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협상의 실패자가 되고, 소비의 희생자로 남아야 되는가?
우리는 번번이 협상의 실패가가 될까?
정박효과란 대니얼 카너먼이 제시한 행동경제학의 은유적인 개념이다.
방송 뉴스 진행자를 가리켜 앵커맨(anchorman)이라고 한다. 앵커맨이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방송사가 지향점을 간파할 수 있다.
뉴스프로그램의 앵커는 기자들의 뉴스 보도를 총괄해 그 어떤 질서와 조화를 부여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앵커는 배가 항구에 정박할 때 내리는 ‘닻’이다. 닻의 기능이 그렇듯이, 닻은 은유적으로 안정을 가져다주는 지주라는 뜻으로 쓰인다.
배가 닻(anchor)을 내리면 닻과 배를 연결한 밧줄의 범위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듯이
처음에 인상적이었던 숫자나 사물이 기준점이 되어 그 후의 판단에 왜곡 혹은 편파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인간의 사고는 처음에 제시된 하나의 이미지나 기억에 박혀 버려 어떤 판단도 그 영향을 받아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지 않거나 이를 부분적으로만 수정하는 행동 특성을 말한다.
‘기준점과 조정(Anchoring and Adjustment) 휴리스틱’이라고도 한다.
소비자의 행태의 예를 생각해 본다.
인삼드링크의 표시 가격이 8,000원이라고 쓰여 있으면 비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희망 소비자 가격이 1만 원인데 8,000원에 판매된다는 사실을 알면 이 드링크가 싸다고 여긴다.
즉, 기준선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파트너와 협상을 할 때도 먼저 가격 제시를 하는 사람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율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제시한 협상 가격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일부러 더 높은 가격을 불러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방식이다.
상대방은 손해 보지 않는 장사를 하려고 높게 책정된 가격을 깎아서 비즈니스를 진행하게 된다.
협상 테이블에서 처음 언급된 조건에 얽매여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질문을 던질 때에도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예컨대, “간디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나이가 114세 이상이었는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간디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나이가 35세였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보다 간디의 사망 나이를
더 높게 추정할 가능성이 높다. 114라는 숫자가 닻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미국 학생들에게 “미시시피강의 길이는 8,000킬로미터보다 짧을까, 길까?”라는 질문을 던진 후에
“미시시피강은 얼마나 길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대다수의 학생들은 미시시피강이 8,000킬로미터보다 짧으며 길이는 약 5,500킬로미터일 거라고 대답했다.
반면 “미시시피강의 길이는 800킬로미터보다 짧을까, 길까?”라는 질문을 던진 후에 “미시시피강은 얼마나 길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대다수의 학생들은 미시시피강이 800킬로미터보다 길며 길이는 약 2,000킬로미터일 거라고 대답했다.
처음의 8,000과 800이라는 숫자가 닻의 역할을 함으로써 5,500과 2,000이라는 답의 격차가 나타난 것이다.
이런 정박 효과는 대학에서 교수가 알고 있는
학생의 과거 성적은 그 학생이 제출한 새로운 리포트를 평가할 때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즉, 과거의 성적증명서가 새로운 평가를 내리는 데에도 닻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