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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Jul 16. 2023

<비공식작전> 리뷰

미터기 켜고 곡예 운전


<비공식작전>

★★★


 영화 <끝까지 간다>와 <터널>, 그리고 넷플릭스 <킹덤>으로 연속 흥행에 성공한 김성훈 감독의 신작 <비공식작전>입니다. 당초 <피랍>이라는 제목을 꽤 오랫동안 유지하다가 막판에 제목을 바꾸었죠. 하정우와 주지훈을 주연으로 김응수, 박혁권, 김종수, 번 고먼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무려 2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손익분기점은 약 500만 명으로 알려져 있구요.



 1987년, 5년때 중동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외교관 민준. 어느 날 수화기 너머로 20개월 전 레바논에서 실종된 외교관의 암호 메시지가 들려옵니다. 성공하면 미국 발령이라는 포부로 가득찬 그는 비공식적으로 동료를 구출하는 임무에 자원에 레바논으로 향하죠. 공항 도착 직후 우연히 한국인 택시기사 판수의 차를 타게 되고, 그렇게 원하지 않던 동행은 역사에 남을 구출 작전으로 이어집니다.


 전체적인 인상만 놓고 보아도 <모가디슈>와 <교섭>이 바로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타지에서의 고립과 구출 작전, 그리고 뜻하지 않은 동행으로 이어지는 주조연들 등 겹치는 구석이 많죠. 원체 특수한 소재인지라 언급한 두 영화는 물론 이번 <비공식작전>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구요. 영화적으로 과장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있는, 소위 말하는 '영화같은 이야기'가 바로 동력입니다.



 물론 살짝 짚고 넘어가자면 <비공식작전>은 실화의 농도가 가장 옅은 작품이긴 합니다. 레바논에서 외교관이 피랍되어 정부가 나서고 구출이 이루어진 것은 맞지만, 이번 영화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대한민국 외교관이나 현지 택시기사는 존재하지 않았죠. 사건만 빌려와 그 과정을 완전히 창작한 것인데, 실존 인물이 아니기에 좀 더 자유로운 전진이 가능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때문에 무대와 설정은 꽤 전형적입니다. 우리의 주인공이자 졸지에 중동 전문가가 된 외교관 민준은 한 건 해서 편안한 미국으로 발령받고 싶지만, 그렇다고 외교관의 사명까지 잊지는 않은 정의로운 인물이죠. 처음에야 헐렁하게 시작했지만 점점 사건의 심각성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가슴 깊이 깨닫습니다. 소시민에서 영웅으로 거듭나며 누구나 쉽게 이입할 수 있는 모범적인 주인공이죠.



 그와 함께하는 택시기사 판수도 마찬가지입니다. 갈 곳이 없어 레바논에 눌러앉은데다 전과도 있고 손버릇도 영 좋지 않지만, 내가 나쁜 놈 소리를 들을 때는 있어도 할 땐 하면서 선 넘는 짓까지는 하지 않는다는 자부심 또한 간직하고 있는 인물이죠. 민준과 티격대고 크고 작은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서로를 의지하고 보완하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큰 보탬이 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나 가상의 인물을 다룰 땐 그래도 일정 부분 각색이 되거나 실제 있었던 누군가를 모델로 삼은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러나 <비공식작전>은 정말로 0에서부터 지어낸 인물들을 다루기에 실화를 다루었다는 사실의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이런 일이 있었고, 그 안에는 그를 해낸 이런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실화 소재 영화의 사실 전달 목적이 아예 없는 셈이니까요.



 때문에 전개의 동력이 나올 곳이 마땅치가 않습니다. 적진으로 달려들어가 납치범들을 물리치고 인질을 구해 오는 액션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죠. 외교관과 택시기사가 제아무리 힘을 합친들 무장한 테러리스트 집단에 맞서 할 수 있는 것들엔 한계가 있습니다. 정면으로 붙든 수를 써서 붙든 주인공들이 물리적으로 이기는 그림은 주인공 보정이나 으레 말하는 국뽕 등에 영화를 내던지는 꼴이 되겠죠.


 거기서 김성훈 감독은 <끝까지 간다>를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작품으로 남게 한 본인의 장기를 십분 발휘합니다. 매 장면을 관객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서스펜스로 가득 채우죠. 누가 쫓아온다는 것조차 모른 채 멍하니 서 있다거나, 잠든 사람 몰래 그의 품에서 뭘 훔쳐야 한다거나, 매달린 줄의 길이가 딱 한 뼘 모자라 탈출하지 못하는 등 끊임없는 위기와 긴장으로 시선을 붙잡습니다.



 다만 극의 중심을 잡는 악역이 부재한 탓에 그 역할마저도 각 장면의 서스펜스에게 기댑니다.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화려한 마무리보다는 이 사람과의 긴장 상황이 끝나면 저 사람과의 긴장 상황으로 비슷하게 이어지는 식이죠. 인질의 구출이라는 큰 줄기가 있기는 하나 그를 최종 목적으로 두고 달성한다기보다는 작은 퍼즐 조각들을 하나씩 맞췄을 때 완성되는 그림 정도로 삼고 있습니다.


 따라서 계속해서 이어지는 긴장 상황들에 피로감을 느끼기도 쉽습니다. 어느 하나 수월하게 넘어가지 않고 계속해서 인위적인 장애물을 만들어내는데, 캐릭터의 능력도 일부 개입되긴 하나 보통은 운과 우연을 빌리죠.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직업 등 기껏 특수하게 설정해 둔 캐릭터들의 특징은 그저 '운 좋은 사람'이라는 훨씬 커다란 개성 아닌 개성에 흐려지게 됩니다.



 좀 풀린다 싶으면 뻔하게 튀어나와 뻔하게 발목을 잡는 정부 관료들 등 계산된 인물들의 계산된 장면들도 빠지지 않고, 진지하다못해 유치하기까지 한 선언이나 다짐, 독백 등이 난데없이 등장해 몰입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조합은 실화의 상업적인 재구성이라는 뿌리로 귀결되는데, 목적과 그 목적으로 달성하려는 수단이 일관적이긴 하나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하죠.


 결국 예측할 수 없어서 땀을 쥐는 상황들이 모여서 전형적인 기승전결이 완성된다는 건데, 인물과 사건이라는 두 커다란 무게추의 균형을 잡지 못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너그럽게 보자면 뼈대는 실화에서 가져왔으니 그 동력을 창의적으로 마련했다고 볼 수도 있겠고, 삐딱하게 보자면 연출 욕심으로 벌인 판의 구실로 실화를 이용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어디서 그래도 괜찮게 봤던 것들을 한데 모았다는 사실이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괜찮게 봤던'에 주목하면 장점이 되고 '어디서 봤던'에 주목하면 단점이 되죠. 두 주연배우의 매력이 살아있긴 하나 다른 작품들에서도 어렵지 않게 봤고 또 알고 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이런 얼개에서 굳이 빌려온 실화와 그에 따라붙은 결의는 불행하게도 사족으로 전락하고 마는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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