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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Oct 10. 2017

황토방 짓고 나니

다들 이렇게 좋아해 줄 줄이야!


아늑하고 따뜻하고 포근한 황토방은 이제 이웃들이 자주 모이는 공간으로 사랑받을 것 같다.  안팎이 온통 하얀 집에서만 살다가 붉은 방에 들어오니 시골집에 들어선 듯 편안한 기분이 들고 날씨가 추워지면 조그만 황토방에서 뜨뜻하게 지낼 생각에 다가올 겨울이 두렵지 않다.


나는 가진 돈을 모두 털어 황토방을 지었으나 공짜로 생긴 황토방에 이웃들은 무척 기뻐하였다. 번호키를 달아놓으니 번호를 알면 주인인 내가 없어도 지지러 오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엄마는 추석 다음날에 오셔서 네 밤을 주무시고 연휴 마지막 날에 내려가셨다. 아직 날이 그리 춥지 않아서 열이 많은 나는 난방을 한 방에서 잘 생각이 나지 않아 엄마 혼자서 주무셨는데 나는 아침마다 엄마에게 개운하시냐는 질문을 했다.


표현이 적은 엄마는 "괜찮네." 이 한마디가 전부였으나 엄마로서는 최고의 찬사이므로 그만하면 만족스러웠다. 엄마의 요구에 따라지었으니 좀 더 감격해주셨으면 하는 희망이 있었지만 엄마는 혹시라도 우리가 무리했을까 봐 오히려 걱정하신 듯했다. 짓고 나니 뒷마당도 아늑해져서 불을 피워 연휴 동안 닭백숙도 두 번이나 해 먹었다.  


남편은 추석 앞에 일이 무척 많아서 현장에 와보질 못했다. 완공 후에 처음으로 둘러보더니 이런저런 평과 함께 잘되고 안된 점을 지적했는데 다른 건 넘어갔으나 바닥 미장이 완전하게 되지 않아 모래 바닥이 드러나게 긁어낸 자리가 크게 눈에 띄어서 불만을 말했지만 이미 오일이 다 마른 상태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황토 바닥은 따**온돌 업체에서 시공한 것이기 때문에 감독을 잘 했어야 하는데 전문가들이라고 맡겨놨더니 미장과 오일 바르는 사람이 각각이라 긁어버리고 발라서 그런 식으로 거친 마감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어차피 이불을 늘 깔아놓을 것이기 때문에 아무 상관없다고 방사장님에게 쿨한 척 넘어갔더니 이불 올려놓는 선반만 해주기로 했는데 그 아래 나무 선반을 만들어주시겠다고 했다.


티브이와 자잘한 물건을 올려놓기에 딱 좋은 선반을 놓고 나니 황토방이 더욱 아기자기해졌고 그 뒤에 손 선생님이 오셔서 못과 망치로 장식품을 걸 수 있는 위치를 잡아 작업을 모두 해주고 가셨다. 나더러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시더니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남편과 나 대신에 알아서 대신 다 해주신다.


손바느질과 마른 꽃과 마삭 줄을 걸어놓고 손 선생님의 글씨까지 걸어놓으니 황토방은 감성 넘치는 멋진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황토방을 참 잘 지었다.  



시누이가 황토방에 깔아두라고 면으로 된 누비 이불을 주었다.
이불을 두는 선반 아래 물푸레 나무로 만든 횟대를 달아서 옷걸이를 걸 수 있도록 손선생님이 만들어주셨다.
한지로 싸여진 천장 등과 이웃이 준 목수국을 말려 걸었다.
 등을 기대는 곳까지 온돌이 설치되었고 문을 여는 정면에는 황토 줄눈이 보이도록 하였다.
미장이 잘못되었다고 오일 바를 때 긁어내었더니 모래입자의 거친 바닥이 되어버렸다.



단아 손영희 작가의 캘리그라피인데 글귀가 참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땅콩을 수확하여 손질하는 사위를 바라보시는 친정 엄마
산중턱에 사는 이웃이 비 개인 후 찍어 준 동네 풍경이다. 잘 보면 오렌지색으로 보이는 우리 집이 오른쪽에 보인다.
손선생님이 주신 꽃고무신. 이걸 신고 안 가는 데 없이 다 다닌다.
이웃이 준 석류인데 남부지방에서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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