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4분기를 마무리하며
지난 10월 10일 브런치 업로드 이후로 글을 쓰지 않았다. 그간 많은 변화가 있어 지금 글을 쓰면 나중에 후회할까 봐 잠시 중단했었다. 이젠 좀 정리가 된 듯하여, 그간 있었던 변화와 느낀 점들을 남겨보고자 한다.
아들 출산이 임박했을 무렵, 나는 매일 5시에 일어나 출근을 했다. 그게 벌써 1년 전이다. 회사 앞 맥도날드에서 따뜻한 커피를 샀다. 개발 공부를 하기에 새벽 사무실은 너무 추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일 두어 시간씩 개발 공부를 했다. 심지어 산후조리원에서도 열정을 불태웠다.
왜 갑자기 개발을 했는지 나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2017년 친구들과 창업을 시작했을 때 개발이 재밌어 보여 'Hello World'를 타이핑해 본 게 인생 첫 코딩이다. 이후 영업 사원으로 지금의 회사에 취직했고 조금씩 조금씩 계속 공부는 해왔다. 아주 조금씩.
그렇게 긴 세월이 흘러, 2023년 출산이 임박한 겨울. 사실 사업총괄로서 못해낸 게 많아 마음이 비참했었다. 뭐라도 하나 제대로 못하는 내가 싫었다. 다 겉핥기. 내 인생 자체가 겉핥기인 것 같아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무엇하나 제대로 못해왔던 개발 공부 흔적들을 보며, 이거라도 한번 제대로 해보자는 결심을 했다. 곧 태어날 아이에게 '겉핥기' 아빠가 아닌 '해내는' 아빠이고 싶었다.
대표님께 개발자를 해보고 싶다고 선언했고, 대표님은 날 믿어줬다. B2C, B2B 다 경험해 본 내가 개발을 한다면 아무래도 커뮤니케이션 비용은 낮을 테고, 내 의지를 믿어주신 것 같다. 그렇게 2024년 10월 11일에 조직에 공표되었다. (공교롭게도 브런치 마지막 글을 쓴 다음 날이다.)
내가 총괄했던 B2C 인테리어 시공 서비스 하우스텝은 강남에 쇼룸을 운영했었다. 영림, 한솔 등 제조사 기반 훌륭한 쇼룸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직원 모두가 고객에게 친절하고, 우리가 타깃 하는 고객 한정으로는 최고의 자재 쇼룸이었다고 나는 자부한다. 그렇게 강남 쇼룸에서 동료분들과 뜨겁게 일했었다.
역대 최고 매출을 찍어보기도 했으나, 긴 부동산 침체를 이겨낼 수 없었다. 투자 시장도 말도 안 되게 얼어붙었다. 답은 뻔했다. 비용 줄이기. 그렇게 강남을 떠나 공유 오피스인 판교로 이사했고, 자재를 보여주는 기능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글을 쓰는 지금, 사무실은 광주로 이전했다. B2B 물류 서비스가 수행되는 창고에 결국 모였다. 그간 물류 팀원들과 사무직 팀원들이 떨어져 있어 많은 비효율이 있었는데, 이젠 모두 힘을 하나로 합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서비스의 퇴보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오히려 진보라 생각한다. 이제 달려 나갈 일만 남았다.
이제 채용공고에 가까운 지하철역을 입력할 수 없는 곳에 와있다. 직원 모두 차량 없인 출퇴근할 수 없다. 불편해졌다. 그럼에도 내가, 그리고 우리 조직이 여기로 와서 일하기로 한 건 진짜 이뤄내고 싶은 게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패할 수 있다. 그래도, 개발자를 도전하는 각오와 마찬가지로 더 이상 '겉핥기'는 하기 싫다. 링 위에 올랐다면, 모르겠고 제대로 주먹 한번 내질러 봐야 한다.
세상에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2024년 12월에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마찬가지로 내가 개발자가 될지, 경기도 광주로 출근할지 예상하지 못했다. 예상할 수 없다면 내 선택을 정답으로 만들어버리면 된다. 나를 믿자. 더 이상 '겉핥기' 인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