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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Sep 25. 2017

중독이라는 몹쓸 것

노자의 도덕경에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지극히 당연하고 옳으신 말씀이  있다. 문제는 그치고자 하나 그쳐지지 않는 중독이라는 이름의 몹쓸 것이다.


나는 카페질에 중독되었다. 같은 목적과 취미를 가진 다양한 카페 활동은 sns만큼이나 인생의 낭비라고 비난받을 만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암 카페를 비롯하여 양평 지역 카페와 전원생활 카페, 살림 카페 등 자그마치 여덟 개의 카페에 가입하여 암 카페와 양평 카페에서는 최고 등급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칠 줄 모르는 카페질의 질주는 결국 위태로운 사고로 이어지고 말았으니 소규모의 신생 카페인 양평 카페에 한류 스타와 함께 찍은 딸의 사진을 올렸고 어떤 회원이 무단으로 그 사진을 유출하여 그날 밤으로 SNS에 퍼지는 일이 생겼다.


이후에 나는 모든 카페에서 탈퇴하고 양평 카페에 그동안 올린 글과 사진을 모두 삭제해야만 했다. 유일한 예외가 있었으니 남편의 만류로 암 카페인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암에 걸리고 사 년 동안 글을 써온 동행 내 인생의 모든 기록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섯 살에 가출한 이야기에서부터 첫 키스, 결혼 생활에 얽힌 남편 시리즈와 두 딸의 험담까지 브런치 작가로 나설 수 있게 해 준 많은 이야기가 있고 카페 특성상 회원끼리의 활발한 소통은 어떤 것보다 끊을 수 없는 달콤한 유혹이었다.  


조회수와 덧글이 치솟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시들해지고 재미와 감동이 없는 글은 힘을 잃어갔지만 끊어 버리기에는 그동안 누렸던 인기의 맛이 너무 달았다. 소재가 쌓이면 나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옛 영화를 되찾아보려 애를 써보았으나 한번 시들은 인기는 회복이 되지 않자 자괴감은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마침내 나는 동행마저도 탈퇴하려고 마지막 글을 공들여 수정하며 그동안 글을 읽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말까지 덧붙이고 수정 완료를 누르려고 하는 찰나, 두나미스님의 덧글 알람이 울렸다. 그런데 덧글을 읽는 순간 수정본은 영영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두나미스님은 체중이 빠져 야윈 가운데 두 눈빛만 번쩍번쩍 살아있더니 며칠 전 새벽에 나의 탈퇴를 어찌 알고 덧글을 달아 방해하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두나미스님은 내가 없는 동행은 상상이 안 된다며 만류하기에 일단 자고 내일 생각해보겠다고 덧글을 달았는데 늦은 새벽에 또 다른 덧글을 달아 준 회원이 있었다. 270여 편의 내 글을 모두 읽었다면서 마음이 심각하게 끝 간 데 없어질 때 제 자리로 돌아오게 해주는 힘이 있다고 해주었다. 침체기에 빠진 에겐 이런 말 한마디가 얼마나 눈물 나게 힘을 주는지 모른다.


남편은 동행을 탈퇴하면 안 된다고 다시 말렸다. 도박꾼이 손목을 자르는 심정으로 탈퇴를 하려고 했는데 도박하는 마음을 없애지 않는 한 발로도 도박을 한다는 도박꾼처럼 공명심에 날뛰는 마음을 접지 않는 이상, 시간이 지나면 재가입하지 말란 보장이 없었다.


동행 카페는 회원들끼리만 공유하는 공간이다 보니 브런치에서는 다 못하는 신랄한 남편 험담과 딸들 이야기에 침을 튀기며 수다를 떨 수 있기에 치병하는 환자의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자부심으로 글을 써왔으나 이젠 그만두어야 함에도 중독이라는 이름으로 그만두지 못하는 안타까운 회원이 되고 말았다.


부디 앞으로는 브런치에 중독되어 일주일에 알찬 글 한 편씩 올리는 열혈 작가가 되어 누군가의 표현처럼 "쯧쯧, 글 쓰는 병이 또 재발되었네, 재발되었어!"라는 가엾은 말을 듣는 동행 회원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다음 글은 황토방의 완공에 관한 내용임을 알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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