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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May 19. 2018

<데드풀 2> 리뷰

길어진 혓바닥, 가까워진 밑바닥


<데드풀 2>

(Deadpool 2)

★★★☆


 금세기 가장 '골 때리는' 영웅과 그의 영화가 돌아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세상의 빛을 보고는 자신만의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데드풀 2>죠. 제작사의 반신반의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덕에 제작비와 배우들을 두 배로 불렸지만, 원체 출발이 소소했던 탓에 동종 영화들에 비하면 저예산 소규모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물론 <데드풀>을 배고픈 시리즈로 유지하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이 있기도 했지만요.



 암 치료를 위해 비밀 실험에 참여한 후 초인적인 힘과 회복력을 지닌 데드풀로 거듭난 웨이드 윌슨. 이제 국제적으로 놀며 세계 각지의 악당들을 처치하던 그는 운명의 연인 바네사와 함께 행복한 미래를 꿈꿉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세상은 그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고, 밑바닥까지 내려간 데드풀은 동료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다시 일어섭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래의 기계 용병 케이블이 찾아와 그의 주변인을 노리고, 이에 데드풀은 케이블에 맞서기 위한 기상천외 패밀리를 결성하죠.

 입은 아직도 팔딱팔딱 살았습니다. 지금 화면 속에서 말을 하는 캐릭터가 <데드풀 2>의 데드풀인지, 연기 중인 라이언 레이놀즈인지 모를 입담과 개그가 범람합니다. 아는 만큼 들리는 '드립'이 난무합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그린 랜턴>, DC 유니버스, 데이빗 보위 등 이쪽 방면(?)의 사전지식이 전제된다면 웬만한 코미디 영화는 우습게 능가합니다. 영화라는 틀에 묶이지 않고 이 정도의 호흡을 유지할 수 있는 캐릭터와 작품으로는 그야말로 유일무이합니다.

 과감하고 대담합니다. 테리 크루즈, 빌 스카스가드를 비롯한 조연들의 사용법부터 나오리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던 특급 카메오도 많습니다. 앞으로 나탈리 엠마누엘의 밥그릇을 많이 나눠 먹을 듯한 재지 비츠의 도미노는 조쉬 브롤린의 케이블 못지않은 존재감과 매력을 뽐냅니다. 인종과 성별, 외모 등 최근 장르를 불문한 할리우드의 정치적 흐름마저도 데드풀식 화법에 매끄럽게 녹여냈습니다.


 

 1편은 데드풀이라는 캐릭터를 꺼내 놓는 자리였습니다. 웨이드 윌슨이 어떻게 데드풀이 되었고, 그 데드풀은 입도 몸만큼 살아 있는 위인임을 보여 주었죠. 그런데 2편은 주객이 살짝 전도되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다물 줄 모르는 입이 기승전결을 압도합니다. 러셀을 구하고 케이블을 막는 기본적인 전개에 매번 혼자 구르던 사람이 집단의 일원이 되어 가는 성장은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제아무리 처음부터 진지할 생각이 없었다 한들 분위기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댔습니다.

 웃고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지만, 유쾌함과 안일함의 경계선을 확인할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각본 정말 대충 썼다는 말을 직접 한다고 해서 그 사실이 변하지는 않습니다. 목에 채우기만 하면 돌연변이 능력을 차단할 수 있는 억제기, 손목에 차면 누구나 시간 여행이 가능한 장치 등을 '세계관'에 들여 놓을 땐 약간의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데드풀 2>는 처음부터 이런 영화 기대하고 온 것 아니냐는 말로 모든 답변을 대신합니다.


 

 액션에 수반했던 잔인함마저도 목적과 수단이 바뀌어 스플래터 영화 수준이 되었습니다. 웃기면 장땡이라기엔 이제 끌어들인 인물과 벌인 판이 결코 간소하지 않습니다. <토르: 라그나로크>는 전편들에 비해 인물과 상황을 코미디 콩트 수준으로 비볐음에도 놓쳐선 안 되는 것들을 붙잡았습니다. <데드풀 2>는 그것들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기 직전입니다. 이 쪽의 맛은 보여줄 만큼 보여줬으니, 다음엔 또 다른 재주도 아끼고 있었을 뿐임을 증명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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