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자마는 기워 입는 맛이라는 걸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런데 항상 인생이 '모 아니면 도'인 편이라 하도 기워대다 보니 마음까지 너덜너덜 누더기가 되었다. 옷감이 종잇장처럼 얇아져서 비칠 정도였는데 그 정도면 아무리 천을 덧대어도 대략 난감인 상황이다. 특히 사타구니나 엉덩이 부분이 삭아서 커다란 구멍이 나면 아무래도 민망한 부위이다 보니 식구들 보기조차 부끄럽다.
쇼핑을 몇 년 동안 끊고 아무것도 사지 않은 세월이 있었다. 옷을 얻어 입고 지내다가 거지꼴이 되어서 다시 옷을 사기 시작한 것이 리넨 옷이었다. 사계절 동안 입을 리넨 옷을 두세 벌씩 옷장에 채우자 다시 쇼핑을 않고 지낸다. 외출복은 있는데 집에서 입는 편한 실내복을 사지 않으니 파자마는 무릎부터 시작해서 엉덩이까지 찢어져 그 때마다 천을 덧대어 기워 입었다.
한번 삭은 옷은 여기저기 계속 구멍이 나서 결국 버려야 했다. 파자마는 촉감, 두께, 길이만큼 허리 고무줄의 적당한 탄성이 중요하다. 너무 느슨해도 너무 조여도 안되니 인터넷으로 사는 건 이럴 때 위험해진다. 시골에서 입을 실내복은 좀 따뜻해야 해서 요즘 귀촌 카페나 암 카페의 게시글 중간에 올라오는 광고를 보고 편한 바지를 하나 샀다. 한 달을 기다리고 항의 글을 보내서야 겨우 받았는데 허리가 너무 조여 실패했다. 역시 가격이 싼 건 이유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미니멀의 생활신조가 있는 내게 리폼은 당연한 순서였으니 삭아서 버리는 바지의 허리 부분을 잘라 새 바지에 다니까 훌륭하게 변신하였다. 짱짱한 허리 고무줄을 헤어 밴드로 써도 손색없이 좋았다. 아끼고 다시 쓰는 나의 투철한 절약 정신이 빛나는 결과물이어서 무척 만족스럽다. 고무줄을 발로 최대한 늘이면서 손으로는꿰맨다고 힘은 좀 들었지만 내 몸처럼 편안한 옷 말고는 이제 못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