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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Ji Youn Apr 30. 2019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그저 보기만 할 뿐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에서는, 오락실의 유물 같은 커다란 오락기 속의 등장인물 주먹왕 ‘랄프’와 ‘바넬로피’의 인터넷 세상 여행기가 펼쳐진다. 오락기 조종 핸들이 고장 나자, 오락실 주인아저씨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오락기 기계 자체를 버리려 했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오락기가 절대 버려져서는 안 된다. 마침, 이베이에서 조종 핸들을 판다는 정보를 입수한 이들은 기꺼이 인터넷 세상 속으로 몸을 던진다.


인터넷 세상은 그야말로 미래의 도시를 연상케 한다. 신기한 물건들과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 속에서 랄프와 바넬로피는 이베이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결제를 위해 돈이 있어야 함을 깨달은 그들은 자발적으로 유튜브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많은 사람들의 하트를 받아내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계속한다’.


이베이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하고’, 사람들의 하트를 받아내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는 이랬다. 인터넷에서는 도무지 한 방향으로 직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 스틸 이미지


몇 발자국 앞으로 걸어가면, 광고판을 든 사람들이 길을 가로막고 설명을 해대기 시작한다. 흥미가 생겨 몇 마디 나누자, 어느새 광고판 청년과 함께 차를 타고 이상한 사무실로 도착해있다. 하트, 곧 돈이 모자라 고민하고 있는데 자꾸 이베이 사람이 내 앞길을 막고 툭툭 튀어나온다. 몇 시간 안에 결제를 하지 않으면, 이 물건을 가질 수 있는 기회는 다른 사람에게 넘어갑니다 라고 자꾸 상기시키며 마음을 더 초초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눈 앞에 다가오는 신기한 영상, 재미있는 광고를 향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금방 싫증을 내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랄프는 자꾸 아이디어를 내고 자꾸 영상을 찍어야 하고, A 영상 앞에 멍하니 서있는 사람들을 B 영상으로 끌고 와 기어코 하트를 받아낸다. 사람들은 쉽게 움직인다. 금방 가버린다.


아이들 영화가 어쩜 이렇게 심오하담. 번쩍번쩍하는 영상을 보며 아이들은 두 주인공들의 판타지 같은 여행기와 우정을 기억하겠지만, 저 인터넷 없이 하루도 살 수 없는 어른의 입장에서는 마냥 달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썼다. 웃으면서 볼 수가 없었다.


인터넷 세상에서 사람들이 가던 길을 쉽게 방해받고 쉽게 방향을 틀 수 있었던 이유는, 이랬다. 사람들은 잠시 서서 뭔가를 응시하는 듯했지만, 그 무언가를 읽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저 보기만 하고 있었다.


보는 것과 읽는 것은 너무도 다르다. 눈을 뜨고 시선을 주는 모든 행위는 보는 것이다. 생활 그 자체다. 특별한 의식 없이도 가능하다. 그런데 읽는 것은 대개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읽는 것은 집중이 필요하고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서 무언가를 그저 보고 있을 때 누군가가 건드리면 깜짝 놀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감정의 변화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 무언가를 읽고 있을 때 누군가가 건드리면 짜증이 난다. 생각에 방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인터넷을 하면서 우리는 꾸준히 방해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하고 있지 않았고, 집중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리도 우연히 접하게 된 애니메이션을 통해 생각하게 된 것이지, 평소에는 흔쾌히 방해받으며 모두가 관심 있어하는 검색어를 클릭하는 중이다.




미디어는 생각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생각의 과정도 형성한다_21p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_니콜라스 카>를 읽으며, 읽는 것보다는 보는 것에 익숙해졌다는 것 그리고 점점 깊이 생각하는 일이 생소한 일이 되어 버렸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인터넷 환경에 얼마나 빨리 길들여져 가고 있는 중인지 놀란다. 멀티플레이어라는 행동 자체가 우리의 몸과 마음에 과부하를 주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고 미니멀 라이프에 열광한다. 그런데 아직 미니멀 라이프를 적용시키지 못하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읽기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읽는 것에도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니 말이다. 너무 많이 읽어야 하기 때문에 읽지 못하고 넘긴다. 긴 시간 인터넷을 여행하지만, 무엇을 여행했는지 알 수 없다. 차라리, 사진이라도 남기는 패키지여행이 인터넷 여행보다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독서 모임을 하며, 억지로 읽는 환경 그리고 생각하는 환경에 나를 넣어놓고 살고 있다.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원했었다. 책과 가까워지고 싶고, 책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고, 책을 통해 얻은 지식들을 실생활로 옮기는 연습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책을 제대로 읽는다는 것이 독서 모임의 가장 큰 복병으로 다가왔다. 책 한 권에 집중하기가 너무나도 어려웠다. 급기야 책을 집어 들 때면, 핸드폰을 눈이 보이지 않는 아주 먼 곳으로 숨겨놓고 책장을 펼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될 정도였다. 이제 조금씩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 습관이 잡혀가는 듯하다. 이 독서 모임이 끝나면, 기다렸단 듯이 이 읽는 습관이 사라지지는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그리고 무방비로 노출되는, 인터넷이라는 피할 수 없는 생활환경 속에서, 읽는 것이 특별한 능력으로 변할까 걱정이다.


노스웨스턴대학교 교수 그룹은 2005년 [애뉴얼 리뷰 오브 소시올로지]에
우리의 독서 습관에 있어 최근의 변화들은 “대중적인 독서의 시대”는
우리 지적 역사에 있어 짧은 “예외”였음을 암시한다고 썼다.
“대중적인 독서는 예전의 사회적 기반, 즉 독서 계층이라 부를 수 있는, 영속 가능한 소수의 것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은 질문은
독서 계층이 “점차 드물어지는 문화적 자산의 형태와 관련한 힘과 특권을 지니게 될지 또는 점차 비밀스러운 취미를 행하는 특이한 이들로 보여질지”의 여부다.
– 163~164p


보는 사람이 아닌 읽을 줄 아는 사람으로 남기 위해, 지금 당장 책을 들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사진 출처: unsplash


#씽큐베이션 #더불어배우다 #대교 #생각하지않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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