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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Dec 16. 2015

첫 가족 여행

딱 우리 식구끼리만 여행간 적이 언제였더라?


글쎄 기억이 안 난다!


가족 여행엔 언제나 시댁이나 친정 식구가 함께여서 오롯이 가족끼리만 가는 여행을 이번에 계획하게 되었다.


그 발단은 남편이다.


남이 하는 건 꼭 따라하는 남편은 자기 친구가 얼마 전에 수능이 끝난 둘째를 동반하여 온 가족이 해외여행 다녀오고나니 그게 또 부러웠던 모양이다.


남편은 여행의 낭만도, 정취도 누릴 줄 모르는 규칙적인 사람인지라 나는 절대 함께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바가 있었다.


하지만 해외 여행이라는 말에 기뻐 날뛰기 시작하는 딸들과 여행 경비를 다 대겠다는 남편 앞에서 딱히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우리 집은 첫째가 수능을 치르고난 직후에 내가 암수술을 하는 바람에 경황없이 지나갔고 둘째는 정시에 다 떨어지는 탓에 또 우왕좌왕하느라 여행은 꿈도 못 꿨다.


나로 말하자면 항암 끝나고부터는 직장도 그만뒀겠다 그동안 여행 못 다닌 한을 푸느라고 방방곡곡 싸돌아다니며 실컷 누렸기에 더이상 미련이 없었다.


시큰둥한 나를 제외하고나니 두 딸이 안그래도 끼고사는 스마트폰으로 여행 정보를 뽑아내느라 며칠 동안 분주했다.


엄마아빠는 아무 것도 모르니  그냥 짐짝을  끌고 간다고 생각하라며 두 딸에게 미리 엄포를 줄 필요도 없이 첫째는 최저가 항공권을 예매하고 둘째는 멋들어진 숙소를 제깍 알아서 건져온다.


내가 할 일은 남편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는 것이었다.


절대로 잔소리하지 말고 시간 촉박하다며 재촉하지 말 것이며 느긋하고 즐겁게 여행을 즐기지 않으면 함께 안 갈 것이라고 못을 박았는데 말로는 알겠다고 했지만 제 버릇을 누굴 주겠나?


설 앞에 다녀 오는 것으로 여행 일정이 잡혔고 경비도 내 돈 한 푼 안 들이고 가는 것인데도 왜이리 하나도 기쁘거나 설레지 않을까?


친구나 친정 식구들과 간다면 생각만으로도 신나고 흥분되는데 남편과 가는 여행은 초장부터 짜증이 동반된다.


바닷가로 가는 여행이라 마른 체형의 남편은 노출을 싫어해서 딸들이 레쉬가든지 뭔지 입으면 된다고 우기는데 그것도 마땅치 않고, 이젠 날씬해진 내가 비키니를 한 번 입어보겠다고 말을 꺼냈을 뿐인데 정작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배의 흉터는 어쩔 거냐며 한사코 반대하는 가족들도 섭섭하기 그지없다.


아이들도 다 컸고 암수술 후 처음으로 온 가족이 떠나는 해외여행인데 이렇게 시들할 줄이야!


이건 순전히 재미없고 지루한 남편 탓이다.


내 탓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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