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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드 2> 리뷰

정직한 한 방

by 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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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드 2>

(Creed II)

★★★


속편, 외전, 세계관 등 시리즈를 이어 가는 방법은 많고 많지만, 멋진 마무리까지 끝난 고전을 건드릴 땐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록키> 시리즈의 명성을 잇기로 결심한 <크리드>의 접근은 상당히 영리했다고 볼 수 있겠죠. '영웅의 세대교체'를 타이틀로 전설의 복서가 된 록키를 새로운 주인공의 코치로 내세웠으니까요. 2015년 1편의 흥행 덕에 마이클 B. 조던과 실베스터 스탤론, 테사 톰슨까지 모두 돌아온 속편이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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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경기력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된 챔피언 아도니스 크리드. 그의 곁엔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아는 코치이자 인생 멘토인 록키, 팝 스타라는 자신만의 꿈을 잊지 않은 아내 비앙카가 있습니다. 어느 날 그들 앞에 록키의 과거 숙적인 드라고가 나타나고, 오로지 복수만을 다짐하며 아들 빅터를 복서로 훈련시킨 그는 경기를 제안합니다. 록키의 예감은 영 좋지 않지만, 챔피언이 된 크리드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며 새로운 대립이 시작됩니다.


착한 미국과 나쁜 러시아가 대결합니다. 80년대에나 먹힐 법한 손쉬운 구도일 것 같지만, 2011년 <리얼 스틸>이나 2014년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만 떠올려 보아도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현실의 시간으로도 34년이 지난 지금에도 드라고의 냉기는 식지 않았습니다. 록키 시리즈 팬들에게는 록키와 크리드에 더한 반가운 얼굴이고, 크리드 시리즈에겐 하나의 영화를 대신할 자양분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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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영화에서 크리드를 맨땅에 헤딩으로 성공한 영웅이자 주인공으로 만들었으니, 이제는 여유를 가질 시간입니다. 복서 크리드가 아닌 사람 크리드의 면모도, 주변 사람들의 사정도 궁금합니다. 연인에서 부부로 발전한 주인공 커플의 인간적인 고민과 갈등도 조명합니다. 록키는 전편보다도 한 발 더 물러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내줍니다. 세대교체의 다이얼을 한 칸 더 돌립니다.


영화의 소재가 되는 스포츠 중에서도 복싱은 선수와 코치의 1대 1 교감을 내세우기 좋습니다. 게다가 선수는 젊고 코치는 늙었으니 인생 교훈을 녹여내기도 딱입니다. <워리어>, <밀리언 달러 베이비> 등이 대표적입니다. 자기 멋에 취한 젊은이가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닫고 철이 드는 모습엔 항상 보장되는 흡인력이 있습니다. <크리드 2>는 그 기본에 집중합니다.


때문에 전개는 전형 그 자체입니다. 주먹이 달아오른 젊은 챔피언과 경험으로 다져진 베테랑 코치, 그들 앞에 나타난 전혀 새로운 숙적까지. 이 셋을 가지고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인 각본대로 흘러갑니다. 붙으면 다 이길 것 같은 크리드는 무턱대고 덤벼들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록키의 조언마저 구시대적인 것으로 치부합니다. 그러다 큰코를 다친 뒤 이래저래 관계를 재건하고 조심스레 자존심 회복에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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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복싱 영화라면 응당 갖고 있어야 할 경기 장면의 연출은 부족합니다. 무슨 조명을 받았는지 1밀리미터의 데피니션까지 놓치지 않는(...) 마이클 B. 조던의 단단한 몸을 제외하면 꽤 둔탁하게 흘러가죠. 악당은 록키의 숙적으로 설정해 두고서 막상 록키의 비중은 크게 덜어낸 선택도 다소 의문스럽습니다. 그래도 역시 구관이 명관인지, 이번 2편 덕에 역대 복싱 영화 흥행 순위의 1위부터 5위를 록키 시리즈가 가져가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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