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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혁 Apr 22. 2018

불쌍한 아빠, 귀찮은 남편

은퇴한 남편이 꼭 지켜야 할 10가지

불쌍한 아빠, 귀찮은 남편    


40여 년 전, 미국으로 건너가 버클리대학을 나와 원자력관련 컨설팅일 하던 친구가 서울에 왔었다. 

그동안의 안부와 지난 추억담, 세상사는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우리 나이 또래의 제일 큰 관심사인 노후의 시간 보내기가 주류였다.

 

친구는 마침 올 1월에 퇴직하고 관광차 왔다고 한다. 

내가  묻기를 “한국에서도 70살까지 일하는 추세인데 왜 일찍 은퇴했는지?”친구는 말했다

 “ 회사에서 말렸지만 직장 생활할 때에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못 본 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아들 딸 결혼시킨 후에는 특별히 돈 들어갈 일도 없고 해서 조기 은퇴했다”고 한다."

 “그렇구나,  너는 한 직장에서 40년을 다녔으니 국민연금, 개인연금 등으로 경제적 문제점이 없겠지?  그렇다면 남은 부부 둘이서 무엇을 하고 지낼거니?”


가정은 있지만 식구가 없고, 상대는 있으나 대화가 없는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을 생각하며 넌즈시 물었다. 


“종종 사회봉사도 하고,  부부동반으로 자식들 집이랑 가고 싶었던 곳의 여행을 하려고 한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대답이다.  

“그런데 친구야, 부부들 간에 할 이야기가 있니?”

친구는 질문의 요지를 이해하지 못한 모습으로 “우린 젊었을 때부터 모든 것이 부부중심이었지,  평생 동안 식구로서 함께 생활하였기에 부부간에는 물론 자식들과도 할 이야기가 많아?” 

"아, 부럽다?"

우리들의 가정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가진다. 



옆에 있던 다른 동창이 거든다.

 “우리 교회 식구 중 한 권사님이 계셨는데 남편이 현직에 있을 때는 엄청 잘나가서 존경스러워했지만  지금은 왕 짜증이다.  방구석에 쳐 박혀 있으면서 사사건건 간섭하고 3끼 식사 차려주느라고 이 나이에 골병이 들 지경이라고 한다.”고 하소연 한다.    


하기야 일반 가족들이 모임을 보면 상상이 된다. 

어머니를  둘러쌓고 딸들은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지만 아버지는 한쪽 구석에서 아들들이 전하는 “ 별일 없으시지요? 라는 말 한마디 한 후 TV만 줄 곳 바라보지 않는가?  어느 사이에  대화와 소통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sns와 tv가 있을 뿐이다.

     

지난 겨울 전철에서 만났던 선배의 말이 생각나서 서글퍼졌다.

“ 선배님 왜? 천호동에서 멀리 떨어진 김포공항까지 당구 치러 다니세요?” 

“나이 들면 오라는 데도 없고,  시간보내기 가장 고통스럽다. 그레서 지하철에서 시간을 보낸다. 아침 10시쯤 집에서 나와 오후 5시에 집에 돌아가는 하루 여행으로  당구만한 것이 없다.  ” 

매일 천사가 나타나서 친구 되어 준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지난 겨울 터키 단체관광을 다녀왔었다. 30여명 관광객 중 대부분이 친목회, 학부모,  교회 다니는 여자들로 구성되었고 부부가 동반한 가정은 2가정 뿐 이었다.    

최근 대학 동창들이 야심차게 2박 3일 여행을 계획했지만 역시 참석자 저조로 지난해처럼 불발로 그쳤다. 

반면에 아내는 전화 몇번하고는  다음 달 친구들과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온다고 한다.    


어째서 은퇴한 남편, 늙은 아빠는 가정에서 귀찮은 존재가 되었을까?    

한 친구가 진단하길 “ 남자들의 자업자득이다. 젊어서 회사 다닐 때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가정 일을 소홀히 하다 보니 자식들과 대화가 통하지 않게 되고, 아내와도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불통은 물론 사소한 일로 인해서 불화도 겪게 된다.”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수긍도 안 되어 먹먹할 뿐이다.

     

흔히들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기라고 한다. 



대나무가 땅에서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5년 동안  땅 밑에서 뿌리가 숨어있어야 한다. 

하지만 5년 동안 가만히 있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가 뻗을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한 후에야 지상에 싹을 올린다. 

대나무가 올라올 때는 하루에 70센티씩 부쩍 큰다.

경영학에서 ' 1만 시간의 법칙' 을 거친 후에야 전문인 대접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가장으로서 은퇴 후에 해야 할 일을 준비하지 못한 죄, 지금와서야  후회한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기차는 지나갔고 시간이 되돌아오지 않는 법, 지금부터라도 후회하지 않은 일을 하면 된다. 


사진: 사랑에는 은퇴가 없다.


은퇴 가장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기를 찾아본다.

    

첫째, 누워있지 말고 끊임없이 움직여라. 동네 산보라도 하고 일단 집에서 나와라.

움직이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
 
 둘째, 하루에 하나씩 의미 있는 일이나 즐거운 일을 만들어라. 본인이 웃고 열심히 살면 가정에 행복해진다.
 
 셋째, 마음에 들지 않아도  용서하고 받아넘겨라. 이 세상에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넷째,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  노인이 쓰는 돈은 아름답다. 원하는 일만 해도 인생이 얼마 남지 않다. 


 다섯째, 돈이 재산이 아니라 사람이 재산이다. 재산은 통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만 내 자산이다. 돈 때문에 사람을 잃지 마라.    



여섯째. 독서에 습관을 들여라. 책을 읽고 또 읽어라. 돈 안들이고 마음이 풍요해지는 최고의 건강법이다. 독서는 지혜자와 동행하는 것이다.


 일곱 번째, 한번 한 소리는 두 번 이상 하지 말라. 아무리 효자라 할지라도 간섭하면 싫어한다

말이 많으면 맷돌 들고 수영하는 꼴이다.

    

여덟 번째, 가정 일을 분담한다. 만일 아내가 직장생활을 하면 남편이 출퇴근 시켜주고 집안 청소를 한다.  

  

아홉 번째, 걱정하지 마라. 내일이 올지 내세가 올지 모른다. 그저 이 순간을 즐겨라 


열 번째, 내가 가지고 떠날 것은 없다. 그렇다고 가진 돈 다 쓰고 죽지 말고, 뭔가를 남기고 갈지 생각하라. 
 

그밖에 놓치기 쉬운 것이 있다.  

아내만의 공간을 내어줘라. 남편이 은퇴하면 아내도 가정일에서 은퇴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집안일이 단순하고 피곤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도 던져버려라.    


신혼부부처럼 살라

부부는 일심동체(마음과 몸이 하나로 모아짐) 가 되기 위한 과정을 견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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