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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Mar 13. 2019

취업 대신, 사업을 하겠다고 한다면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를 읽고

출퇴근하는 삶만 알았던 평범한 직장인이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것은, 한때 같은 부서에서 일을 했었고 당시 자신만의 사업을 꾸려가고 있던 전 동료 덕분이었다. 언제나 열정적이기에 항상 응원하지 않을 수 없는 그 친구는, 구글 캠퍼스에서 엄마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창업 프로그램 ‘Campus for Moms’를 알려주며 참여해 보라고 권유했었다. 그리고 지원하기 위해 준비했던 시간 그리고 1기로 참여했던 시간은 문화 충격의 연속이었다.


그전까지는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열심히 사는 것’이 인생의 정석이었다. ‘좋은’이라는 단어가 빠지면 마치 실패자 같았다. 수학의 정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스케줄에도 정석이 있었다. 그런데 철썩 같이 믿고 살았던 신념이 정석이 아니었다니. 게다가 지금까지 어떤 스타트업들이 있었고, 현재는 어떤 분위기인지 공부하고 알아갈수록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들’뿐 아니라 ‘이상한 아이들’도 참 많았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템으로 인정받은 스타트업도 있었고, 아직 대학도 안 갔는데 혹은 학생이면서 사업 아이템을 선정하고 실행하여 돈을 버는 아이들도 있었던 것이다. 당시 나에게는,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었다. 다행히도 교육의 결과 나의 사고방식은 조금(?) 수정되었다. 그리고 나도 무엇인가 해보고자 움직여 봤지만, 1년 만에 돌아온 것은 사업자 폐업 신고였다.


그런데 폐업 신고는 사업의 폐업일 뿐 인생의 폐업은 아니었다. 뭐 거창한 아이템도 아니었으니. 그리고 그 경험은 아이를 좀 다르게 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SKY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진짜 하늘을 날아가는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책을 읽던 중 ‘말 안 듣는 아이는 창업에 자질이 있다’는 소제목이 있어서, 아, 우리 아이는 진정으로 창업을 해야 하나보다 라고 남편과 잠시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책의 저자는 아이를 SKY에 보내기 위해 획일적인 공부를 강요하기보다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맞춰 시대가 바라는 인재로 아이를 키워야 하며 그 방향은 기업가 정신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기업가 정신에 필요한 교육 방법과 능력들을 제시하는데, 그 중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왔던 능력은 ‘공감’과 ‘경험’이었다. 


화가는 영감을 가지고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립니다. 이와 달리 디자이너는 보통 고객의 요구에 따라 아이디어를 발전시킵니다. 즉, 발상의 시작이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 우선주의’입니다. 좋은 디자인은 고객의 숨겨진 요구를 얼마나 충실히 채워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115p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을 보면 천재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에는 언제나 공감능력이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17p
인간이 인간다움을 훈련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118P


계속해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하는 교육이 성적과 대학 합격을 보장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돈을 잘 버는 성공’으로 이어지는지는 모르겠다. 나만 알며 사는 것을 당연하게 느끼며 어른이 되었다가, 직장 생활을 위해 영업을 해보겠다며 혹은 마케팅을 잘하겠다며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것도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 같다. 누군가의 마음에 공감해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누군가의 돈을 벌기 위한 사회생활을 해볼 수 있단 말인가. 성공하는 사업은 더더욱 그렇다. 소비자가 무엇을 불편해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공감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도 없다. 공감이야 말로 우리가 원하는 성공으로 가는 가장 최소한의 조건이다. 가장 인간적이기까지 한 이 능력을 열심히 없애고 나서야, 다시 살려야 한다고 배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니.


게다가 좋은 대학에 진학을 했음에도, 경험이 없어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조차 알지 못한 채 졸업을 하고 직업 선택의 어려움을 겪다니. 도대체 무엇을 위해 학교를 다니고, 무엇을 위해 아이를 교육시키고 있는 것일까.


공감과 경험. 이 것들이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공감과 경험에 치우치다 보면 우리 아이만 경쟁 사회에서 낙오될까 두려운 것이 솔직한 부모의 심정일 것이다. 친구의 마음을 공감하려는 노력의 시간에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더 공부했으면 좋겠고, 다양한 경험의 시간에 더 좋은 학원의 더 높은 반에 올라갔으면 좋겠고. 


하지만, 대학 진학이 아이의 최종 목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스무 살이라는 나이가 아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아이의 미래에 ‘창업’이라는 단어를 추가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꼭 창업가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생각을 하며 자란 아이는 다른 삶을 개척해나갈 용기가 더 클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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