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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 Oct 19. 2021

자.컨.의 끝

케이팝 다시 보기 #6. 대충 만드는 콘텐츠는 티가 난다.



11명 아이돌 그룹이 있다. 그 친구들은 상당한 퀄리티로 각자의 매력을 꾹꾹 눌러 담아내는 콘텐츠를 만들어준다. 더보이즈 이야기다.


대충 만드는 콘텐츠는 티가 난다. 공들인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근데. 미남이 우는 콘텐츠라니... 이건 안 볼 수가 없으니까. 안 뜰 수가 없겠지.


더보이즈의 멤버인 영훈이는 최근 원 더 우먼에 이상윤 님의 아역으로 나온다. 영훈이가 커버곡+연기를 보여주는 콘텐츠를 선택했는데, 너무너무 잘해서 놀랐다. 영훈이의 매력 2,000% 보여 준 콘텐츠라 생각한다. '왜 이 노래를 선택했지?' 하면서 노래 가사도 생각해보게 되고, '왜 이런 설정의 연기를 하려고 했을까?'까지 가니까.


커버한 노래는 A Great Big World - Say Something. 계속 말해보라고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영훈이는 편지조차 보내지 못하고 영상이 끝난다.



너무나도 사랑했던 사람에게 너를 많이 좋아했었다고 말하는 것, 그리고 그걸 숨기는 것, 어떤 게 진짜 사랑일까. 죽음을 직감한 순간 앞에서도 그 고백을 망설이게 되는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 말하지 못해서 아픈 걸까, 아파서 말하지 못하는 걸까. 아름답지만 불안하고, 불안하지만 또 아름다운 청춘의 때. 도망치고 싶지만 또다시 결국 그 자리일 수밖에 없는 지독한 현실. 노래랑 연기랑 영상이랑 막 고조되면서 흔들리고 잔잔하고 어둡다가 다시 밝아지고 하는데. 겨운 이중성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Love leaves duality. 대문자로 쓴 걸 보면 LOVE. LEAVES. DUALITY. 로도 볼 수 있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가도 청춘인 것 같고. 이별 이야기인가 하다가도 아직 너무 사랑하고 있는 것 같고. 그렇게 제목부터 스토리, 커버곡 가사, 설정까지... 모든 게 완벽하게, 촘촘하게 잘 짜인 콘텐츠다. 고잉셉 후기도 쓸 거지만, 자컨(자체 콘텐츠의 줄임말)의 끝이라고 감히 생각해 본다.





영훈이가 쓴 편지 문구는 아마 영훈이 팬들의 바이오로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동경을 혐오로 감추는 건 너와 내 주특기였어.' 진짜 멋진 포스타입 소설 하나를 읽고 나서 느끼는 허무한 그 감정을, 소속사에서 주는 자컨에서 느껴버리다니. 아냐. 이건 오피셜이야. 정신 차려. #에투보 (A to Boyz를 에투보라 한다) 전작인 현재 이야기랑 이어진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진짜 또 한 번의 '캬...ㅠ' 역시 팬들이 최고의 콘텐츠다.





사실 영훈이는 *우는 걸로 유명한 친구인데(1위 했을 때 브이앱에서였나 우는 짤이 타 팬덤까지 넘어가고 실제로 그 짤 입덕이 많았다고 함... 영훈이 잘 모르는 나도 이 짤은 알고 있을 정도... *나무위키: '눈물 젖은 빵 : 차가울 것 같은 인상과는 달리 여리고 눈물이 많은데, 한 번 울음을 터뜨리면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많이 울어 눈물 젖은 빵(눈젖빵)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데뷔 쇼케이스의 연습생 졸업식 편을 시작으로, 데뷔 1주년 기념 편지, 2019년 1월 팬콘, 5월 첫 1위를 했을 때, 2020년 12월 5일 3주년 팬콘에서도 펑펑 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도 잘 살린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잘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이 시리즈는 하우스오브팀에서 만들고 있다. '특정한 틀이나 룰 없이' 만든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지금까지 다 색다른, 각각의 멤버들만의 매력을 극대화시켜주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더보이즈가 하고 싶어 하는 거, 더보이즈로 하고 싶은 거 할 테니까, 그냥 즐겨!' 이 마인드가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다. 이번 컴백도 이 팀이랑 같이 한다고 하는데, 더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영훈이는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한 번쯤은 말하고 싶었던 걸까. 11명, 다인원 그룹에서 살아남는 것이란, 또 다른 서바이벌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영훈이라는 아이에 대해 잘 몰랐었는데, 이 영상으로 정말 매력 있는 친구라는 걸 알았다. 다음 시리즈들도 아직 남아 있겠지? 그리고 이만큼의 퀄리티로 뽑아주는 팀과 함께인 덥즈... 정말 부럽다.


<오늘의 감상>

- 그냥 콘텐츠 말고, 해석의 여지, 즉 떡밥을 주는, 머리 쓴 콘텐츠, 그리고 팀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찰떡 콘텐츠를 만드는 일.


+ 영상은 여기서

[A to BOYZ] THE BOYZ YOUNGHOON | Cover Song | A Great Big World - Say Something https://youtu.be/ykPY24dDh40 (생각보다 조회수가 낮. 선우 커버는 400만 뷰를 향해 달려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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