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말로만 듣던 '공난포'라는 결과를 받았다.
난포 2개가 보인다고 했는데 하나는 미성숙. 하나는 공난포 였다.
'내가 지금 만 34살인데,,공난포 라니,,!'
진짜 폐경이 눈앞에 온 것 같아 무섭고 아득했다.
그런데 정말 다행히 다음 채취에서 난자를 꽤 잘 모으고, 좋은 성과도 있었다.
역대급 난포였다. 무려 7개나 채취했고, 그 중 5일 배양이 3개나 나왔다. 결과적으로 그 배아들이 정상적으로 내 자궁에서 자라나진 못했지만, 시험관 3년차인 나에게 아주 유의미한 신호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보인 공난포는 상황이 달랐다.
10주 유산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난자 채취. 딱 1개가 보인다고 했고, 선생님은 똘똘한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불안한 나를 안심시켰다.
수면마취를 시작했고, 언제나처럼 눈을 떴을 때 밀려오는 불안함.
남편에게 카톡을 했다. "오빠 정자채취 했어?." "아니.."
상담을 위해 들어간 진료실, 선생님은 내 상황을 설명하려 애썼다.
그리고 들려오는 한 마디.
“지금 생수님 상황은 씨 없는 수박이라고 보면 돼요.”
누군가에겐 기분 나쁠 수 있는 표현이었겠지만, 그 순간 나는 웃음이 터졌다.
머릿속에 초록 껍질 속 빨간 과육이 떠오르며 ‘씨 없는 수박 맛있잖아요’라는 생각이 번쩍.
순간 진료실 공기가 풀리고, 나도 평정심을 되찾았다.
다시 물었다.
“그럼… 저 심각한 건가요? 시험관 그만둬야 하나요?”
선생님은 담담하게 말했다.
“1년 동안 배아를 1개 모으는 사람도 있어요.”
그 말이 머리를 세게 한 번 때린 듯했다.
내 속도를 남의 속도에 맞추지 말고,
오늘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가면 되는거 아닌가.
공난포? 씨 없는 수박?
그래도, 그 수박이 나를 웃게 했다면 오늘은 괜찮은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