. 평단의 평은 썩 좋지 않았지만 그런 것 따위 신경쓰지 않는 넷플릭스였기에 가능한 결단이었죠. 메가폰은 TV 시리즈쪽에서 주로 활동했던 제레미 가렐릭에게 넘어갔지만, 아담 샌들러와 제니퍼 애니스톤은 그대로 복귀했습니다. 거기에 마크 스트롱, 존 카니, 멜라니 로랑, 조디 터너 스미스 등이 함께했죠.



 과거의 활약 덕분에 탐정 사무소를 차려 전업 탐정이 된 닉과 오드리 스피츠. 어느 날 절친이자 억만장자인 마하라자의 결혼식에 초대되고, 평화롭던 식장은 신랑 마하라자가 납치되며 떠들썩해집니다. 그러지 않아도 스스로를 증명할 사건을 기다리고 있었던(?) 스피츠 부부에게 이보다 더 훌륭한 기회는 없었죠. 그렇게 초보지만 할 건 다 할 줄 아는 탐정 부부의 좌충우돌 추리가 시작됩니다.


 1편과 노선은 동일합니다. 추리에 코미디를 가미했죠. 코미디에 추리를 가미했다고 볼 수도 있겠구요. 이리저리 골때리게 흘러감에도 결국 사건의 해결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전형적인 코믹 추리물의 전개에, 어떤 장르에서건 뚜렷한 개성으로 일정한 타율을 내는 아담 샌들러식 정색 코미디를 얹었습니다. 제니퍼 애니스톤은 예전의 캐서린 하이글과 요즘의 산드라 블록이 하고 있는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죠.



 어찌보면 첩보 스릴러의 향기도 조금 얹은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수사하는 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자기 자신이 지목되는데, 첨단 기술의 발달로 누명 씌우기가 점점 쉬워지는 세상에서 본부의 도움을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된 스파이들이 종종 겪는 위기죠.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이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이단 헌트 등도 거쳐간 난관입니다.


 그래도 추리물이다 보니 당연히 전개의 동력은 용의자들의 순차적 제거에 있습니다. 스피츠 부부를 둘러싼 외부의 위협은 점점 좁혀들지만, 그와 동시에 이제 추리로 먹고살게 된 스피츠 부부의 용의선상도 조금씩 줄어들죠. 그들의 추리로 인해 줄어드는 상황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의 예기치 못한 죽음 등으로 줄어드는 상황도 있을 겁니다.



 러닝타임은 90분도 되지 않고, 마하라자가 납치되고 용의자 명단이 확보되기까지도 일정 시간이 소요되는 터라 본격적인 추리가 진행되는 중반부는 굉장히 짧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는 애초에 이 영화는 멀쩡한 추리물을 지향하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죠. 스스로 진지해 봤자 정통 추리물을 따라갈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 빈 자리를 적당한 액션과 적당한 코미디로 때웁니다.


 때문에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이나 범인이 갖고 있던 계획의 완벽성같은 것보다 아담 샌들러의 코미디 타율이 좀 더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머더 미스터리 2>는 자신의 강점과 방향성을 비교적 잘 파악하고 있고, 추리의 설정 구멍을 최소화하는 선택지와 아담 샌들러가 웃길 수 있는 선택지가 동시에 발생하는 순간 전자보다 후자를 택하죠.



 이 코미디 또한 화장실 개그나 몸개그처럼 단순하거나 1차원적인 웃음이 아니라, <머더 미스터리 2>가 갖고 있는 상황과 캐릭터를 이용한 것들이기에 존재 의의가 있습니다. 물론 배우의 특징이 종종 녹아들기는 하나, 욕심을 부리지 않고 양념처럼 적절히 사용하는 덕에 <머더 미스터리>라는 영화가 하나의 영화가 아닌 시리즈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증명하는 것처럼 보이죠.


 다만 그 때문에 조연들의 존재감이나 개성은 딱히 볼 것이 없습니다. 한 공간에 있던 사람들이 다 같이 용의자 무리가 되는 소재 특성상 각자의 동기나 이유가 모두 균일하게 묘사되면서 관객들 또한 추리에 참여하게 해야 하지만, 여기서의 조연들은 그저 머릿수나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죠. 누가 범인이라고 하든 딱히 달라질 것은 없고, 실제로 밝혀지는 전말에도 별다른 감흥은 없습니다.



 어쨌거나 확실히 1편보다 발전했습니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추리물이 아니라 코미디로 정의하고 출발한 것이 그에 큰 공헌을 한 것처럼 보이죠. 언급하거나 지적된 단점들은 이 영화를 추리물로 규정했을 때 의미가 있는 것들이지만, 코미디나 여느 시간 때우기용 넷플릭스 영화로는 어깨 으쓱하고 넘어갈 것들이 대다수인 덕분입니다. 이 정도면 근래 양산된 아담 샌들러 영화 중에서도 의미가 있기는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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