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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데스데이 2 유> 리뷰

추해진 악몽

by 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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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데스데이 2 유>

(Happy Death Day 2U)

★★


불과 480만 달러의 제작비로 1억 250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벌어들인 <해피 데스데이>가 돌아왔습니다. 공포 스릴러 장르 특성상 입소문만 타면 1억 달러를 넘기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고, 워낙 저예산으로 기획되기에 1억 달러만 넘겨도 수십 수백 배의 이익을 남기게 되죠. 그렇게 신생 제작사 블룸하우스는 단기간에 업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해피 데스데이> 시리즈는 새로운 효자가 되기 일보직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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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의 모험 끝에 어떤 위험에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과 새 남자친구를 얻은(?) 우리의 주인공 트리. 겨우 되찾은 평범한 일상을 누린 것도 잠시, 남자친구의 룸메이트의 하루가 반복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듣게 됩니다. 놀란 트리는 이 모든 사태가 특정한 기계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죠. 그렇게 트리는 친구들과 함께 도움을 주려 나서지만, 이내 벌어진 사고는 트리가 겪었던 최악의 악몽을 처음으로 돌리고 맙니다.


할리우드는 속편 제작이 도무지 불가능할 것 같은 영화들도 곧잘 늘리곤 합니다. 1편에서 트리는 베이비 마스크를 쓴 살인마에게 쫓기며 살해를 당할 때마다 그 날 아침으로 다시 돌아갔고, 결국 살인마의 정체를 밝혀 살해한 뒤 타임 루프에서 빠져나왔습니다.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난 탓에 더 이상의 가능성은 없어 보였죠. 하지만 그토록 대단한 수익원임이 증명된 이상 단 한 편으로 끝내기는 너무 아까웠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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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엔 살을 좀 붙였습니다. 대학생이 개발한 기계에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대충 그럴듯한 과학적 설명을 더해 타임 루프가 생겨나는 이유를 지어냈습니다. 평행 세계를 소재로 하고 있음은 유니버설 스튜디오 로고가 나오는 오프닝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 함께 맛있게 먹고 이제는 1인분도 남지 않은 음식에 오로지 양을 늘리려 다른 재료를 넣고 또 넣습니다.


그렇게 'B급 영화'라는 타이틀을 자처합니다. B급 영화의 첫 번째 규칙, 의문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등장인물들이 마주하는 상황엔 조금만 따져 보아도 훨씬 더 효율적이고 상식적인 반응과 대처법이 존재하지만, 원하는 그림과 결말을 연출하기 위해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이 반복됩니다. 이는 영화의 사소한 에피소드는 물론 전체적인 줄기까지 결정하기에 완성도를 아주 크게 무너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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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편에서 본의 아니게 차원을 넘나들게 된 트리는 인생 최대의 선택을 마주합니다. 엄마와 남자친구죠. 애초에 선택이라고 부를 수도 없습니다. 엄마를 선택할 수 있는 차원의 남자친구가 톡 치면 넘어올 상황이라는 조건도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말이 안 되지만 영화는 말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말이 된다고 이야기하면 그렇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초면인 사람이 과거의 고통이 널 만들었다는 설교를 하는 상황도 그렇다면 그런 겁니다.


1편의 유명한 설정 구멍들 중엔 트리가 작성했던 용의자 리스트가 있습니다. 극중 트리는 의심이 가는 사람 리스트를 쭈욱 적어놓고 하루하루를 반복한 뒤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가는데, 하루가 처음으로 돌아가면 그 종이도 사라지기에 말이 안 되는 장면이었죠. 이번 2편의 기준에서 이 정도의 오류는 아주 똑똑하고 귀여운 수준입니다. 아주 의도적으로 만듦새의 울타리를 신나게 부수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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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예측 가능해졌습니다. 타임 루프에 갇혀 살인마의 정체를 추적하는, 무겁고 예측 불가능했던 전편의 매력을 스스로 내던졌습니다. 반복되는 하루의 긴장감은 사라졌고, 살인마는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에픽 무비>, <무서운 영화>, <디재스터 무비> 등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온갖 인기작들의 저급한 패러디를 몰아넣어 양산되던 영화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안타깝고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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