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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현 Jun 07. 2024

월드 클래스를 키운 월드 클래스 아버지 이야기

[독서기록]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손웅정



“손흥민 선수는 월드 클래스인가요? “


이 질문으로 시작하는 인터뷰 영상이 한 때 화제였다. 아버지인 손웅정 씨는 절대 월클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내 기억에 손흥민 선수가 이미 세계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들을 이뤘을 때였다.


한 선수가 유명해지면 보통 선수의 여자친구가 구설수에 오르곤 한다. 근데 손흥민 선수는 아버지가 항상 같이 언급된다. 어떤 특별한 교육이 아들을 월드 클래스 선수로 만든 걸까.


나처럼 하면 안 된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만큼은 나와 정반대의 시스템을 갖추고 가르쳐야겠다고 결심했다. 이것이 내가 맨 처음에 정한 지도 철학이었다.
위로 뻗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깊게 파려면 넓게 파라는 말처럼, 기본 작업을 깊고 넓게 해야 한다.
흥민이가 함부르크에서 처음 계약했을 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1군 팀 훈련에 참가했을 때, 분데스리가 데뷔 골을 넣었을 때 사람들은 “혜성처럼 나타난 선수”라고들 표현했다. 나는 흥민이뿐 아니라 그 누구도 그 어떤 분야에서도 “혜성은 없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 세상에 혜성같이 나타난 선수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기본기가 그때 비로소 발현된 것일 뿐이다.


저자는 기본기 없이 악으로 깡으로 축구를 해왔다. 결과는 부상으로 인한 은퇴. 아들이 축구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그의 머릿속에 온통 “기본기를 충실히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한다.


축구 천재, 농구 천재, 사업 천재.. 각 영역에는 천재들이 많다. 한편 한순간에 무너지는 사람도 많다. 저자는 그 원인을 기본에서 찾았다. 기본을 깊게 쌓아야만 빛을 오랫동안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축구의 기초 능력으로 체력, 드리블, 패스 등이 있듯, 어떤 영역이든 기초가 있다. 단지 능력에만 국한할 필요가 없다. 어떤 윤리적 사고, 일을 대하는 마음 가짐 등 갈고닦아야 할 것들이 정말 많다. 그는 축구뿐만 아니라 인성까지도 넓고 깊게 손흥민 선수를 키워왔다.


독서는 생존의 도구였다.


적어도 나라는 사람에게 책은 단순한 유희의 도구가 아니라 절실한 생존의 도구였다. 어떤 책이든 공부하는 심정으로, 별난 방법을 동원해 읽었다.
좋은 책은 적어도 세 번을 읽는데, 처음 읽을 때는 글자색과 같은 검은색 펜으로 중요한 대목을 체크하고 메모하며 읽는다. 두 번째 읽을 때는 파란색 펜으로 반복하고, 세 번째 읽을 때는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을 빨간색 펜으로 체크하고 메모한다. 그렇게 삼독을 한 후, 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나 나 자신을 돌아봤을 때 부족하고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메시지는 독서노트에 옮겨 적는다.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이었다. 저자는 1년이면 100권을 읽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축구 선수 손흥민이 아닌 인간 손흥민을 훌륭히 키워내겠다는 교육관이 무엇보다 인상 깊었다.


툭 대도 골을 넣을 수 있는 순간에도 부상당한 사람을 챙기라는 문장이 있다. 분명 많은 독서 끝에 “어떻게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란 질문을 수없이 돼 내어온 사람의 가르침이다. 인생 전반에 걸쳐 그 한 골보다 내가 남을 대하는 철학이 더 중요한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독서를 우습게 보며 멀리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독서가 인간의 성장을 반드시 보장하진 않는다. 그러나 반대로 성장하는 사람은 필히 독서하는 사람이라고 나는 믿는다. 손웅정 씨도 그런 독서가였다.


네 삶의 주인으로 살아라.


“네가 축구를 좋아하는데 축구선수가 못 되고 일반 학교에 가야 한다면 기술이나 농업을 배울 수 있는 학교에 가거라. 거기서 조금 일찍 하교하고 너 좋아하는 축구를 해라. 학교를 마치고 직장을 잡을 땐 연봉을 가장 조금 주는 데를 찾아라. 연봉 조금 주고 일찍 퇴근하는 곳을 찾아라.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 그것이 축구라면 축구를 해라.”
내 삶의 주도권을 쥐고 살라는, 누군가에게 좌지우지되며 조종당하지 않는 삶을 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렇게 안주하고 있으면 언제나 쫓아오는 상대에게 쫓기는 삶을 살고 만다.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 휘둘리는 삶을 살고 만다.


자신이 선택해서 자기 의지를 발휘하여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살지 않으면 자신을 잃게 된다. 자신이 자기 삶의 주인공이라는 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


죽음 앞에서 모든 사람은 겸손해진다. 결국 한 줌의 재로 돌아간다면, 오늘 하루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저자는 늘 영혼이 더럽혀지지 않는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한다. 내 의지로, 내 선택으로 사는 게 인생이니까.


그래서 축구 선수로 성공 못해도 적당한 곳 취직해서 축구를 하며 살라고 말했다는 대목이 눈에 띄었다. 내가 과연 아들에게 그런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돈보다는 내 영혼이 바라는 삶을 선택하라는 게 진짜 가능한가.


우선 나부터 그렇게 살아야 아들에게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하루부터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 내가 주인공인 세상이고, 언젠가 죽는 게 인생이니까.



‘성공’은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이 아닙니다. ‘성장’이야말로 우리가 늘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흥민이를 보며, 이번 시즌보다 다음 시즌 조금 더 성장하길 바랄 뿐입니다. 성장에는 끝이 없으니. 조금씩 조금씩 나아진다면 바랄 게 없습니다.


손흥민 선수가 오랜 시간 꾸준한 이유는 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저자만의 교육관 때문일 것이다. 축구선수가 아닌 우리에게 성장이란 무엇일까. 내가 매일 추구해야 할 성장은 무엇일까. 성장이 어려운 이유는 연봉이나 자산처럼 숫자로 표시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성장은 측정하기 힘들지만 성장 하는 법은 모두 다 알고 있다. 많이 읽고, 쓰고, 뭐든 성실히 임하고, 매 순간 사려 깊게 행동하는 것. 그래도 방법은 아니까 하루하루를 성찰하며 살다 보면 성장과 가까운 삶일 것이다. 축구를 매개로 인생철학을 이야기한 책으로, 정말 오랜만에 두 번 읽은 책이다. 언젠가 아들에게도 읽기를 권하고 싶은 훌륭한 책이었다. 나도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하루를 살아야겠다는 반성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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