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로 가는 길목에서
십여 년 넘는 시간을 회사원으로 지내다 보니 어느덧 나도 간부의 위치가 되었다. 위에서 내려오는 부담은 더해지고 밑에서 후배들은 어른 노릇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단계.
정말 멋진 선배들도 많았지만 그동안 무능하고 의욕 없는 선배들을 얼마나 많이 보며 욕해왔는지. ‘나도 너네 때는 야근을 밥 먹듯이 했어. 이제 좀 슬슬 쉬면서 다니련다.’라던지 ‘ 회사에 내 청춘 다 바쳤다. 내가 아직도 이런 실무를 신경 써야겠니?.라는 말을 듣고 있자면 얼마나 그들이 한심해 보이던지.. ‘지금 당장 할 일이 산더미인데 바쁜 사람 불러 담배 태우시며 시간 떼우지 말고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던 노하우 전수라도 좀 해라 이 꼰대 놈들아!’라는 말이 목구멍을 넘을락 말락 간당간당 한 상황을 겨우 견뎌내곤 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선배들 만큼이나 후배들이 많아지고 그렇게 욕하던 선배들과 난 다르게 살아 보겠다고 궂은 실무에도 앞장서 나서 보고 남들이 슬슬 책임지기 꺼리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일도 책임자도 해보면서 그 강약 조절이 얼마나 힘든지 새삼 느끼게 된다. 너무 나서면 후배들 설 자리를 뺏는 것 같고, 물러서 있자면 그들이 하는 고생을 보기만 하며 뒷짐 지고만 있는 무책임한 어른 같아서...
내가 욕하던 ‘꼰대’는 되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나이를 먹었다고, 오래 다녔다고 후배들이 알아서 내 권위를 세워주길 기대하지 않으면서, 폼 잡고 팔짱 끼고 서서 ‘ 나 권위 있네’라고 꼴값 떨지 않으려 오늘도 발버둥을 쳐본다만 업무시간에 졸고 앉아있는 후배 놈을 보고 있자니 나 또한 ‘꼰대’같이 잔소리 한 자루를 장전한다.
뒤통수 한 대 후려치고싶은 마음을 꾹 참고, 조용히 어깨 두드리며 ‘피곤한 일 있었나 봐? 커피 한 잔 사줄게. 픽업 가자.’라고 후배를 일으켜 세우고 내 권위는 위압적인 자세나 명령에서가 아닌 오롯이 내 실력과 그들이 존경할 만한 그 무언가에 의해 만들어지길 기대해보지만.. 어느덧 나도 ‘ 아.. 내가 저 시절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요새 애들은 참..’이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며 ‘꼰대’로 가는 입구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