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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Feb 28. 2023

먹는 음식만 바꿔도 삶이 바뀐다. 3

딸의 인생을 바꾼 자연식물식

십 년 전에 암으로 위를 절제하기 전까지 과체중을 꾸준히 유지하던 나였다. 유난한 식탐을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면서 무절제한 식습관을 이어가다가 수술 후 항암까지 하고 나서 체중이 쑥 빠져버렸다. 그래도 워낙 잘 먹던 입이어서 그런지 완치 진단을 받고 나니 예전의 식습관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체중이 조금씩 불어나 옆구리살이 다시 잡히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이번엔 당뇨가 나의 건강을 위협한다고 하니 위가 없는 처지라 대사 질환에 방심하던 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암에 걸린 다음부터 건강에 대한 공부를 하긴 했지만 주로 마음공부 쪽으로 치중되었던 것 같다. 스트레스를 피하고자 퇴직을 하고 시골집에서 농사를 지으며 즐겁게 사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시골집에서 혼자 지내면서 밥을 해 먹기 귀찮아 대충 때우는 일이 많아지고 그러면서 점점 식습관은 망가져갔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던 생활 습관도 여전했다. 몇 년 동안 그렇게 지내다 작년에 당뇨 전단계라는 진단을 받고는 건강식으로 식단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아침에는 샐러드 한 접시와 달걀 반숙 두 개와 오트밀 한 공기를 먹는다. 그리고 통밀빵 한 조각을 커피 반 잔과 먹거나 고구마 찐 것을 반 개 정도 먹는데 채소-단백질-탄수화물 순서 중 마지막 탄수화물을 먹을 때가 가장 즐겁다. 대신 점심과 저녁은 현미밥 반 공기에 나물과 두부, 생선, 채소국 등을 다양하게 먹는다.


늘 같은 식단으로 먹는 아침이지만 항상 맛있다.


살이 빠지고 내장지방이 줄어드니까 공복혈당이 점차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밥공기를 반으로 줄이니 돌아서면 배가 고프고 허기가 져서 심히 슬픈 것이 아직까지도 그러하다.   


가족 중에 나 혼자서 이런 식단으로 먹으려니 소외감도 들고 쓸쓸하던 참에 자가면역질환인 건선으로 심하게 고생하던 딸이 회사를 그만두고 식습관에 대해 공부를 하더니 자연식물식을 시작한다고 했다. 현미채식보다 훨씬 엄격한 자연식물식이라니 모든 기름이 해롭다며 나물에 참기름도 넣지 말라고 해서 농담하는 줄 알았다. 반으로 줄이는 걸로 타협을 했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시도해 보느라 시행착오를 겪고 식비도 엄청 나왔다.  


그런데 가족 모두가 이렇게 먹기 시작한 지 여섯 달이 지나자 몸이 훨씬 더 가볍고 편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하니까 배변 활동이 원활해져서 오랜 변비로부터 벗어나 몸이 가벼울 수밖에 없고 축축 처지던 피로감이 사라졌다. 생채소와 나물 반찬을 위주로 해서 현미밥 반 공기를 먹고 나면 산뜻하고 가벼운 포만감이 들어 속이 무척 편안하다.


딸은 두피가 가렵고 각질이 심하던 증세가 깨끗이 나았다. 양한방 치료를 안 해본 것이 없머리카락을 반이나 밀어버릴 정도로 고생을 하며 어려움을 겪었는데 식습관을 완전히 고치고 나서야 지긋지긋하던 질병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


딸은 가족 여행을 가서도 머리가 가렵지 않으니까 여행이 즐겁다고 했다. 늘 뒤통수를 긁거나 손바닥으로 치면서 가려워하고 떨어지는 각질로 앉는 자리마다 허옇게 쌓이곤 했는데 그런 증세로부터 벗어나니 딸뿐만 아니라 바라보는 나까지도 살 것 같았다.


딸은 자신의 스토리를 SNS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나를 닮아 식탐 대마왕인 데다가 술을 잘 마셔서 한 때 별명이 장비였던 딸은 자연식물식을 시작한 지 석 달만에 날씬한 몸매가 되었다. 자신감과 행복을 되찾은 딸은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의 체험을 알려주고 질병에서 벗어나도록 식습관을 바로잡는데 도움을 주었으면 했다.


어릴 때부터 예쁘고 활발하며 재주가 많던 딸은 하나에 꽂히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새롭게 시작한 이  일에 매우 열심이다.


어느 때보다 즐겁고 활기찬 삶을 살게 되어 진심으로 행복을 만끽하는 딸을 보면서 먹는 음식을 바꿨을 뿐인데 삶이 바뀌는  날마다 우리 집 식탁에서 확인하고 있다. 



딸의 sns에서 허락 없이 퍼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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