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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May 23. 2018

<독전> 리뷰

눈으로 요기하는 눈요기


<독전>

★★★


 2015년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이후 3년만에 돌아온 이해영 감독의 <독전>입니다. 조진웅, 류준열, 박해준, 김주혁, 차승원, 김성령, 강승현 등이 이름을 올린 범죄 액션에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느낌 물씬 나는 티저 포스터와 예고편을 공개하며 기대를 모았죠. 마케팅 단계에서는 일찍이 '비주얼 버스터'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어감만 고려한 것 같지만요) 영화의 남다른 때깔을 강조했습니다. 



 의문의 폭발 사고 후, 오랫동안 마약 조직을 추적해 온 형사 원호의 앞에 버림받은 조직원 '락'이 나타납니다. '이선생'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조직의 보스는 지금껏 누구에게도 모습과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며 오랜 세월 동안 원호를 괴롭혔죠. 락의 도움으로 아시아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 조직의 숨겨진 인물 브라이언을 만나며 원호는 그 어느 때보다 이선생에게 가까워지지만, 목숨줄이 오가는 긴장 역시 그의 숨통을 조입니다.

 모든 장면이 감각적입니다. 스타일, 때깔, 비주얼 등 영화의 외양을 표현하는 단어란 단어들은 죄다 붙여서 꾸밀 수 있습니다. 인물들의 의상, 조명, 세트, 광원, 시간대 등 최대한 다채롭고 선명한 색의 배치를 통해 시각적 즐거움을 추구합니다. 인물들의 대화를 제외한 장면들은 명품 내지는 자동차 광고의 한 장면이라고 해도 믿을 수준입니다. 예고편에서 하나둘 꺼내 놓았던 재료들이 마냥 편집 덕은 아니었던 듯 하지요.

 내용물은 '거대 조직과 실체 없는 보스를 내부에서부터 추적하는 형사'라는 문장 그대로입니다. 한 계단씩 올라갈수록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소름돋는 사람이오!라고 이마에 써붙인 캐릭터들이 새로 나타나고, 최종 보스를 잡기 위해 자신의 목을 꺼내들고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 긴장의 연속이죠. 이 대단하고 대담한 작전을 가능케 한 것은 오로지 나쁜 놈을 잡겠다는 독한 신념이지만, 지금껏 조직을 이렇게 유지해 오면서도 어느 하나 흘리지 않은 보스도 만만한 인물은 아닙니다.



 영화의 오프닝과 함께 공개되는 <독전>의 영어 제목은 <Believer>입니다. 예고편에는 이매진 드래곤스의 동명 곡이 삽입되기도 했구요. 분명 영화는 믿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내부자와 손잡고 조직의 수뇌부로 향하는 사람이 기댈 곳은 없습니다. 누구도 믿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사건과 기승전결에 정신이 팔려 이 '믿음' 이야기에 충분한 비중을 할애하지 않습니다. 

 원호는 자신의 신념에 확신한 채 기차처럼 돌진합니다. 대부분의 상황은 그가 계획한 대로 흘러갑니다. 설령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있었다 한들 그 주체는 스크린 밖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관객이라는 제 3자의 자리는 없습니다. 신뢰관계 때문에 일이 뒤틀리고 꼬여야, 특정한 인물의 의도를 다르게 가정함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져야 가능한 일임에도 그렇지 않습니다. 꿍꿍이가 있음이 뻔한 사람들이 사실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는 극적 연출에선 큰 감흥을 찾기 어렵습니다.

 '독'이라는 단어에 집착합니다. 자극적인 화면에 필요 이상의 정성을 기울입니다. 얼굴을 핥고 비열하게 웃고 눈으로 요기합니다(?). 사람을 패다가 기도를 하고 밥 먹다가 총을 꺼냅니다. 이 구역의 미친놈은 나라는 인간이 너무 많습니다. 무게감이 한껏 만화적으로 과장된 허세로 변하는 건 한순간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다른 영화들로 익숙해진 광경은 서로가 서로의 존재감을 잡아먹으며 실없어집니다. 



 두기봉 감독의 <마약전쟁>을 토대로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존 윅>, <크리미널 스쿼드> 등 익숙한 설정과 장면들을 이어붙였습니다. 심지어 그들과 같거나 미치지 못합니다. 언급한 영화들은 언급한 특징들로 해당 영화들을 정의할 수 있지만, 그것들로 구성되었을 뿐인 <독전>은 자신만의 색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예고편이 다가 아니었음은 다행이지만, 그를 넘어서지 못한 것은 불행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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