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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Feb 29. 2024

<듄: 파트2> 리뷰

흐르는 모래에도 피어나는 불씨


<듄: 파트2>

(Dune: Part Two)

★★★☆


 전 세계의 영화 팬들이 손꼽아 기다렸던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 파트2>가 마침내 개봉을 맞이했습니다. 마블 스튜디오도 완전히 풀이 꺾인 지금 시장에서 간만에 특별관 예매 대란을 일으킨 작품이기도, 주연배우들의 내한으로 서울과 인터넷을(?) 들썩이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죠. 북미 본토에서는 일찍이 훌륭한 평가들이 이어지며 사람들의 기대에 또 한 번 불을 지피기도 했습니다.



 황제의 모략으로 멸문한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 폴과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는 간신히 목숨만 부지한 채 사막으로 도망칩니다. 사막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프레멘들 사이에 나타난 폴은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예언을 실현할 메시아로 칭송되고,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황제와 하코넨 가문에게 복수할 원대한 전쟁을 준비합니다.


 전편의 티모시 샬라메, 젠데이아, 레베카 퍼거슨, 데이브 바티스타, 스텔란 스카스가드, 샬롯 램플링, 하비에르 바르뎀, 조쉬 브롤린이 돌아오고 오스틴 버틀러, 플로렌스 퓨, 크리스토퍼 월켄, 레아 세두가 합류했습니다. 거기에 1억 6천만 달러를 들인 155분짜리 영화에서 1억 9천만 달러를 들인 166분짜리 영화가 되며 보이는 모든 면에서 확장과 발전을 꾀했죠.



 먼저 짚고넘어가자면, <듄: 파트2>는 1편의 관람은 물론 복습이 필수적인 영화입니다. 각 편을 대충 '파트'로 분류하여 부르는 영화들도 종종 있기는 하지만, 이번 2편은 전편에서 지나간 것들을 전혀 설명하지 않죠. 가뜩이나 등장인물이나 세력이 많고 고유명사들도 차고 넘치는 영화인지라 자미스, 베네 게세리트, 퀴사츠 해더락 등을 듣고 바로바로 과거의 상황들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1편은 등장 가문들의 가계도와 관계도를 확립하고 폴 아트레이데스의 출가에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비유하자면 먼 여정이 예고되어 있는 가운데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에서 끝이 났었죠. 거기서 이어지는 이번 2편은 당연히 훨씬 큰 세상과 사건들을 다루게 되겠구요. 이전 영화가 가문과 가문의 다툼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영화는 종족과 종족의 전쟁입니다.



 166분의 러닝타임은 모든 순간이 웅장하고 비장합니다. 아이맥스 예매 대란의 승리자들을 제대로 모시겠다고 작정이라도 한 듯, 커다란 스크린의 효율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화면들이 계속해서 이어지죠. 아라키스의 사막부터 기에디 프라임의 검투장에 이르기까지 두 눈에 꽉꽉 들어차는 영상미만으로 이 영화는 꼭 극장에서 보아야 한다고 외치는 듯합니다.


 전편의 큰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액션은 거대한 전쟁 장면들로 뚜껑을 덮습니다. 비록 1대 1 전투에서는 일부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합 맞춤이 느껴지기는 하나, 중화기로 무장한 전투들과 샤이 훌루드를 타고 벌이는 최후반부의 전쟁은 설명만으로도 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죠. 근래 많은 사람들이 느꼈던 할리우드 CG의 후퇴에도 <듄: 파트2>는 건재한 볼거리를 자랑합니다.



 줄거리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에서 프레멘들을 이끌 리산 알 가입으로 거듭나는 폴의 이야기가 있겠지요. 베네 게세리트가 은밀히 퍼뜨린 예언엔 모두를 낙원으로 이끌 메시아의 등장이 예고되어 있고, 자신은 메시아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폴과 그런 폴을 두고 야심과 믿음을 펼치는 여러 세력들이 공존하고 또 대립합니다.


 예언을 신봉하는 일부 프레멘들은 폴을 메시아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 예언이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 알고 있는 폴은 그런 그들의 믿음이 너무나 커다란 짐처럼 느껴집니다. 자신은 아버지와 가문의 복수만을 노리고 있음에도 자신이 걷는 길은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수의 목숨들이 달려 있죠. 그렇게 어린 생존자는 스스로의 유약함에 갈등하나, 이내 그것만이 모두가 걸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깨닫습니다.


