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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Dec 15. 2015

친정 엄마와 함께 한 일주일

칠십 대인 엄마의 김장을 도우러 오십 대가 코 앞인 딸이 부산까지 내려 갔다.


도시락을 두 개씩 싸가지고 다니던 학창 시절엔 엄마의 김치가 인기여서 친구들의 반찬과 바꿔먹기도 자주했는데 이젠 엄마의 김치가 너무 짜게 될까봐 서울 입맛을 가진 내가 감시하러 가는 것이다.


그새 완연한 노인이 된 엄마는 나를 도울 뿐이고 흔한 암환자지만 이젠 삼 년이 지나고보니 체력이 회복된 나는 재빠른 솜씨로 김치를 버무렸다.


짜지 않게 무채를 더 넣자고 해도 물기가 많으면 안된다며 엄마는 여전히 경상도 식의 깊고 짠 맛의 김장을 완성하셨다.


김장을 끝낸 다음날은 아침부터 비가 왔다.


만신이 쑤신다는 엄마와 목욕을 다녀오고나니 나도 몸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다음 날은 약사인 여동생이 김장을 대신 담아줘서 고맙다며 엄마를 모시고 쇼핑을 다녀오라고 하며 오십만 원 봉투를 드리겠단다.


그 돈에 맞춰 가볍고 따뜻한 패딩 두 벌을 부모님 것으로 샀다.


이젠 새 옷을 입어도 별다른 태가 나지 않게 된 엄마


예전엔 고운 피부와 얌전한 용모로 꽤 미인이셨고 몸매도 좋으셨는데 내겐 예쁜 얼굴만 물려주시고 긴 허리와 짧은 다리는 왜 아버지냐고요!


그래도 성형 고민 한 번 안 하게 해 준 게 어딘가.


엄마의 부엌엔 물때가 앉아 거뭇거뭇한 곳이 많고 화장실 양치컵도 지저분해서 닦아야했다.


이젠 아버지의 식사 시중이 힘에 부쳐 보이고 집안일도 힘들어보이셔서 여동생과 의논해서 사람을 쓰든지, 식사가 잘 나오는 시설로 입주를 하시든지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부모님을 보살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딸 셋에 아들 하나 중에서  둘째 딸인 나와 살고 싶다고 하신다.


일이 억쯤 가지고 계신 당신의 비자금을 몽땅 주는 조건으로 함께 살자고 몇 번이나 나를 꼬시는 중이다.


하지만 아버지까지는 모실 자신이 없다는 게 나의 변명이었다.


성장기의 나에게 많은 상처를 준 아버지와는 내가 암 걸리고 난 뒤에 화해했지만 함께 살고 싶은 생각은 솔직히 없다.


독불장군인 아버지와 사느라 힘들었던 가엾은 엄마는 내게 연민을 일으키는 까닭에 시골집에서 함께 농사 지으며 평화로운 여생을 선물하고 싶다.


아! 하지만 엄마와 보낸 일주일은 너무 길었으니 그 또한 쉽지 않다.


인생아!

넌 왜 이리 복잡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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