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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포핀스 리턴즈> 리뷰

메리 포핀스 다시 만나 행복해

by 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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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포핀스 리턴즈>

(Mary Poppins Returns)

★★★☆


올해도 <덤보>와 <알라딘>의 실사영화를 준비하며 고전 애니메이션들의 재발견에 열을 올리고 있는 디즈니. 품 속에 남은 보증수표들이 뭐뭐 있나 살펴보던 쥐의 눈에 들어온 건 다름아닌 1964년작 <메리 포핀스>였습니다. 1편으로부터 무려 55년,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묶기에도 어마어마한 세월에도 '리턴즈'라는 꼬리를 달고 돌아왔습니다. 에밀리 블런트가 줄리 앤드류스의 바통을 이어받아 새 메리 포핀스로 등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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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트리 가 17번지에 살고 있는 마이클과 세 아이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던 그들이지만, 몇 년 전 아내이자 엄마인 케이트를 잃고 집까지 은행에 압류될 위기에 처합니다. 모두의 추억이 서려 있는 집을 빼앗기기까진 단 5일, 마이클에겐 더 이상 남은 방도가 없습니다. 그렇게 좌절하던 그들 앞에 다름아닌 메리 포핀스가 나타나고, 다시금 뱅크스 가문의 아이들을 책임지게 된 그녀는 마법으로 모든 것을 바꿔놓기 시작합니다.


50년을 건너뛴 속편임에도 불구,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1편의 최대한 많은 것을 계승하려 노력합니다. 메리 포핀스라는 캐릭터만 있으면 전 세계 어느 곳의 어떤 가정을 방문해도 무관하겠죠. 그럼에도 1편의 주인공 아이들인 마이클과 제인이 성인이 되었다는 설정으로 옆 집의 대포 쏘는 영감님까지 제 자리에 돌려 놓았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나이를 먹었지만 메리는 여전히 완벽하죠. 관객들의 시선을 마이클과 제인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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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완벽하고 사랑스러운 메리 포핀스. 진취적이지만 이기적이지 않고, 무엇이든 해결하지만 공을 가져가지 않습니다. 살면서 맞닥뜨릴 만한 모든 문제의 답을 알고 있지만, 몸무게를 물어보는 질문엔 충격을 받습니다(...). 한 번 거두었던 아이들은 절대 품 밖에 내지 않습니다. 어른이 되어 한 가정을 책임질 나이가 되었어도 메리의 눈엔 아직도 청소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말썽쟁이에 불과합니다.


각본에 무소불위의 마법사(!)가 등장하는 영화들은 비중의 분배와 균형에 전념을 다해야 합니다. 손 하나만 까딱하면 극중 대부분의 갈등과 문제 상황을 해결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 정당한 이유를 만들어내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보통은 어떻게든 지어낸 명목상의 이유에 금이 가는 순간 영화의 설정 구멍으로 이어지고, 그마저도 한없이 주관적인 기준 탓에 갑론을박이 이루어지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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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길러내는 유모'라는 입장으로 이를 해결합니다. 아이들의 잘못은 아직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이라는 이유 하나로 메리에게 흡수됩니다. 아이들의 주체적인 성장과 노력을 중시하는 메리는 자신의 개입을 최소화합니다. 하지만 개입하기로 결정한 순간 확실하게 해냅니다(애초에 메리 포핀스의 등장부터가 그렇죠). 물론 다른 등장인물 역시 메리의 존재 혹은 능력에 의존하지 않음을 전제로 합니다.


다만 이번 영화의 메리 포핀스는 아이들을 돌보는 유모보다는 뱅크스 가문을, 나아가서는 '착한 사람들'을 비호하는 수호신에 가깝습니다. 이는 후반부 풍선 장면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죠. 착하게 살며 만사에 최선을 다하고 옳은 것을 위해 노력하다가도 현실의 벽에 좌절하는 사람들을 위합니다. 이렇게 디즈니는 메리 포핀스라는 캐릭터의 성격을 한 차원 확장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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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메리를 제외한 모든 등장인물들은 단순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속에서나 존재하는 선인 내지는 악인이라면 메리의 그와 같은 특징이 의미를 가질 수 없습니다. 마이클과 제인, 세 아이들은 한없이 착하지만 인간적인 분노와 실수, 고민에 발이 묶입니다. 그러면서도 사랑과 희망의 이름으로 다시 일어섭니다. 누구나 될 수 있고, 되리라 노력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하기에 전형적입니다.


유년 시절의 추억, 나아쁜 은행, 직장에 간 아빠가 깜빡한 서류 가방, 갈등 이후 다시금 단단해지는 가족, 마지막으로 빨간 풍선까지.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얼마 전 개봉된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와 꽤 많은 부분을 공유합니다. 푸가 같거나 아래인 이하(?)의 동반자라면 메리는 같거나 위인 이상(?)의 동반자라고 할 수 있겠죠. 이야기의 단순함이나 전체 관람가 등급의 충실도는 거의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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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뮤지컬이기도 합니다. 첫 대사부터 노래를 합니다. 등장인물의 내면을 드러내고, 문제를 해결하고,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교훈을 남기는 등 효용은 다양합니다. 21세기의 자본과 기술력 덕에 각종 무대장치와 그래픽도 십분 활용합니다.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노래들이 의외로 잦고 깁니다. 끝나나 싶으면 2절이 시작됩니다.


메시지는 대부분 영화의 상황에 맞춘 특수한 것들이 아닌, 자기계발서 첫 장에 나올 법한 보편적인 것들이기에 감흥이 더욱 덜합니다. 종종 정말 현실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지점에서도 꿈과 희망만을 노래하는 등의 연출이 들어가며 분위기가 필요 이상으로 가벼워지는 역효과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좀 더 진한 감정선과 연령 장벽을 맞바꾼 연출이었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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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과 붉은 입술이 돋보이는 에밀리 블런트는 빨간 모자와 파란 코트, 파란 모자와 빨간 코트를 바꿔 입으며 외양까지 최대한의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실제로 욕조 바닥을 뚫어 미끄럼틀을 설치해 찍었다는 목욕 장면에서는 하강 직전의 긴장(...)이 전해지는 듯 했구요. 이번 영화까지 보고 나니 부디 디즈니가 메리 포핀스의 신비주의만큼은 영영 지켜 주었으면 합니다. 아마 메리를 주인공으로 개인사까지 파내려가는 순간이 메리 포핀스의 마지막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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