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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May 29. 2019

<해피타임 스파이> 리뷰

추레한 동심 파괴


<해피타임 스파이>

(The Happytime Murders)

★★


 개구리 커밋을 주인공으로 하는 머펫 시리즈는 세대와 국가를 넘어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국내엔 직접 해당 방송을 본 사람까지는 많지 않겠지만, 인지도만큼은 어디서 모자라지 않은 수준이죠. 90년대 크리스마스 특집을 포함해 꽤 많은 머펫 시리즈를 담당했던 브라이언 헨슨이 놀랍게도 청소년 관람불가 딱지를 붙인 인형극을 들고 나타났으니, <해피타임 스파이>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인간과 인형들이 공존하는 도시. 얼핏 평화로워 보이지만, 선천적 차이에서 나오는 차별이 횡행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왕년에 잘 나갔던 해피타임 방송 출연진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죠. 이에 과거의 악연으로 지금은 원수지간이 되어 버린 인형 탐정 필립스와 열혈 형사 에드워즈가 다시 한 번 힘을 합치지만, 서서히 풀리는 실마리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말을 향합니다.


 시작부터 패기가 넘칩니다. 예쁜 말만 쓰면서 어린이들의 앞날을 위해 한 몸 바치던 인형들이 육두문자를 난사합니다. 어른들이 보는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고 스트립 클럽을 드나듭니다. 욕망과 욕구를 드러내는 데 일말의 주저도 없습니다. 혼자 온갖 무게는 다 잡으며 뒷골목 인맥을 동원해 수사를 이어나가는 탐정물의 전형을 그대로 밟아나갑니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에 생각보다 더욱 익숙합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익숙한 것엔 익숙한 이유가 있을 때도 많습니다. 틀과 격식을 무너뜨리는 시도는 그 자체로 대단한 모험입니다. 관객이 자신도 모르게 이런 신선함을 반긴다면 엄청난 성공으로 귀결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손가락질을 받으며 퇴장당할 최후도 각오해야 합니다. <해피타임 스파이>는 슬프게도 후자에 매우 가깝습니다.


 동심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인형들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난잡하게 노는 광경이 반복됩니다. 더 어울리는 다른 수식어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역겹다는 감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유쾌한 충격에 이마를 때리기보다는 찌푸려지는 눈살에 고개를 돌리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큽니다. 감정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인형으로 이런 화면을 만들어내려 했던 연출 의도부터 거슬리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눈 앞에 던져두는 그림에만 성인용 딱지가 붙어있을 뿐, 풀려나가는 사건의 전말은 1차원적이기 짝이 없습니다. 매주 미해결 사건들을 하나씩 풀어내야 하는 양산형 TV 드라마의 흔해빠진 기승전결입니다. 인형극이라는 것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던 그 때 그 시절의, 시가와 코트 깃으로 세상 외로움 혼자 짊어진 형사의 감성을 그대로 갖고 오니 먹힐 리가 없습니다.



 <스파이> 정도에서 정점을 찍었던 멜리사 맥카시의 왈가닥 형사 캐릭터는 영화 전체의 분위기에 휩쓸려 최소한의 개성도 발휘하지 못합니다. 적당히 걸걸하고 적당히 모자라고 적당히 끼어듭니다. 뻔한 캐릭터들의 뻔한 이야기에 뻔한 과거사까지 얹었고, 새 옷이라며 입힌 봉제 덩어리들은 극의 수준마저 통째로 끌어내렸습니다. 커밋이 명예훼손 소송이라도 걸어야 할 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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