 폴의 어머니이자 베네 게세리트인 레이디 제시카는 자신의 아들을 메시아로 만들기 위한 야망에 조금씩 눈이 멀고, 폴은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낯설어하면서도 그 또한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의 양분으로 삼습니다. 이 성장은 관점에 따라 믿는 자들에게는 선순환, 믿지 않는 자들에게는 악순환이 되죠. 폴 아트레이데스의 이야기를 단순한 영웅 서사 이상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나머지 한 갈래는 폴과 챠니의 사랑, 로맨스입니다. 챠니는 레이디 제시카부터 스틸가에 이르는 대부분의 인물들과 달리 유일하게 메시아가 되어가는 폴의 모습을 낯설어하고 경계할 자신만의 이유를 가지고 있죠. 이 갈래는 폴의 성장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는 않으나, 믿음이나 야망과는 달리 사랑에 기반한데다 영화 또한 대서사시가 펼쳐지는 와중 이 둘을 로맨스 영화의 커플을 다루듯 합니다.


 이는 한편으로 이질감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듄: 파트2>는 영화 전반에 걸친 느릿한 호흡과 묵직한 분위기 덕에 영화보다도 막대한 자본을 들인 역사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하는데, 역사의 한 페이지들을 차지하는 굵직한 사건들을 하나씩 훑는 와중 젊은 커플의 사랑싸움이 비어져 나오는 순간들은 튈 수밖에 없겠지요. 폴이 점점 평범한 한 명의 인간에서 멀어질수록 이 거리감 또한 비례하게 됩니다.



 역사서와 같은 <듄: 파트2>의 이 특징은 영화 스스로가 2시간 40분이 넘는 러닝타임도 부족해한다는 인상을 줍니다. 사건에서 사건으로 건너가며 이 사람을 소개하고 저 사람의 변화를 관찰하다가 또 다른 사람의 최후를 보여주는 등 너나할 것 없는 주인공들의 집합체로 기능하죠. 때문에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다음 사건으로 전환되는 순간 이 캐릭터 참 오랜만에 본다는 새삼스러움이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딱히 이 많은 인물들의 등장이나 존재를 효과적으로 설득하지는 못합니다. 플로렌스 퓨의 이룰란, 레아 세두의 마고트 펜링 등 최소한 이번 영화에서는 아예 나오지 않거나 다른 인물들로도 동일한 결과를 낼 수 있을 듯한, 겉도는 인물들이 더러 있죠. 특히 이룰란이 기록하는 일지나 페이드 로타라는 캐릭터의 개성에 흠결까지 내는 마고트의 등장은 전후로 별다른 연결성도 없어 더욱 섞이지 않습니다.



 페이드 로타는 사실상 이번 작품에서 메인 악역에 가장 가까운 인물인데, 극중 입에서 오르내리는 내용과는 달리 막상 엄청난 전사 혹은 절대악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습니다. 전편의 블라디미르 남작, 등장하지는 않았으나 막대한 권력의 중심이었던 황제, 뒤에서 모든 것을 자신의 뜻대로 은밀히 조종하던 모히암 대모 등 카리스마로 무장했던 전편의 악역들을 생각하면 내실보다는 비주얼에 더 무게를 둔 듯하죠.


 게다가 전편에서 카리스마를 뽐냈던 이 인물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이번 2편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그 위용을 잃습니다. 대단한 줄 알았더니 막상 까 보니 그렇게까지 범접하지 못할 사람들은 아니었음이 공통적이죠. 특히 베네 게세리트의 중심인 모히암의 경우 우주의 역사를 예측하고 좌지우지하는 듯했던 마수가 자신의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진땀이나 흘리는 과거의 권력자쯤으로 묘사되구요.



 여러 인물과 사건을 번갈아 보여주느라 딱딱하게 흘러가는 전개는 정작 정말 짚어야 할 결정적인 순간들을 설명 없이 그냥 원래 그렇다는 식으로 슬쩍 넘어가기도 합니다. 다시 먹으니 깨어나는 생명의 물이나 전쟁을 끝낼 핵탄두가 그렇죠. 그것도 사막을 건널 때는 진을 조심하라던 스틸가의 조언처럼 쓸데없이 헷갈리는 대사들에 겹쳐 있으니 영화가 보여주는 대로 곧이곧대로 따라갈 수만도 없는 와중입니다.


 기습 숭배하는 스틸가와 빨리 신발 핥을 생각에 침 고이는 라반 등 (나쁜 의미는 아니지만) 연출의 의도와 어긋나는 순간도 살짝씩 있고, 문자로 정리하자면 모든 것의 중심에 폴이 있어야 함에도 정작 그와 딱히 무관하거나 덜어내도 상관없는 분량도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원작과 비교했을 때 더욱 중요한 사건들이나 인물이 통째로 잘려나가기도 했으니, 감독과 각본가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겠지요.



 이 장르의 영화들이 으레 그러하듯 완전히 대중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지독히도 철학적이어서 별도의 해석을 요하거나 공부해야 할 설정집이 두툼하지도 않죠. 이대로라면 판타지 혹은 SF 대서사시 명작 시리즈 목록에 안착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텐데, 감독의 말에 따르면 마지막이 될 3편에서는 전편들의 장점을 융합하고 애써 꺼내든 인물들의 마침표가 한데 어우러질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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