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습관은 빼앗기지 말아야 하니까요
누구나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있을 것이다. 대학에 진학을 했다거나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등 기존과는 다른 생활 패턴의 시작이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겠고, 특별한 경험을 했다거나 새로운 책을 읽었다는 등 기존과는 다른 사고방식의 시작이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
나 역시 기존과는 다른 생활 패턴의 시작과 기존과는 다른 사고방식의 시작을 여러 차례 거치면서 몇 차례 터닝 포인트의 시기를 지나왔지만, 그 중 단연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터닝 포인트를 꼽자면 바로 ‘엄마’라는 타이틀을 단 것이다. 생활 패턴도 사고방식도 모두 바꿔야만 했던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생전 처음으로 나를 운동의 세계로 인도했다. 솔직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입을 수 있는 옷이 없었다. 먹고 싶은 것은 다 먹어도 운동의 필요성은 전혀 느끼지 못하며 살아온 지난 세월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에 대해 벌을 받는 것 같았다. 옷을 꺼내 입어볼 때마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내야 할 단순하지만 확실하면서도 엄청난 ‘신호’를 받았다. 감사하게도 유튜브에는 집에서 따라 할 수 있는 운동 영상들이 셀 수 없이 많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 40분 정도 운동하는 습관은 벌써 6년째 지속 중이다.
운동이라는 새로운 습관이 나에게 준 ‘보상’은, 초반에는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결국 옷은 새롭게 사야 했다. 체형이 바뀐 것은 살을 뺀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처음 시작했던 몇몇 영상들은 몇 개월이 지나자 더 이상 힘들지도 않았다. 힘이 들어야 운동을 했다는 느낌이 드는데 말이다. 이럴 때는 좀 더 강도가 세 보이는 영상으로 바꿔야 하기도 했다. 큰 변화가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도 뭔가를 했다는 그 느낌이 좋았다. 오늘의 to do list 중에서, 난이도가 중/상인 것을 가장 먼저 지우고 시작하는 하루가 뿌듯했다.
운동이라는 습관을 새롭게 만들자, 다른 습관 만들기도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매일 무엇을 꾸준히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이미 한 번 해본 일이었기에, 또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게 자리 잡은 덕분이었다. 감사 일기를 쓰는 습관이 생겼고, 매일 감사한 일을 찾는 것 역시 습관으로 자리 잡자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사고방식이 습관이 되었다. 비슷한 관심사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할까 말까 망설이던 모습에서 무언가를 시도해보고자 하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을 읽어보면, 습관을 만들어내는 데는 공식이 있다. 양치질을 전 세계인의 습관으로 만들며 펩소던트 치약을 판매한 광고인 홉킨스와 P&G의 최악의 실패작이었던 페브리즈를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변신시킨 마케팅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공식이다. 홉킨스는 치태라는 신호와 아름다운 치아라는 보상을 찾아냈다. 처음에는 탈취제로 판매되었으나, 수정을 거쳐 ‘청소라는 반복되는 행동 끝에 향긋한 냄새가 보상으로 주어지는 방향제’로 포지셔닝된 페브리즈는 출시된 지 1년이 지나지 않아 소비자들의 지갑에서 무려 2억 3000만 달러를 빼냈다. 그 공식은 바로 ‘신호’와 ‘보상’이다.
첫째, 단순하지만 확실한 신호를 찾아내라
둘째, 보상을 분명하게 제시하라
엄마가 된 이후, 우연히도 ‘신호’와 ‘보상’을 알게 되며 이러한 습관의 선순환을 만들게 된 것에 감사하다. 하지만, 한 번 만들어진 습관에도 ‘근육’이 있다. 습관으로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이제 막 습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중인지 혹은 익숙해져서 자신 있는 생활 패턴이라고 자부했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습관인지 즉 어떤 단계의 습관인지는 알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지력은 단순한 스킬이 아니라 팔이나 다리의 근육과 비슷합니다. 많이 쓰면 피로해 집니다. 그래서 다른 일에는 그만큼의 의지력을 발휘할 수 없죠”
“의지력이 필요한 일, 이를테면 퇴근 후에 달리기를 하고 싶다면 낮에 의지력 근육을 아껴 둬야 합니다. 이메일을 쓴다거나 복잡하고 따분한 지출 결의서를 작성하면서 일찌감치 의지력을 소진해 버리면 퇴근할 즈음에는 의지력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 겁니다” – 199 p
의지력 역시 많이 쓰면 피로해지고 그만큼 늦은 시간까지 의지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 피곤함이 습관을 지속시키려는 의지를 방해하지 않도록 강하게 습관을 훈련시켜야 한다. 습관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체육관에 가고, 집안일을 하고, 햄버거 대신 샐러드를 먹는 방법을 습득하면 생각하는 방법까지 바뀝니다. 충동을 조절하는 데도 능숙해지고, 유혹을 멀리하는 방법도 자연스레 터득하게 되죠. 이처럼 의지력이 습관화되면 우리가 목표에 집중하도록 뇌도 단련되는 겁니다." - 201p
지금 좋은 습관을 갖고 있다고 해서 자만할 것만도 아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한 구절 ‘뉴런과 시냅스는 우리 사고의 질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에서 알 수 있듯이, 뇌는 다른 습관으로도 얼마든지 옮겨갈 가능성이 있으니 말이다. 때문에 지금 바꾸고 싶지 않은 습관이 있다면 원하는 쪽으로 습관이 옮겨갈 수 있도록, 자랑할 법한 습관을 갖고 있다면 다시 빼앗기지 않도록 있는 습관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습관을 만들자. 계속 붙잡고 있으려는 습관 운동을 통해서 말이다.
우리가 주변 환경과 스스로를 습관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달라진다.
– 37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